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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조지아(Georgia)

D+143, 조지아 바투미 12: 바투미(Batumi) 시가지 산책 그리고 붉은 와인과 함께 하는 흑해의 일몰(20190406)

경계넘기 2020. 8. 11. 11:55

 

 

바투미(Batumi) 시가지 산책 그리고 붉은 와인과 함께 하는 흑해의 일몰

 

 

월요일에 바투미(Batumi)를 떠나 터키로 넘어간다.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시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오후 늦게 숙소를 나선다. 이번에는 해안 길이 아니라 아예 숙소 뒤쪽의 중심 도로로 해서 시내를 구경하면서 걸어간다. 겸사겸사 국경 마을 Sarpi에 가는 시내버스와 정류소도 확인하고, 유로 인출이 가능한 은행도 찾아볼 요량이다.

 

바투미에서 터키로 가는 국경마을이 Sarpi.

 

여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만 가면 나온다. 블로그들에 의하면 16, 17번 버스와 88번 마슐루카. 즉 미니버스가 Sarpi에 간다고 한다. 정류장에 가면 버스 노선표들이 있다. 숙소 바로 앞 정류소에 17번 버스가 서긴 하는데 17번 버스 노선표에는 Sarpi가 나와 있지 않다. 16번 버스를 타고 Sarpi에 갔다는 여행자들의 블로그가 있으니 16번은 확실하다. 숙소 뒤편의 중심 도로로 지나가는 버스다. 가는 길에 16번 버스 노선과 정류장도 확인할 셈이다.

 

숙소에서 중심도로까지는 걸어서 10분 조금 넘게 걸렸다. 멀다고는 할 수 없는 거리다. 도로변에 바로 정류장이 있다. 버스 노선을 확인하니 16번이 있다. 최종 목적지로 Sarpi가 나와 있다. 조금 걷더라도 확실한 16번을 타기로 한다.

 

간만에 시가지를 걸으니 새롭다.  

 

현지인들이 모여 있는 레스토랑과 바(bar)도 보인다. 숙소에서 해먹지 않았다면 이런 곳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중심가로 조금 더 들어가니 까르푸도 보인다. 제법 규모가 있다.

 

중심 도로라 은행들도 많다. 은행이 보일 때마다 들어가서 유로 인출을 확인해 보는데 다 달러만 있다. 터키 ATM 수수료가 비싸다고도 하고, 터키 리라(TRY) 폭락 이후 현지에서 자국 화폐를 안 받고 유로나 달러를 받으려는 숙소나 여행사들이 많다고 해서 좀 챙겨갈 생각이다. 어차피 유로는 유럽 들어가면 쓰게 될 것이니 터키에서 안 쓰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열 댓 군데 은행을 다 들어가 봤지만 달러만 있다. 한 블로거는 이곳에서 분명 유로를 인출했다고 하는데 그새 유로가 사라진 것인지.

 

ATM를 이용할 때 되도록 은행에 있는 ATM를 이용한다.

 

예전에 한국에서 ATM이 내 카드를 먹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은행에 있었던 ATM이라 은행 직원에게 말해서 바로 찾을 수 있었지만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낭패를 봤을 것이다. 외국에서 이럴 경우 정말 난처할 게다. 더욱이 외국의 경우, 한국도 물론이지만, ATM 기기를 이용해서 카드를 복제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은행에 있는 ATM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 급하면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은행에 있는 ATM을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ATM 기기가 은행 안에 있다면 더욱 좋다.

 

어쩔 수 없이 은행이 아닌 곳에서 ATM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되도록 관리 주체가 명확해 보이는 곳에서 인출한다. 예를 든다면 백화점 안이나 마트 안 등. 만일 문제가 생기면 이곳에 요청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대신 전화라도 해주지 않겠는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이런 곳은 유동 인구도 많고, ATM 사용자도 많기 때문에 카드 복제를 하기도 힘들다는 사실이다.

 

터키와 가까워서 그런지 모스크도 보인다. 

물론 성당들도 많다. 아르메니아 성당이라는 곳도 있는데 다른 성당과의 차이는 모르겠다.

 

 

 

바투미 중심가의 거리도 생각보다 예쁘다.

옛 석조건물들과 돌로 포장된 길들.

동유럽의 오랜 도시를 걷는 기분이다.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올드 타운이다.

 

 

 

피자 광장이라는 곳도 있는데 지금은 한참 공사 중이다. 피자집들이 모여 있고, 광장 가운데 무대도 있는 것을 봐서는 가끔 공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데이아 상(Statue of Medea)이 있는 광장도 작지만 예쁘다.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공주로 콜키스(Colchis) 왕의 딸이라고 한다.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자식들까지 포함해서 남편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죽이는 악녀가 된다. 메데이아가 태어난 콜키스가 바로 이곳, 바투미라고 한다2주 가까이 바투미에 있으면서 이제야 이런 것들을 알게 되다니 나도 무척이나 성의 없는 여행자다.

 

 

 

광장 주변으로는 제법 웅장한 석조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메데이아(Medea) 간판의 카지노 건물도 보이고.

 

 

 

바투미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와 비슷한 점들 중에 하나가 터키 음식점이 많다는 사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같은 투르크 민족이니까 그렇고, 바투미는 아무래도 터키와 가까워서 터키 사람들이 많이 살거나 오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투미에서 시내버스 타고 30분만 가면 터키와의 국경이다.

 

맛있어 보이는 레스토랑도 보이고, 괜찮은 카페들도 보이지만 한 번을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바투미에서는 원 없이 흑해를 보고 흑해 해변을 걸었다는 것에 만족하련다. 좀 남겨 주어야 다시 오지 않겠는가!

 

은행에서 찾으려는 유로는 못 찾고 수수료로 2라리에 20라리를 인출했다.

 

월요일 차비로 쓸 2라리를 떼어두면 내가 가진 전 재산이 5라리 조금 안 되는 돈이 있었다. 미리 사둔 먹을거리가 떠날 때까지 충분했기 때문에 인출을 안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까지 자꾸 와인이 당겼다. 오늘과 내일 마지막 바투미에서의 밤을 와인 없이 보낼 생각을 하니 많이 아쉬웠다. 그저 술이 당겼다기보다는 흑해의 그 아름다운 일몰을 그냥 앉아 볼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려는 유로화는 인출 못하고 20라리를 인출했다. 수수료 2라리를 지불하고.

 

마트에 가서 레드 와인 한 병과 화이트 와인 한 병 그리고 조지아 맥주 한 병을 산다. 마지막을 불 지르기 위해서.

 

 

 

바투미 오기 전까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게 떨어지는 일출과 일몰을 본 적이 없다.

 

흔히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본다는, TV에서 애국가 나올 때 나오는, 그 이글거리는 태양의 일출 또는 일몰의 완벽한 모양은 TV에서만 봤다. 일출 한번 보겠다고 새벽에 바다에 나간 적이 숱하게 많지만 모두 구름 위나 사이로 뜨는 태양이었다. 사진 찍는 친구들은 그런 완전한 일몰이나 일출의 모습을 오메가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흑해에서는 그런 완벽한 일몰을 정말 흔하게 봤다. 일단 맑은 날이면 대체로 완전한 오메가가 나타난다.

 

그러니 일몰 시간만 되면 난 항상 와인 한 잔과 음악을 들으며 발코니로 나간다.

 

완전한 일몰은 너무 눈이 부셔서 결코 바로 볼 수가 없다. 해를 직접 보고 싶은 경우는 선글라스를 쓰고 카메라 LCD 창을 통해서 보곤 한다. 그렇게 난 맑은 날이면 발코니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흑해에 떨어지는 일몰을 항상 봤었다. 아름다운 흑해의 일몰을 원 없이 보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난 이곳 바투미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비록 싸구려이긴 하지만 그때마다 항상 조지아 와인과 함께 했다는 사실 조차도.

 

붉은 레드 와인의 그 색깔과 붉게 물드는 일몰의 색깔이 그 어느 곳보다 조화로웠던 바투미 흑해의 모습이다. 수수료 2라리에 20라리를 찾아서 사온 레드 와인과 함께 오늘도 붉게 물들어 완연히 흑해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