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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53, 라오스 루앙프라방 10-2: 느림의 미학, 슬로우 시티(slow city)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20190106)

경계넘기 2021. 5. 4. 21:46

 

 

느림의 미학, 슬로우 시티(slow city) 루앙프라방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천년의 흐름이 느껴지는 도시.

자연, 역사,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도시.

느림의 미학, 느림의 도시.

슬로우 시티(slow city)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이다.

 


 

루앙프라방 여행은 아침 산책에서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는 강변을 따라 걸어보자. 아침 길은 조용하고 상쾌하다. 구시가지를 감싸고 도는 메콩강(Mekong River)과 남칸강(Nam Khan River)의 누런 황토빛 물살이 수줍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남칸강에 놓인 대나무 다리는 운치를 더한다.

 

 

 

돌아올 때는 강변을 벗어나 골목길을 걸어보자. 골목길 담장마다 수줍게 눈웃음 짓는 이름 모를 화사한 꽃들 그리고 푸르른 나무들이 아침 이슬을 머금어 더욱 싱그럽다.

 

 

 

아침 시장을 둘러봐도 좋다.

 

새벽을 여는 라오스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먹거리도 많으니 아침을 이곳에서 해도 좋고, 시장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시장의 기를 빨아들여도 좋다. 돌아오는 길에 과일 사가는 것을 잊지 말고.

 

 

 


 

아침을 먹었으면 물 한 병 손에 들고 본격적으로 루앙프라방을 걸어보자.

 

메콩강과 남칸강에 둘러싸인 루앙프라방 구시가지는 북동 방향으로 45도 드러누운 긴 반도의 모양. 그 가운데를 중심도로인 시사방봉 거리(Sisavangvong Road)가 지나간다. 루앙프라방 산책은 바로 시사방봉 거리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저녁이면 야시장이 열리고 새벽이면 탁발이 지나가는 곳도 여기다.

 

루앙프라방 구시가지 즉 시사방봉 거리 초입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붉은색 지붕의 왓 마이(Wat May)이 사원이 환영을 한다. 이 사원이 보인다면 당신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의 구시가지에 막 들어선 것이다.

 

왓 마이 사원 바로 직전에 사원 담장을 끼고 작은 골목이 있다. 이른 아침에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아침 시장을 볼 수 있다. 골목 초입부터 시장이 열린다.

 

 

 

왓 마이 사원을 지나치면 하얀 벽 그리고 빨간 지붕을 가진 웅장한 사원 하나가 하얀 담장에 둘러싸여 나온다. 호파방(Haw Pha Bang) 사원이다. 높다란 야자수에 둘러싸인 하얀 사원이, 사원이 많은 루앙프라방에서도 무척 이색적으로 보이다. 같은 담장 안에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루앙프라방 궁궐이 있다. 궁궐 건물은 시사방봉 거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왓 마이 사원 주변으로 낮에도 가끔 시장이 선다.

 

 

 

호파방 사원 맞은편이 푸시산(Mt. Phousi)이다.

 

올라가는 계단도 그쪽에 있다. 푸시산은 루앙프라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전망 좋은 곳. 일몰이 질 때가 특히 아름답다. 루앙프라방 산책이 끝나고 시간 맞춰 올라가 보시길. 좀 일찍 올라가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시간 맞춰 올라가면 좋은 자리는 이미 남의 차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어도 남들의 뒤통수가 반은 가릴 것이니.

 

 

 

왓 마이 사원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곳이 루앙프라방 구시가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여행자 거리다. 붉은 지붕의 2층 하얀 건물이 길게 이어지는 곳이다. 이곳에 레스토랑, , 카페, 기념품점 그리고 여행사 등이 몰려 있다. 저녁 야시장의 중심이기도 해서 낮이나 저녁이나 항상 붐빈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고즈넉한 구시가지의 풍경이 나온다.

 

시사방봉 거리 왼편으로는 크고 작은 사원들이 연이어 있다. 사원을 구경하다보면 들어갈 때 사원과 나올 때 사원이 다르다. 사원끼리는 담장이 없이 연이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 시사방봉 거리의 사원들은 구시가지의 끝, 두물머리 부근에 있는 루앙프라방 최고의 사원 왓 씨엥통(Wat Xiengthong)에서 끝난다.

 

루앙프라방이 산책하기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왓 씨엥통과 국립박물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원이 무료라는 것. 언제든 들어가서 구경하고 쉴 수 있으니 구시가지 전체가 하나의 공원 같다.

 

시사방봉 거리 초입의 왓 마이에서 끝자락의 왓 씨엥통까지의 사원을 찬찬히 둘러본다면 하루로도 부족하다.

 

 

 


 

시사방봉 거리를 구경했다면 이 거리를 중심으로 갈비뼈처럼 나 있는 사잇길을 둘러볼 차례.

 

시사방봉 거리의 오른편으로 난 골목길들이 아기자기하게 예쁘다. 남칸강과 시사방봉 거리 사이의 골목길. 좁은 골목길 사이로 예쁜 꽃들과 풍성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아름다운 곳이다.

 

유럽풍 건물도, 라오스 전통 양식의 고급스런 건물도, 그리고 라오스 서민들의 집도 보인다.

 

 

 

남칸강변으로는 라오스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은 호텔들이 들어서 있고, 사이사이 고급스런 레스토랑도 있다. 북적이는 여행자 거리에서 벗어나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라오스 정찬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을 둘러봤다면 다음은 시사방봉 거리의 좌측 골목길이다. 메콩강과 시사방봉 거리 사이의 길들이다. 구시가지의 주거지. 아기자기한 모습은 없지만 구시가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곳이다.

 

로컬 식당, 세탁소, 구멍가게들이 보이고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는 곳이다. 그 사이사이에도 이름 모를 사원들이 곳곳에 있다.

 

 

 

루앙프라방을 산책할 때 덥다고 느껴지면 지붕의 처마 선을 따라 하늘을 보자.

 

마치 제비가 날아오르는 듯한 라오스 전통 건물의 늘씬한 지붕이 푸른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 지붕을 살짝 가리는 예쁜 꽃들과 야자수까지도. 더운 루앙프라방에서 푸른 하늘과 늘씬한 지붕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시원하고 상쾌해진다.

 

 

 

메콩강변은 남칸강변에 비해 북적인다. 카페도 레스토랑도 여행사도 많다. 2의 여행자 거리. 빅트리 카페(Big tree Cafe)와 샤프란 카페(Saffron Coffee) 등의 유명한 카페들도 이곳에 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이곳에서 모닝커피 한 잔 해도 좋다.

 

메콩강변은 일몰이 일 때 다시 가보길 바란다. 노을이 일 때쯤 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메콩강의 일몰을 안주 삼아 라오 맥주(Beerlao)를 마셔보자. 일몰의 메콩강은 황금색으로 빛난다. 노을 진 메콩강과 라오 맥주가 너무도 잘 어울린다.

 

푸시산의 일몰도 아름다우니 하루는 푸시산의 일몰을, 하루는 메콩강의 일몰을 보시길. 물론 날씨가 받쳐주어야 하겠지만.

 

 

 

! 루앙프라방에는 곳곳에 예술인들이 많다.

눈으로 담아도 좋지만 화폭에 담긴 루앙프라방도 좋다.

기념품 가게의 공예품들도 독특하고 예쁘다.

 

 

 

저녁은 시사방봉이나 메콩강의 여행자 거리에서 해도 좋고, 남칸강변에서 해도 좋다. 활기차고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다면 여행자 거리로, 조용한 분위기를 찾는다면 남칸강변으로 가면 좋다.

 

루앙프라방은 천천히 걸을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길을 걸어도 저마다의 걸음이 다르듯,

저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낀다.

그게 느림의 도시, 느림의 미학,

루앙프라방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