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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54, 라오스 루앙프라방 11-2: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에서 태국 치앙라이(Chiang Rai)로 (20190107)

경계넘기 2021. 5. 6. 20:15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에서 태국 치앙라이(Chiang Rai)로

 

 

다시 이동.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떠나 태국 치앙라이(Chiang Rai)로 간다.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에서 10박 11일.

슬로우 시티 루앙프라방의 품이 아늑하지만 갈 길이 너무 많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베이징(北京), 시안(西安), 청두(成都), 다리(大理)와 쿤밍(昆明)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Hanoi)로 들어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루앙프라방까지 870km 거리를 버스로 장장 30시간이나 걸려 왔다. 870km면 서울에서 부산의 왕복 거리다. 그 길을 30시간이나 걸렸으니 그만큼 길이 험하고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경에서도 시간을 꽤 많이 잡았다.

 

루앙프라방에서 국경도시 훼이싸이(Huay Xai)를 거쳐 치앙라이까지 가는 길은 구글맵으로 580km가 나온다. 버스로 1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보다는 길이 좀 낫다는 이야기다. 그나마도 라오스가 문제지 태국에서는 도로 사정이 무척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루앙프라방에서 치앙라이

 

30시간에 비하면 16시간은 껌이다.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타고 갈 슬리핑 버스다. 일반적으로 슬리핑 버스, 즉 침대 버스는 3열이다. 한 열에 한 사람씩 누워 간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에서 치앙라이 가는 침대 버스는 2열이란다. 혼자 누워 가느냐? 그랬으면 정말 좋겠지만 같은 침대칸에 두 명이 누워 간다. 좁은 것도 좁은 것이지만 좌석 분리대가 없어서 두 사람의 살이 맞닿아야 한다. 연인이라면 이 보다 좋은 좌석이 없을게다.

 

옆에 덩치 큰 친구가 와도 문제지만 여자가 오면 더욱 불편하다. 잘못하면 치한으로 몰릴 수도 있다. 앉아가는 좌석 버스도 있지만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슬리핑 버스만 운행한다고 하니 달리 방도가 없다.

 

 

 

오후 6시에 루앙프라방 터미널을 출발해서 새벽이나 아침에 훼이싸이 국경 검문소에 도착하고 치앙라이는 오전 10시 전후해서 도착한다고 한다. 16시간 예정이다. 오전 10시면 새로운 여정지에 도착하는 시간으로 딱 좋다.

 

버스표는 며칠 전 여행자 거리에 있는 여행사에서 샀다. 몇 군데 둘러보고 저렴한 곳에서 샀다. 어차피 버스표는 대행이다. 루앙프라방 버스 터미널은 구시가지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왕복 교통비와 시간을 생각하면 수수료 조금 주고 여행사에서 사도 별무리가 없다. 여행사에서 사면 픽업 서비스도 포함된다.

 

숙소에서 대충 마지막 정리를 하고 픽업을 기다린다.

 

오후 5시 픽업이니 15분에서 30분 정도 늦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세상에나 15분 일찍 온다. 미리 준비하고 있길 다행이지 아니면 서두르다 물건 놓고 가기 딱 좋다. 픽업 순서가 내가 제일 처음인 줄 알았는데 나 혼자다. 바로 터미널로 직행.

 

터미널에서 보니 치앙라이 가는 버스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치앙마이(Chiang Mai) 가는 버스가 들려 간다. 여행사에서 준 티켓을 창구에서 좌석표와 바꿀 때 승객 명단을 슬쩍 보니 승객이 많지 않다. 외국인만 따로 적은 명단 같다.

 

 

 

버스는 듣던 대로 넓은 한 좌석에 두 명이 같이 누워간다. 만석은 아닌데 내 좌석에는 짝궁이 있다. 뒤로는 혼자 누워 가는 좌석들도 많은데.

 

버스 좌석에 대한 운은 계속 없다. 지난번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에 올 때는 오버 부킹이 되어서 침대 통로에 누워 왔었다. 이번에는 한 좌석에 두 명이 누워간다.

 

버스는 오후 550분에 출발한다.

 

 

 

그런데 이 좌석 정말 불편하다.

 

나랑 같이 누운 친구는 이탈리아 여행객 파올로. 자기도 겸연쩍은지 먼저 자기소개를 하면서 인사를 한다. 체격이 있는 두 남자가 누우니 손을 바로 내리기도 힘들다. 몸 앞으로 팔짱을 끼거나 모로 누워서 자는데, 그것도 한, 두 시간이지 정말 힘들다. 차가 커브 길이라도 들어서면 몸이 따라 움직이니 침대 한 편을 붙잡고 버텨야 한다.

 

이탈리아 친구 파올로도 그 덩치를 모로 세우거나 해서 나에게 피해를 안주려 무지 애를 쓴다. 더욱이 이탈리아인 치고는 키도 커서 다리도 제대로 뻗질 못한다. 그나마 나는 통로 쪽이라 통로로 발을 뻗어보기라도 한다.

 

출발한지 2시간 정도 지나서 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한 버스는 본격적으로 꼬불꼬불한 길을 달리나 싶다. 미끄러운 침대 좌석에서 몸이 춤을 추려한다. 좌석 한편을 꼭 잡고 버텨야 파올로와 덜 붙는다. 남자 둘이 서로 몸을 안 부대끼려 필사적인 사투를 벌인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잘 수 없는 상황. 자주 시계를 보니 시간은 더욱 더디 간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지난번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 올 때 통로에 누워왔던 게 차라리 훨씬 낫다. 그땐 잠이라도 편하게 잤다.

 

한 블로그에 의하면 성추행이 만연한 버스라 하던데 의도적인 것도 있겠지만 차가 좌우로 크게 움직일 때마다 본의 아니게 몸이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잠이 들었다면 더욱.

 

온 몸에 힘을 줘가며 버스를 타고 간다.

가로수도 없는 길은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하루 늦추어서 좌석 버스 타고 갈 걸 그랬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