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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25, 우크라이나 리비우 9: 나에겐 리비우(Lviv)가 음악의 도시다(20190627)

경계넘기 2019. 8. 4. 22:32

 

나에겐 리비우(Lviv)가 음악의 도시다

 

 

리비우에서 만난 두 번째 한국인 여행객을 보냈다.

 

리비우에 채 열흘도 안 되었는데 그새 만난 두 명의 한국인 여행객을 보낸 것. 두 번이 되니 남은 자의 외로움이 살짝 나오려 한다. 이젠 나도 떠날 것을 생각해야 하나. 버스정류장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떠나는 모습을 보니 더욱 허전해진다. 이 친구는 아프리카 종단의 전초지인 이집트로 가는 길이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루트를 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프리카에 간다면 그 친구가 간 길을 내가 따라 가게 된다.

 

두 명을 보내니 아쉬움과 허전함이 좀 남았으나 이내 잊혀진다.

그 이유는 바로 리비우가 나에겐 준 공연들 때문이다.

 

오늘은 오페라하우스에서 드디어 발레 공연을 보는 날이다.

 

내 경우 오페라보다는 발레가 훨씬 더 재미있다. 언어의 장벽도 없으니 더욱.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처음 발레를 보고 그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발레는 앞에서 봐야 된다는 생각에 조금 큰돈을 들여서 중간 좌석표를 구했다.

 

오늘 발레 공연은 바이런의 시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해적(Le Corsaire)’.

 

공연은 화려하고 신났다. 발레 해적은 원래 3막인데 오늘은 22시간 공연을 했다. 아마도 원작을 조금 축약한 것으로 보인다. 3막 전체를 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내용은 해적과 노예로 온 그리스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 처음에는 조금 졸렸지만 이내 공연에 빠져 들었다. 무용수들의 수려한 춤과 화려한 무대, 그리고 멋진 의상들이 보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언제 2시간이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오늘은 에어컨도 잘 나온다.

 

처음에는 에어컨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제 공연부터 조금씩 틀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부채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오늘 공연을 보고 나니 리비우에서 7월 초에 하는 발레 백조의 호수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백조의 호수를 보고 비행기 타고 프랑크푸르트에 가면 된다.

 

 

 

기분 좋은 공연을 보고 났더니 배가 고프다.

 

일본 라멘 파는 곳이 있어서 그곳을 찾아간다. 한 잔의 맥주와 라멘을 시켜서 먹긴 했는데 이게 라멘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고수도 들어있고, 일단 엄청 짜다.

 

저녁을 먹고 광장을 지나오는데 광장 여기저기에서 길거리 공연이 한창 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제법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여기저기 둥글게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몸도 움찔거리며 음악듣기에 여념이 없다.

 

 

 

5명으로 구성된 밴드 공연도 있다.

 

젊은 남자 뮤지션들이었는데 트럼펫과 섹스폰, 작은북과 큰북, 그리고 기타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흥겨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내가 본 리비우의 거리공연 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나 역시도 한참을 들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 중년의 가수가 전자기타 하나 들고 버스킹을 하고 있는데 무척 노래를 잘 한다. 이쪽에서도 서너 곡의 노래를 듣는다.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무척 흥이 많은 것 같다.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여자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한다. 아이들도 신이 났는지 앞에서 춤을 춘다. 물론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리트댄스를 하는 팀도 있고, 무언가 대중연설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공연을 잘하니 돈통에 돈이 그득하다.

사람들이 너나없이 돈을 건넨다.

 

오늘 다합으로 떠난 친구가 길거리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했다. 하루 종일 길거리 음악만 듣고 다니기도 한다고 했는데. 그 친구 말이 리비우에서 거리 공연하는 뮤지션들은 너무 형편없었다고 했다. 박자도 제대로 못 마치는 거리음악가들도 많았다고. 근데 그 친구가 떠난 오늘 리비우 올드타운 광장에는 쟁쟁한 거리음악가들의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마치 그 친구가 가길 바랬다는 듯이.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발레 공연을, 거리에서는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오늘은 정말이지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날이다. 나에게 리비우는 음악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오늘로 오페라하우스에서 본 클래식 공연이 오페라 3개에 발레가 하나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클래식 공연을 본 적은 내 인생에 처음이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클래식 공연을 보고 있고, 길거리에 나서면 항상 거리음악을 듣는다. 리비우는 매일이 축제 같다. 적어도 시 중심인 올드타운 안에서는 말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