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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라오스(Laos)

D+054, 라오스 루앙프라방 11-1: 루앙프라방(Luang Prabang)과의 작별 인사 (20190107)

경계넘기 2021. 5. 5. 11:35

 

 

루앙프라방(Luang Prabang)과의 작별 인사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을 떠난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떠나 태국 치앙라이(Chiang Rai)로 들어간다.

 

변함없이 아침에 일어나 메콩강과 남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강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어제와 같은 곳이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애틋해진다.

 

전날에 가방을 챙기지 않았다.

 

오후 늦게 이곳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예전 같으면 대충이라도 챙겨 놨을 터인데 그것마저도 촐싹대는 것 같다. 짐이라고는 달랑 45리터 배낭 하나다.

 

아침과 샤워를 하고 천천히 배낭을 챙긴다. 침대 아래 늘어졌던 배낭을 털어 옷가지를 둘둘 말아 넣는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금방금방 챙긴다. 넣을 것과 넣을 공간의 매치가 이제는 익숙하다. 따로 물건을 확인하지 않아도 공간이 비면 무엇이 빠졌는지를 바로 안다.

 

마지막까지 항상 확인하는 것은 주로 손에 들고 다니는 핸드폰이다. 그것마저도 이동 직전에는 작은 가방 제 자리에 넣어 둔다.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숙소에 맡긴다.

 

 

 


 

이제부터는 이별 의식을 치른다.

 

정들었던 곳을 둘러보면서 나만의 작별 인사를 한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이미 두물머리 강변 공원과는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익숙해지고 정들면 떠나는 것이 여행자의 숙명이다.

 

 

빅츄리 카페(Big tree Cafe)로 간다. 이제는 한국인 여사장님이 나를 알아보시고 인사를 하신다. 지난번에는 2층 갤러리도 한 번 구경해보라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2층에서 다큐멘터리도 상영하니 시간 되면 보고 가라고 권하신다.

 

주로 남편 분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서양 분인 남편은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2층 갤러리에는 남편 분이 담은 루앙프라방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네주신 다큐멘터리 안내문을 보니 남편 분 성함이 Adri Berger. 가기 전에 다큐멘터리 볼 시간이 있을 런지 모르겠다.

 

 

 

빅트리 카페에서 점심까지 시킨다. 음식을 팔아줄 요량이다. 라오스 돈이 십만 깝 이상이 남아서 이것을 소진할 필요도 있다. 고액권도 아니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라오스 돈은 주변 국가에서 환전이 잘 안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져온 태국 돈도 조금 있으니 굳이 국경에서 환전을 할 필요도 없다.

 

된장찌개를 시킨다. 55천 깝. 우리 돈으로 8천원 돈. 이곳 물가를 생각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다. 외국의 한국 식당은 그 나라가 잘 살든 못 살든 대개 가격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그래서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한국 식당은 사치일 수 있다.

 

다른 건 먹어보지 못했지만 일단 이 집의 된장찌개는 일품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는 된장찌개는 살짝 매콤하니 맛이 좋다. 이제까지 외국에서 먹어본 된장찌개 중에선 최고인 듯. 여사장님 음식 솜씨가 아주 좋다. 반찬도 열 댓 가지가 나온다.

 

가격은 라오스 현지의 일반 음식들보다 비싸지만 이렇게 반찬까지 계산을 해보면 결코 비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 음식은 반찬 하나하나도 요리에 견줄 수 있으니까.

 

공깃밥에 된장찌개를 바닥까지 싹싹 먹고, 반찬들까지도 남김없이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지는 않는다. 그 정도 먹었으면 배가 나올 만도 하구만. 배와 허리에 붙어 있던 지방 덩어리들이 싹 사라졌나 보다.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한국 음식으로 야무지게 한다.

 

 

 


 

오후에 들어서니 햇살이 비췬다.

오전에는 흐렸다가 오후 들어 날이 개는 날이 요 며칠 루앙프라방의 날씨다.

 

이제는 루앙프라방의 나의 최애지(最愛地), 강변 카페에 간다.

이곳에서 라오 맥주(Beerlao)와 함께 마지막 메콩강의 모습을 눈에 시리도록 담는다.

루앙프라방 다음의 목적지는 태국의 치앙라이. 더 이상 메콩강을 만날 수는 없다.

 

루앙프라방에서 메콩강을 보면서 슬로운 라이프(slow life)’을 배운다.

 

흘러가는 메콩강의 강물에 세월을 담고,

내려앉는 메콩강의 일몰에 인생을 담는다.

 

노을 진 메콩강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지만 떠날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루앙프라방을 떠올리면 이곳이 많이 생각날 게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한가하고 편하게 보낸 곳이 루앙프라방이다. 

여행 중에 문득문득 이런 곳을 원했는데 이곳에서 여행 중의 망중한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원래 중국 다리(大理)에서 이런 편안함을 원했는데 지금의 다리는 예전의 다리와 달랐다. 너무 빠르게 상업화되면서 예전의 평온했던 다리의 모습은 사라졌다. 가만있어도 피곤해지는 곳이 되었다.

 

루앙프라방 역시 라오스의 가장 핫한 관광지. 물가도 동남아에서 가장 비싼 곳 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루앙프라방은 편안하다. 이게 느림의 미학이고 느림의 삶인가 보다.

 

루앙프라방을 떠나려니 무척 아쉽다. 하지만 가야할 곳에 대한 흥미와 흥분이 아쉬운 감정을 누른다. 어쩔 수 없는 여행자의 팔자이자 역마살이다. 또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고.

 

 

 

빅트리 카페에서 팔아주느라 카오삐약을 먹으러 씨엥통(Xiengthong) 식당에 가지 못했다.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으니 다시 와야겠지......

 

! 그게 예의지.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