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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52, 라오스 루앙프라방 9-2: 루앙프라방(Louang phrabang)의 한국 식당, 빅트리 카페(Big Tree Cafe)와 김삿갓

경계넘기 2021. 4. 30. 14:04

 

 

루앙프라방(Louang phrabang)의 한국 식당, 빅트리 카페(Big tree Cafe)와 김삿갓

 

 

루앙프라방(Louang phrabang)에 두 곳의 한국 식당이 있다.

 

하나는 빅트리 카페(Big tree Cafe), 다른 하나는 김삿갓 식당.

빅트리 카페는 구시가지 메콩강(Mekong River)변에 있고, 김삿갓은 구시가지 외곽의 남칸강(Nam Khan River)변에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두 한국 식당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다.

 

 

빅트리 카페
Big tree Cafe

 

 

루앙프라방에서 나의 하루는 빅트리 카페에서 블랙커피 한 잔과 함께 시작한다.

 

빅트리는 구시가지의 메콩강변에 있다. 창가에서 메콩강이 보이고 분위기나 인테리어 등이 좋은 곳이다. 꽤 오래 전에 생긴 곳으로 한국인 여행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도 이미 소문이 난 곳이다.

 

유명세 덕분에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곳도 오전은 한산하다. 정원 테이블에 앉거나 실내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글도 쓰고 책도 읽는다. 며칠 규칙적으로 찾아갔더니 이제는 종업원들도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한국인이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서양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곳이다. 한산한 오전이라 가끔 가족들이 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다. 두 분 사이에 남매가 있다. 오빠와 여동생. 어느 때인가 보니까 오빠가 태권도라고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어깨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붙어 있다. 서양인 남편과 결혼한 한국분이 라오스에 터를 닦고 사신다.

 

여사장님하고는 그저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데 오늘 아침에는 2층도 한 번 올라가보라고 권하신다. 2층은 갤러리로 알고 있는데 미처 올라가볼 생각은 못했다.

 

미술 갤러리가 아니라 사진 갤러리다. 한쪽 편에서는 남자 사장님이 작업을 하고 계신다. 작업실 겸 갤러리. 전시된 작품들을 보니 남편 분이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모양이다. 직접 연출한 다큐멘터리도 가끔 상영하는 것 같다.

 

 

 

2층에도 테이블이 있다.

특히 메콩캉이 바로 보이는 베란다의 테이블이 좋다.

 

카페 여사장님이 다른 분이랑 담소를 나누고 계셔서 이곳에 앉을 수 있는지는 묻질 못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기념할 날이라면 미리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예약을 잡아두면 정말 좋을 듯. 메콩강에 노을이 질 무렵이면 이곳은 그림이나 영화의 한 장면이 될 듯하다.

 

 

 

식사를 한 적도 있다.

 

정말 깔끔하게 나온다.

작은 자기 종지에 다양한 밑반찬을 담아 내오는데 예술가 남편의 아내답게 정갈하고 예쁘게 나온다.

 

맛도 훌륭하다.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여사장님의 음식 솜씨가 정말 좋았다. 다양한 반찬과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의 감칠맛이 이국에서는 결코 쉽게 맛볼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반찬들도 모두 깔끔하고 맛있다.

 

빅트리는 커피 한 잔 마시러 와도 좋고, 식사를 해도 좋은 곳이다.

곁들여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2층의 갤러리도 감상한다면 더욱 좋고.

 

 

김삿갓 식당

 

 

김삿갓은 루앙프라방에 온 다음날 남칸강을 산책하다 발견한 곳이다.

빅트리는 원래 유명한 곳이었지만 김삿갓은 생각지 못한 곳이다.

 

남칸강변의 유토피아 들어가는 골목길을 그냥 지나쳐 조금 더 걸어가면 나온다. 산책길에 우연히 한글 간판을 보고 반가웠던 곳이다. 시가지 도로변에 있어서 전망은 없고, 분위기도 한국의 일반 식당과 비슷하다.

 

 

 

가격이 괜찮으면 한국 음식이나 먹어볼까하고 출입구 앞에 비치된 메뉴판을 훑어봤지만 이내 발길을 돌렸다. 김치찌개가 6만 낍. 우리 돈으로 85백 원 정도한다.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가기에는 좀 무리다. 이곳 라오스의 물가를 생각하면 더욱.

 

여행자에게 지출의 기준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숙박비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방값은 일박에 45천 킵. 한 끼 식사로 하루치 방값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은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그런데 며칠 후 김삿갓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숙소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단순 여행자는 아니다. 원래 베트남 하노이(Hanoi)에서 사는 친구다. 잠시 비자 문제로 이곳에 나와 있다고 했다.

 

비자 문제라면 굳이 먼 루앙프라방이 아니라 훨씬 가까운 라오스 도시들도 있지 않나요?”

그야 그렇죠. 하지만 겸사겸사 결혼할 예비 신부의 처갓집에 온 거라.”

처갓집이 루앙프라방이예요?

예비 신부가 라오스 분?”

아니요, 한국인이에요. 장인 되실 분이 이곳에서 한국 식당을 합니다. 김삿갓이라고.”

김삿갓이요! 그럼 예비 장인 댁에서 묵지 여긴 왜?”

며칠 묵었는데 여자 친구랑 같이 온 것이 아니라 어렵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예비 장인 댁이라니 날을 잡아 그 친구랑 저녁 먹으러 갔다.

친구 장인어른 식당에 음식 팔아주러 가는 심정으로.

 

김삿갓은 전형적인 한국 식당의 모습이었다. 반찬도 다양하고 음식도 푸짐하고 맛도 한국과 다름없다. 원래 이렇게 푸짐한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예비 사위와 함께 간 것이니.

 

이번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먹은 날이기도 했다. 세계여행 50일째이기도 하고. 살도 많이 빠져서 항상 허기가 지는 터라 반찬 하나하나까지 싹 흡입했다. 더 챙겨주시는 반찬까지도.

 

루앙프라방이 처갓집이라니.

김삿갓에서의 식사는 그 친구 덕분에 어이도 없지만 잊히지가 않는다.

 


 

빅트리와 김삿갓을 굳이 비교하자면,

 

식당의 분위기나 전망, 음식의 깔끔함과 세팅은 확실히 빅트리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여사장님의 음식 솜씨도 훌륭하다.

 

일행 중에 여자가 있다거나 분위기를 찾는다면 빅트리를 권한다.

 

반면에 넉넉한 음식 양에 술 한 잔 걸치면서 간만에 한국 분위기에 젖고 싶다면 김삿갓을 추천한다. 찌개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면 더더욱 김삿갓이다.

 

장담하는 것은 두 곳 다 외국에서 흔히 만나는 얼치기 한국 식당은 아니다.

 

ps.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항상 먹고 나면 사진 생각이 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