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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50, 라오스 루앙프라방 7-1: 한 폭의 몽환적 유채화, 노을 진 메콩강(Mekong River) (20190103)

경계넘기 2021. 4. 23. 10:28

 

 

한 폭의 몽환적 유채화, 노을 진 메콩강(Mekong River)

 

 

오후 늦게 숙소를 나서는데 하늘이 화창하다. 햇빛이 작렬한다.

동남아에 들어와서 간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다.

 

잠시 고민할 새도 없이 발걸음은 바로 강변의 내 아지트로 향한다.

 

메콩강변에 허름한 테라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식당 겸 카페. 루앙프라방에서 매일 출근부를 찍는 곳으로 허름하지만 최고의 메콩강 풍경을 자랑한다. 이런 화창한 날씨에 메콩강의 일몰을 보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벌써 그곳에는 평상시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항상 앉던 그 자리는 이미 한 노 서양인이 앉아서 맥주를 한 잔 기울이고 있다. 그 옆에 자리를 잡고서 라오 맥주(Beerlao)를 시킨다. 메콩강엔 역시 라오 맥주다.

 

나는 이미 단골손님이다.

 

사장님 내외분과는 서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말은 일도 안 통하지만 라오스인 특유의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림을 그리며 식당일을 도와주는 바깥 사장님하고는 아까 다른 길에서도 보고 인사를 나눴다.

 

낯선 여행지에서 단골집이 생기면 좋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낯선 곳이 완전히 낯설어지지 않는다. 조금씩 동네 사람이 되어 간다는 느낌도 들고.

 

 

메콩강에 이는 노을은 한 폭의 짙은 유채화다.
황금빛 노을빛이 메콩캉과 만나 몽환적이다.

 

 

맥주 한 잔을 기울이니 메콩강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런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어떤 장면이 감격스러우면 순간 눈물이 나온다고 하던데 거의 그 직전까지 간다. 눈물이 나오진 않지만 숨이 막힌다.

 

 

 

메콩강의 노을은 황금색으로 빛난다.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강물이 누런 황토빛이라 그런가?

 

 

 

카메라를 꺼내 노을 진 메콩강을 담는다.

사진이라기보다는 한 폭의 유채화다.

빠져들 것 같은 몽환적인 유채화다.

 

 

 

여기 사진 몇 장 추려서 친구들에게 새해인사나 해야겠다.

 

동남아에 들어와서는 계속 날씨가 흐려서 제대로 된 일출이나 일몰의 사진을 건질 수 없었다. 연말은 일몰, 새해는 일출 사진이 곁들여야 제 맛인 법인데, 대충 메시지로만 연말과 새해 인사를 나눴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답장은 같았다.

, 지금 어딘데? 그쪽 사진들 좀 던져보지.”

 

일출이 아닌 일몰인지라 송년 인사에 더 어울리긴 하겠지만. 이게 어디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로컬 식당의 테라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음식 주문이고 뭐고 너도나도 노을 진 메콩강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이걸 놓치고 갔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