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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51, 라오스 루앙프라방 8-1: 어느 배고픈 여행자의 하루 1 (20190104)

경계넘기 2021. 4. 26. 14:43

 

 

어느 배고픈 여행자의 하루 1

 

 

어제 오후의 햇살은 잠시의 선물이었나 보다.

오늘은 수줍은 햇살마저 없다.

 

빅트리 카페(Bigtree Cafe)에서 블랙커피 한 잔 시켜놓고 글을 쓰고 있다.

날씨마저 쌀쌀해서 실내에 앉았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벌써 배가 고프다.

 

아침도 깨끗이 먹었고, 어제 저녁으로는 여행 시작한 지 50일 만에 처음으로 한국 식당에 가서 공깃밥 추가에 반찬까지 싹싹 훑었다. 그런데도 지금 배가 고프다. 아침 먹은 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여행 다이어트

 

 

내 몸의 체지방이 많이 빠졌나 보다. 50일 정도 여행했으니 빠져도 꽤 빠졌을 게다. 여행을 시작한 이후 몸무게를 재본적은 없지만 경험상 4, 5kg은 충분히 빠졌으리라.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은 이미 오래고허리띠 구멍을 한 칸 더 조인 것도 한참 되었다.

 

다이어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여행 다이어트. 여행을 하고 오면 잘 먹어서 오히려 살이 찐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일주일 이내의 짧은 여행일 경우다. 장기간에 걸쳐 여행을 하다 보면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특히 배낭여행은.

 

열심히 먹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하루에 걷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여행의 다른 말이 걷기아닌가.

하루 2, 3만 보 걷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여기에 하나 더한다면 동남아 음식의 양이 너무 적다.

 

밥이고 국수고 어디가나 적다. 애매하게 적어서 두 그릇을 시켜서 먹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하루 세 끼가 아니라 다섯 끼 정도는 먹어야 될 듯싶으니 돌아서면 배고픈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하물며 체지방이 쭉 빠진 지금은 더욱.

 

덕분에 나의 일과는 먹을 거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루앙프라방 구시가지의 로컬식당들

 

 

쓰라는 글은 안 써지고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한다여기 빅트리 까페에서 먹을까? 아니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까오삐약이라는 라오스 쌀국수다. 그 담백한 국물.

 

지금 시각이 1120.

점심시간 직전이니 조금 서둘러 간다면 자리가 있을 수 있다.

 

바로 카페를 나와 달리듯 간다. 국수 먹으러 그리 바삐 간적이 있었나 싶다. 허름하긴 하지만 이곳은 맛집으로 한국인에게도 꽤 소문난 집이다. 한글로 쓴 메뉴판도 있다. 한창 점심 때 가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서둘러 바삐 갔더니 자리가 있다.

 

이름이 씨엥통(Xiengthong) 식당이다. 왓 씨엥통(Wat Xiengthong)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있다. 맛집 찾아 온 것은 아니고 구시가지 둘러보다 현지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왔었다.

 

 

 

시키고 나니 곱빼기를 시킨다는 것을 잊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곱빼기를 시키면 준다고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가 일러 주었었다. 대신 한글 안내판에 있는 대로 누룽지 같은 것을 시킨다. 국수 면발을 다 먹고 누룽지를 국물에 말아 먹는다. 정말 맛있다. 여기에 라오 맥주(Beerlao)가 빠질 수는 없다.

 

 

 

씨엥통 식당을 나와서 우측에 있는 골목길로 접어들면 골목길 중간 코너에 비슷한 국수를 파는 다른 로컬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도 카오삐약을 판다. 씨엥통 식당에 자리가 없을 때 가는 곳이다. 주로 현지인들만 오는 곳이다. 가격은 씨엥통보다 조금 싸다.

 

카오삐약 한 그릇을 더 먹는다. 

 

씨엥통에서 식사를 했음에도 식당을 지나려니 아쉽다. 앞서 곱빼기를 시켰어야 했다. 맛은 비슷하지만 양은 이쪽이 조금 더 많다. 다만 현지인들을 주로 상대해서 그런지 고수가 약간 들어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블로그를 치장하는 관광객에 의한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아니어서 좋다.

 

 

 

같은 골목에 백종원이 다녀갔다는 로컬식당이 있다. 

 

이 국수집 바로 전이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는데 거기 기둥에 백종원이 다녀갔다는 한글 표지가 있다. 백종원의 친필 사인인지는 알 수 없다. 백종원이 왔다고 해서 그 집이 맛집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시간이 나면 한 번 가볼 생각이다.

 

그런데 이집 지나칠 때마다 보면 손님이 없다. 

 

백종원 마케팅이 한국인이 가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Hanoi)에서는 박항서가 다녀갔다는 한글 안내문을 붙인 식당도 봤었다.

 

 

 

메콩강 쪽의 골목길을 걷다보니 항상 가던 강변의 로컬 식당이 나온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 이미 점심도 두 번이나 하고 맥주도 마셨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그 보다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메콩강의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내 평생 기억에 남을 메콩강 풍경이니까. 라오스 중부의 도시 사반나케트(Savannakhet)의 카페에서 보던 메콩강의 풍경처럼.

 

맥주 한 병 마시고 있으니 해가 구름 사이로 살짝 비친다. 햇살에 반짝이는 메콩강의 탁한 물살이 좋다. 계속 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 같다.

 

 

 

다시 배가 출출해진다.

 

이쯤 되면 배 속에 거지가 들었음이 틀림없다. 식사는 그렇고 안주 겸 감자튀김을 하나 시킨다. 2만 낍. 조금 비싼 느낌인데 양마저 너무 적다. 단골에게 이럴 수가. 그냥 식사를 시킬 걸.

 

맥주 한 병을 더 시킨다. 오늘 벌써 맥주만 세 병째다. 오후 2시가 넘어서니 먹구름이 완전히 가시고 파란 하늘이 나온다. 숙소에 돌아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며칠 후면 메콩강을 더 이상 못 본다고 생각하니 더욱 애틋해진다.

 


 

사람도 없어서 이어폰으로 듣던 음악을 스피커로 듣고 있다.

메콩강변의 카페를 내가 전세 놓은 것 같다.

 

정승환과 수지가 같이 불렀던 대낮에 한 이별이 나온다.

노랫말이 지금 메콩강에 비취는 밝은 햇살과 딱 맞물린다.

 

 

햇살이 밝아서 햇살이 아주 따뜻해서......
햇살이 밝아서 아픔을 잊을 수 있어서.....
.
햇살이 밝아서 눈물을 멈출 수 있어서......
햇살이 밝아서 하늘이 너무 고마웠서......
햇살이 밝아서 괜찮았어......

 

 

지금 메콩강에 비취는 햇살의 느낌이 딱 그렇다.

 

멍하니 노래를 들으며 강을 보고 있는데

누렇고 탁한 메콩강이 갑자기 서럽게 느껴진다.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슬픈 노래를 너무 많이 들었나?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