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크로아티아(Croatia)

D+205,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2-1: 자그레브 구시가지 산책 1, 애피타이저 (20190607)

경계넘기 2022. 4. 15. 11:53

 

 

자그레브(Zagreb) 구시가지 산책 1, 애피타이저

 

 

간만에 힘이 나는 아침이다.

 

잠도 잘 자고. 이층 침대의 2층은 낮에 생활하기는 불편하지만 방해를 덜 받아서 잠을 자기에는 좋다. 숙소도 부대시설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방은 넓고 쾌적하다. 3층이고 창도 크다. 저녁에 잘 때 창문을 열어두어서 모기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모기도 없었다.

 

다만 샤워실이 하나인 점이 많이 불편하다. 내가 있는 층에 8인실이 2개 있는데 샤워실이 하나다. 느긋하게 일어났더니 기다려야 했고, 샤워를 하는 중에는 사람들이 샤워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은 자그레브 구시가지를 걸어보려 한다.

 

 

고대 도시, 자그레브(Zagreb)

 

 

자그레브(Zagreb)의 기원은 고대 로마로부터 시작한다.

 

로마는 1세기에 이곳에 발칸반도 내륙의 로마군 주둔지로 군사도시를 세웠다. 당시에는 '안다우토니아(Andautonia)'로 불렸다. 로마가 역사 속에서 스러지면서 내륙의 자그레브도 정체되었다. 이제 발칸의 중심은 아드리아 해안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 스플리트(Split) 등의 해안 도시로 옮겨졌다.

 

자그레브가 다시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헝가리 지배 이후부터란다.

 

크로아티아는 12세기부터 헝가리의 지배를 받았다. 헝가리는 12세기 말부터 자그레브를 어느 정도 자치권을 갖는, 헝가리 영토 내의 가장 중요한 도시들 중의 하나(Free Royal City)로 지정하고 발칸의 대표적인 가톨릭 도시로 만들려고 했다. 현재 자그레브의 상징인 자그레브 대성당(Zagreb Cathedral)이 지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자그레브는 두 개의 언덕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서쪽의 그라데츠(Gradec) 언덕은 상인과 농부들이 주로 거주했고, 동쪽의 캅톨(Kaptol) 언덕에는 성직자들을 위한 숙소와 성당이 지어졌다. 두 언덕이 현재 자그레브의 구시가지를 형성한다. 두 언덕의 남단 초입 가운데에 중앙 광장인 반옐라치치 광장(Ban Jelačić Square)이 있다. 현재 이 광장은 구시가지의 두 언덕은 물론이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주는 곳으로 자그레브 관광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자그레브 중앙역
Zagreb Central Station

 

 

먼저 숙소 근처에 있는 자그레브 중앙역(Zagreb Central Station)에 간다.

 

중앙역은 구시가지가 아니고 신시가지다. 구시가지를 둘러보기 전에 다음 행선지인 슬로베니아(Slovenia)의 류블랴나(Ljubljana)에 가는 기차편도 알아보고 기차역도 구경할 생각이다. 중앙역 자체도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혹시나 싶었는데 기차표가 있다.

 

원래 버스로 갈 생각이었다. 기차역도 가깝고 역 구경도 할 겸해서 가본 것인데 표가 있다니. 그것도 버스보다 더 싸다. 바로 기차표를 산다. 근데 표가 좀 색다르다. 기차표에 지정된 날짜와 시간이 없고, 내가 지정한 날짜 포함해서 4일이라고만 적혀 있다. 확인해보니 이 기간에 아무 때나 타면 된단다. 이런 방식의 기차표는 또 처음이다. 좌석도 지정석이 아니란다. 사람이 많으면 서서 갈 수도 있다. 어쩐지 표가 있더라니.

 

자그레브 중앙역을 둘러본다.

 

1892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100년이 훌쩍 넘은 기차역이다. 건물 중앙의 외관이 자못 웅장하다. 헝가리의 철도 건축가가 건설했다고 하는데 기차역답게 길다. 건물 길이가 186.5m란다. 19세기 크로아티아에서 건축된, 가장 큰 공공 건축물 중의 하나란다. 어쩐지 아무리 뒤로 가서 찍어도 건물 전체가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는다 했다.

 

 

 

플랫폼을 살짝 구경하려고 하는데 개표구가 없다.

 

마치 한국의 기차역처럼 사람들이 그냥 드나든다. 잡는 사람도 없으니 플랫폼으로 나가본다. 플랫폼이 넓고 시원하다. 여러 개의 플랫폼이 나란히 서 있는 폼이 중앙역답다. 플랫폼 바닥이 대리석인데 오랜 세월 숱한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그런지 반들반들하다. 바닥에 드러누우면 무척이나 시원할 것 같아 마음에 든다.

 

 

 

기차역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플랫폼에 정차된 선로 위 두 대의 기차. 열차 벽면이 훌륭하다. 모르고 보면 폐차된 열차들에 사람들이 낙서한 줄 알겠다. 제대로 열차 그래피티(graffiti). 일부러 그런 것인지 정말 사람들이 몰래 낙서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하니 나쁘지 않다.

 

 

 

걸인의 찬, 황제의 풍경

 

기차역에 꽤 큰 매점이 있다. 기차역 맞은편에는 멋진 공원이 있다는 생각이 났다. 빵과 맥주를 좀 산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먹고 있으니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고, 아름다운 정원과 고풍스런 주변 건물들까지 운치가 절로 넘친다. 이런 풍경을 가진 식당을 어떻게 찾겠는가!

 

 

토미슬라브 왕 광장
King Tomislav Square

 

 

중앙역 정중앙 맞은편에 말 탄 기사의 동상이 있다.

 

10세기 크로아티아의 전성기를 만든 토미슬라브 왕(King Tomislav)의 동상이다. 우리로 치면 광개토대왕 정도 될라나. 강한 군대를 육성해 크로아티아 영토를 확장했던 인물이란다.

 

 

 

동상 바로 뒤편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아름다운 공원이 이어진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가지고 있다. 공원의 이름은 동상과 같은 토미슬라브 왕 광장(King Tomislav Square)이다. 공원 주변으로 웅장한 석조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내가 방금 간단히 식사를 마친 곳이 이곳의 나무 아래 시원한 벤치다.

 

 

 

동상 반대편, 즉 공원이 끝나는 곳의 중앙에는 노란색 외관을 가진, 1898년에 지어진 자그레브 미술관(Art Pavilion in Zagreb)이 있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멋지다. 특별히 크로아티아에는 노란색 계열의 건물이 많아 보인다.

 

 

 

트미슬라브 왕 광장 바로 뒤로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두 공원이 연달아 이어진다.

 

공원과 공원 사이는 도로로 나뉘어진다. 다른 공원들로 잘 가꿔진 정원 같다. 세 개의 직사각형 공원이 중앙역으로부터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옆으로는 산책길이 있어서 쉬엄쉬엄 구경하며 걷기 좋다.

 

 

 

확실히 잘 계획된 신시가지답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