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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52, 라오스 루앙프라방 9-1: 라오스 쌀국수, 카오삐약(Kao Piak) (20190105)

경계넘기 2021. 4. 28. 11:32

 

 

라오스 쌀국수, 카오삐약(Kao Piak)

 

 

개인적으로 음식에 그리 집착하는 편이 아니다.

 

맛집이라고 굳이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맛집을 피해 다닌다고 하는 편이 맞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다리기 싫어서다. 여행을 자주 하지만 친구들이 나에게 맛집을 물어보지는 않는다.

 

루앙프라방(Louang phrabang)에 와서 씨엥통(Xiengthong)이란 이름의 국수집을 매일 가고 있다. 라오스 쌀국수 카오삐약(Kao Piak)을 파는 집이다. 전형적인 맛집답게 카오삐약 하나만 판다.

 

일부러 찾아간 것은 결코 아니다.

 

씨엥통 식당은 루앙프라방의 대표적인 사원인 왓 씨엥통(Wat Xiengthong)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 있다. 식당 이름이 씨엥통인 이유다.

 

지나가다가 한글 안내판이 입구에 붙어 있어서 호기심에 안을 들여다봤다. 국수집인 것 같은데 빈자리가 없었다. 맛집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날은 그게 다였다. 기다렸다가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 다음 날인가. 숙소가 근처여서 오전에 동네 산책을 하다가 그곳을 다시 지나가게 되었다. 점심시간 한참 전이어서 자리가 있었다. 요즘 살이 빠지면서 식사하고 돌아서면 배가 고파지는지라 들어가서 라오 맥주 한 병과 카오삐약을 시켰다. 그때는 카오삐약이 뭔지도 몰랐다. 그저 한글 메뉴판에 있는 것이 그거 하나였다.

 

국물을 한 번 떠 마시는데 담백하니 시원했다.

 

한국의 수제비나 칼국수 국물 같았다. 동남아 특유의 향은 전혀 없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국수는 양이 적었지만, 베트남 국수처럼 작은 접시에 숙주나물이 따로 나왔다. 야채는 더 달라고 하면 준다.

 

 

 

국수를 먹고 나서 남은 국물에 누룽지 같은 것을 말아먹으면 맛있다.

국수의 양이 부족한 것을 그나마 상쇄시켜 준다.

누룽지의 가격은 천 낍. 감사한 가격이다.

 

 

 

카오삐약의 가격은 14천 낍. 우리 돈으로 2천원 정도.

 

계란이 들어간 것이 그렇고 일반 돼지고기 카오삐약은 12천 낍이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곱빼기도 있다. 3천 낍 정도 추가된다. 성인 남성이라면 곱빼기에 누룽지 하나 말아 먹고, 라오 맥주 한 병 마셔줘야 그나마 배를 채울 수 있다.

 

씨엥통 식당의 카오삐약이 12천 낍 또는 14천 낍이지, 일반 로컬식당에서는 다들 1만 낍이다. 우리 돈 1,400.

 

 

 

다만 이 집이 맛집인 이유가 있다.

 

몇 군데 로컬식당에서 카오삐약을 먹어봤는데 이 집의 국물이 가장 담백하다. 여기에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고수 향이 전혀 없다. 일반 로컬식당에서는 고수 향이 난다. 고수를 빼달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작게 썬 야채에 고수가 섞여 있어서 완전히 고수 맛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왕이면 그 맛집을 간다. 중국이나 동남아를 그렇게 많이 갔어도 아직 고수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맛집이라고 하더라도 자주 찾아가는 편은 아닌데 이 집만은 첫날 이후 매일 가고 있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침을 먹고 조금만 지나면 그 맛이 저절로 생각이 난다는 사실. 마치 술 먹은 다음날 해장국이 생각나는 것처럼 당기는 그 무엇이 있다. 나처럼 한국을 떠난 지 오랜 된 사람은 구수하고 담백한 그 맛이 더 그리울지도 모른다.

 

 

 

오늘도 변함없이 카오삐약을 먹으러 서둘러 간다.

 

11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겨우 한 테이블 있다. 그것마저도 곧 합석이다. 당연히 곱빼기. 가격은 17천 낍이다. 곱빼기라고 해서 배가 부를 정도는 아니다. 동남아 음식의 양이 원체 적다. 당연히 누룽지도 말아 먹는다. 이게 나름 일품이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도 이곳의 까오삐약은 가끔 생각날 것 같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