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페루(Peru)

D+375, 페루 쿠스코 1: 잉카(Inca)의 고도(古都)이자 고도(高都)인 쿠스코(Cuzco)(20191124)

경계넘기 2020. 1. 11. 23:03

 

이른 아침인 620분에 쿠스코(Cuzco)에 도착했다. 버스가 도시에 진입해서도 꽤 들어오는 것을 보니 작지 않은 도시로 보였다.

 

터미널에 내려서 숙소에 어떻게 갈까를 잠시 고민해 본다. 터미널에서 생각해 둔 중심지의 숙소까지는 대략 3~4km 정도. 충분히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시간 여유까지 있다. 다만, 이곳이 해발고도 3,400m의 고산이라는 사실이 조금 걱정이 된다. 고산증도 걱정이지만 평지와는 완연히 다를 터이니.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터미널을 막 벗어나 길을 건너는데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몸이 자동적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 탈 동전도 있겠다, 방향은 센뜨로만 외치면 된다.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스페인어 중 하나. 택시나 우버만 안 타면 되지 뭐.

 

구글맵을 켜고 중심지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산 페드로(Mercado Central de San Pedro) 시장이었다. 시장 건물 주변에도 여러 가지 물건을 팔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일요일이라 장이 섰나 보다. 시장 구경에 사람 구경에 신이 나서 배낭 무거운지도 모른다.

 

 

 

시장을 벗어나니 바로 구시가지의 작은 광장이 나온다. 주변의 건물들이 웅장하고 멋있다. 주황색 지붕을 가진 전형적인 스페인풍의 건물이다.

 

원래 가려던 숙소는 일반 호스텔, 그런데 광장을 지나 들어선 골목에 한글 이 보인다. ‘Casa.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다. 한인민박이 아닌 일반 숙소다. 부킹닷컴에서 보긴 했는데 가난한 배낭 여행자인지라 가격이 좀 더 싼 숙소로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막상 한글 간판을 보니 나도 모르게 윤’s 까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임에도 체크인을 해준다. 다행히 내가 들어갈 방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방에 묵었던 3명이 어제 12일로 마추픽추(Machu Picchu)에 갔다가 오늘 저녁에 돌아온단다.

 

아무도 없는 방에 짐을 풀고 잠을 좀 청하려 하다가 이곳에 먼저 와 있던 한국인 여행 친구의 안부가 궁금했다. 어제 카톡으로 23일 잉카 트레킹 중에 다운힐(downhill) 싸이클링을 하다 부상을 당해 쿠스코로 후송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친구와 통화를 하니 부상이 꽤 심각해 보였다. 병원을 가봐야 한다는 말에 같이 가자고 기다리라고 했다. 허리 쪽을 다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친구를 혼자 병원에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있는 한인민박에 가서 그 친구를 픽업해서 같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그 친구나 나나 스페인어를 못하니 손짓발짓 해가며 진찰을 받고 엑스레이도 찍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단다. 아마 신경이나 근육을 좀 다친 것 같다.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봐 걱정을 했는데 병원비가 무척 착하다. 엑스레이 촬영 포함해서 진료비가 25솔에 약값이 10솔이었다. 우리 돈으로 12천원 조금 넘는 금액이니 너무도 착한 병원비다. 이 친구도 나처럼 1년 여행보험을 들었다가 갱신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정도 금액이면 자료 챙겨서 한국에서 보험 청구하는 것이 더 귀찮을 것이다.

 

친구를 다시 숙소에 데려다 주고 숙소로 걸어 돌아오면서 쉬엄쉬엄 쿠스코 시가지를 구경한다. Multired 은행도 보여서 돈도 더 찾았다.

 

확실히 쿠스코는 예뻤다. 중심 광장인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외에도 작은 광장들이 곳곳에 있는데 이 광장들을 둘러싸고는 웅장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그 사이사이 이어진 골목골목마다 예스러움이 묻어났다. 골목길이 특히 예뻐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데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쿠스코는 번성했던 잉카 제국의 수도로 그 역사는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프란치스코 피차로(Francisco Pizarro)가 이끄는 일단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1534년 점령당할 때까지 잉카 제국의 수도로 있었다.

 

이곳을 점령한 스페인인들은 잉카 제국의 화려한 문명들을 모두 파괴하고 그 위에 스페인풍의 건물들을 세워서 지금의 쿠스코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스페인 풍 건물들을 받치고 있는 돌 기단들과 돌담들은 잉카 제국의 그것이라고 하니, 이걸 서글프다고 하여나 하나 아니면 문화적 융합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내 서글픔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침략자의 문화를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고달픈 잉카의 역사가 보여서다.

 

 

 

대충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서둘러 숙소로 향한다. 쿠스코는 이렇게 천 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오래된 도시, 고도(古都)이기도 하지만 해발고도 3,400m의 높은 도시, 고도(高都)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한 달 정도 머물었던 인도 북부 라다크(Ladakh) 지역의 작은 도시 레(Leh)의 해발고도 3,520m와 비슷한 높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이미 해발고도 3,665m의 볼리비아 우유니(Uyuni)에서 일주일 정도 묵었기에 3천 미터대의 고산에 익숙하다 하더라도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고산에는 조심, 그리고 조심이 최선이다. 특히, 막 도착해서 둘째 날까지는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고산예방에 최선이다. 더구나 어제 밤차를 타고 와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다.

 

오늘의 쿠스코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숙소에서 쉬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