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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크로아티아(Croatia)

D+206,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3-2: 역사박물관과 고문 박물관 (20190608)

경계넘기 2022. 4. 16. 10:44

 

 

크로아티아 역사박물관(Croatian History Museum)과 고문 박물관(Torture Museum)

 

 

발칸에서는 되도록 역사박물관을 찾는다.

 

발칸은 역사적 의미가 높은 지역일 뿐만 아니라 복잡한 민족 구성과 종교로 인해 역사도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하나의 역사적 현실에 각기 다른 이해들과 인식들이 대립하며 언제라도 잔혹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기에 발칸을 세계의 화약고라고 일컫는다. 발칸 국가들을 방문할 때마다 되도록 역사박물관을 들리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지에서 적어도 그들이 생각하는 역사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 역사박물관
Croatian History Museum

 

 

신시가지 산책을 마치고 크로아티아 역사박물관(Croatian History Museum)을 찾아간다.

 

역사박물관은 구시가지 그라데츠(Gradec) 언덕의 자그레브 성 마르코 성당(St. Mark's Church, Zagreb) 근처에 있다. 어제 둘러보면서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정확히는 자그레브 시의회(City Assembly of the City of Zagreb) 뒤편 건물이다.

 

 

 

크로아티아의 역사박물관은 세르비아보다도 못하다.

30분 만에 나왔다.

 

발칸 국가들의 박물관들, 특히 역사박물관들은 왜들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세르비아 역사박물관도 허접했지만 이곳 크로아티아 역사박물관은 더하다. 세르비아 역사박물관은 제1차 세계대전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크로아티아 역사박물관은 한술 더 떠서 그냥 1918년에만 집중되어 있다. 주제도 제한적이지만 내용도, 전시도 형편없다. 온통 사진들과 설명문뿐이다. 그럼에도 1918년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박물관의 전시물 가지고는 완벽히 이해할 수가 없다. 왜냐면 크로아티아어로만 적혀 있기 때문이다. 영어 설명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국립 역사박물관이라 하면 민족 또는 국가의 기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내용과 유물들을 포괄해서 전시하지 않나? 기본적인 전시와 함께 그때그때 특별 주제로 특별 전시를 갖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국립 역사박물관의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이 영어 설명이 없는 국립 역사박물관이라니 해도 너무 한다.

 

발칸 국가들의 얽히고설킨 역사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역사박물관은 그저 허무함만 주었다.

 

입장료는 비싸지 않았다.

15쿠나. 하지만 그것조차도 아깝다.

 

 

고문 박물관
Torture Museum

 

 

역사박물관의 허무함을 뒤로 고문 박물관(Torture Museum)에 간다.

 

어제 지나가다가 봐 두었던 박물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주제라 호기심이 생겼다. 중세 유럽에서 마녀 사냥에 사용한 잔혹한 고문을 전시한다는 문구에 혹해서 오긴 했는데 여기도 내용이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좀 쇼킹하다. 책이나 TV에서 보긴 했지만 실제 고문 도구들을 보니 섬뜩하다. 가지가지로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을 연구했다 싶다.

 

작두나 손이나 머리를 누리는 톱니바퀴 정도야 일반적이다.

 

 

 

온통 쇠가시가 박힌 의자나 통은 섬뜩하다.

 

한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그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쇠가시가 박힌 의자나 통은 가시에 박힐 때도 고통스럽지만 가시가 박힌 구멍으로 피가 흘러나와서 서서히 온몸의 피를 말려 고통스럽게 죽이는 기구란다.

 

 

 

피라미드처럼 생긴 정육면체가 있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다. 그림과 설명을 보고 나니 독하다 싶다. 사람의 허리보다 높은 곳에 이것을 놓고, 포박된 사람을 묶어 올려서 항문을 정육면체의 뾰족한 꼭지점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끝. 자신의 몸무게에 의해서 뾰족한 꼭지점이 파고들면서 서서히 온몸을 갈라놓는단다. 이 고문 도구 역시 중력을 이용해 서서히 아주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이는 데 있다.

 

 

 

돼지나 개모양의 가면도 있다.

저걸 얼굴에 씌어놓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세워 모욕과 치역을 주는 것이라고. 그나마 이건 좀 애교스럽다.

 

 

 

하지만 절대적인 전시 공간이 좁다.

 

이제 막 흥미가 생기려 하는데 끝이다. 전시 공간이 일반 교실 한 칸 반 정도라 전시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몇 가지 고문 도구들을 전시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역사박물관보다는 낫긴 한데 이곳의 입장료는 40쿠나나 된다. 우리 돈으로 8천 원 정도.

 

시간이 부족해서 미술관 등은 가지 못했지만 다른 박물관들은 충만하기를 바란다. 보통 박물관 두 곳을 들리면 기본 반나절 이상을 잡아먹는데 이곳에서는 겨우 1시간 남짓 걸렸다. 크로아티아는 축구에 투자하는 돈의 10분의 1만 사용해도 좋은 박물관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사라예보(Sarajevo)에서 버스 타고 이곳으로 올 때 보니 아무리 작은 도시에도 잔디 구장은 꼭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햇살은 따갑다.

 

발칸의 다른 나라에서도 맑은 날이 많았지만 크로아티아처럼 뜨거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크로아티아에 와서야 6월이 곧 여름의 문턱이라는 사실을 알겠다. 크로아티아 오기 전까지는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다녔다. 생각해보면 다른 발칸 지역의 날씨는 기상 이변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뜨거운 햇살 아래 유럽의 도시는 걷기에 너무 힘들다. 건물도 길바닥도 모두 돌인지라 걷기도 힘들지만 햇볕이 사방으로 반사되어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너무 부신다. 더 이상 걷기도 싫고 해서 이만 자그레브 구경을 마치려 한다.

 

 

 

숙소 오는 길도 덥다.

모처럼 느끼는 더위다. 햇살도 따갑고.

 

마트에 들려서 맥주를 산다.

 

크로아티아 맥주. 오늘만 해도 벌써 500ml 캔 맥주 두 캔 마시고, 점심 식사하면서 생맥주 마시고, 지금 이렇게 맥주 2캔을 사들고 간다. 유럽에 들어와서 알콜 중독자 되겠다. 정말이지 요즘은 물보다 맥주를 훨씬 더 많이 마신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