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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조지아(Georgia)

D+142, 조지아 바투미 11: 평화로운 길 위의 동물들(20190405)

경계넘기 2020. 8. 10. 16:53

 

 

평화로운 길 위의 동물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나라와 다른 점들을 많이 본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그 중에 하나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길 위의 동물들을 대하는 자세다. 우리나라는 길 위의 동물들에게 온정적이지 않다. 때론 잔인하다고 할 정도로.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은 거의 죽기 직전이거나 그 전에 개장수에게 잡혀 간다. 길 위의 고양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동네마다 길 위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하다.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길 위의 고양이에게 온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길 위의 동물들을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그렇게 죽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신문지상에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길 위의 동물들은 결코 사람들과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최대한 사람들을 피하려 하고 사람들과 마주 치면 도망치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에 다른 나라들에 가면 길 위의 동물들이 마치 사람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를 숭배하는 인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남아 등의 나라에만 가더라도 대로에 편하게 누워 자는 개나 고양이들을 흔하게 본다.

 

코카서스 3국에 오니 더하다.

 

특히 아르메니아(Armenia)와 조지아(Georgia)는 길 강아지들의 크기가 웬만한 셰퍼드 급이다. 시내 가장 중심지에, 가장 번화한 길 복판에 이런 커다란 개들이 세상 편한 자세로 주무시고 계신다. 사람들은 주무시는 이들을 행여 밟을까 혹은 행여 깨울까 조심스럽게 피해 다닌다.

 

 

 

개들이 주무시는 자세를 보면 그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안다.

 

그냥 다리를 쭉 펴고 대자로 잔다. 긴장하거나 주위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자연 상태에서도 동물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 경계하는 자세로 잠을 잔다. 그러나 이곳의 개님들은 그런 경계란 눈곱만치도 없고, 사람에 대한 배려 따위는 조금도 없다. 저러다 사람들에게 밝히거나 차에 치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사람의 몫이다.

 

자는 장소도 꼭 사람 많은 인도의 가운데이거나 문 앞에 퍼질러 주무시고 계신다. 덩치도 산만한 것들이 말이다.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사람들 눈치만 살피는 한국의 길 위의 동물들에서는 찾아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라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 위에 강아지가 자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감히 개새끼가 사람 가는 길을 막어!"라며 발로 툭툭 차거나 돌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 전에 아마도 상점 주인들이 쫓아낼게다. 세상 편하게 자고 있는 동물들을 보고 있자면 사람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해주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동물을 대하는 그곳 사람들의 인식과 자세다.

 

동물을 대하는 그 인식과 자세는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대하는 인식과 자세에서 투영된 것일 수도 있다. 자신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향한 갑질이라는, 한국 고유의 이 문화가 어쩌면 길 위의 동물들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자세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국의 길 위의 동물들도 사람들 속에서 평화롭게 잠자는 모습을 보았으면 싶다. 그게 진짜 삶의 여유고 품격이 아닐까. 진짜 개 팔자가 상팔자인 세상을 꿈꾼다.

 

국민소득 3만 불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에만 환호하지 말고.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