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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슬로베니아(Slovenia)

D+207, 슬로베니아 류블라냐 1: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슬로베니아 류블라냐 (20190609)

경계넘기 2022. 4. 16. 14:07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b)에서 슬로베니아 류블라냐(Ljubljana)

 

 

슬로베니아(Slovenia)의 수도 류블라냐(Ljubljana)로 이동한다.

 

요즘 정신없이 계속 이동이다. 가장 싫어하는 여행 스타일이 찍고 땡, 일명 찍땡인데 요즘 내가 그걸 하고 다닌다. 그것도 아주 극단적으로. 유럽에 물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슷한 나라가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랜드마크 정도를 빼면 더 이상 유럽의 도시들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류블라냐로는 기차를 이용해서 간다.

 

숙소에서 자그레브 중앙역(Zagreb Central Station)은 걸어서 5분 거리. 가까워서 좋다. 일찍 숙소에서 나와서 기차역 근처 마트에서 남은 크로아티아 돈을 탈탈 털어서 맥주 한 캔 그리고 조각 피자와 빵을 산다. 기차역의 한산한 플랫폼에서 그것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기차라 화장실 걱정 없이 맘껏 맥주를 마신다. 버스라면 상상할 수 없다. 기차 시간이 다가오지만 플랫폼은 한산하다. 자유석이라 좌석 걱정을 좀 했는데 그럴 염려는 없어 보인다.

 

 

 

기차는 조금 지연되어서 1255분에 출발한다.

 

열차는 칸막이 방으로 마주보고 3자리씩 되어 있다. 싼 이유가 있다.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조차 없다. 복도 쪽과 객실 쪽 창문을 모두 열고 간다. 이렇게 창문을 열고 기차를 타본 지가 언제적 일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창밖으로 목가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슬로베니아 가는 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예쁘고 평화롭다. 유럽의 전형적인 목가적 풍경이다. 크로아티아에서는 낮은 구릉이나 평원이 계속 이어진다. 기분 좋은 풍경

 

 

 

복도로 나가 열린 창문으로 풍경을 감상한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도 맡고. 고개나 손도 살짝 창밖으로 내밀어 본다. 어릴 적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기만 하면 위험하다고 당장 손을 넣으라고 하시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에 스친다. 창문을 열고 기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추억을 소환한다.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어서니 쭉 계곡 길을 달린다. 한편으로는 강, 한편으로는 산이 이어진다. 슬로베니아에는 산이 많은가 보다. 류블랴나까지 가는 길에 평야는 거의 보이질 않는다.

 

 

오후 330분에 류블라냐역에 도착한다.

자그레브에서 1시쯤 기차가 출발했으니 2시간 반 거리다.

 

이번 세계여행 19번째 국가인 슬로베니아.

 

슬로베니아는 세르비아(Serbia), 크로아티아(Croatia) 등과 함께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을 구성했던 국가다. 1991년 독립했다. 현재 구유고 독립국들 중에서는 가장 잘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물가도 거의 서유럽 수준에 육박한다. 화폐도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다.

 

 

 

슬로베니아는 가장 서유럽에 가까운 발칸 국가다.

 

지리적으로도 서유럽에 가깝지만 크로아티아와 함께 가톨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발칸 국가들은 서유럽에 가까울수록 잘 산다. 가장 가까운 슬로베니아가 가장 잘 사고 그 다음이 크로아티아. 부유한 서유럽 시장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발전한 서유럽의 문화와 제도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가 비싼 류블라냐에서는 23일만 머물 예정이다.

 

기차역에서 숙소까지는 멀지 않다. 걸어서 숙소까지 가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여기에 더해 국경일이란다. 숙소에 짐을 풀고 물도 사고 맥주도 좀 사려고 마트를 찾는데 국경일이라고 모두 문을 닫았다. 구멍가게라도 찾아 시가지를 헤매고 다니는데 구멍가게는 아예 보이질 않는다. , 이런 놈의 도시가 있는지. 목이 말라도 물조차 살 수 없다. 카페나 레스토랑만 열려 있다.

 

 

 

마트나 구멍가게 찾아 두어 시간을 헤맨 것 같다.

 

이걸 강제구경이라 해야 하나. 두어 시간 돌아다니니 류블랴나 올드타운은 거의 다 본 듯하다. 너무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서 한 카페에서 조각 피자 하나와 맥주를 시킨다. 역시 가격은 지금까지 여행한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비싸다. 조금한 조각 피자 하나와 맥주 한 병이 6유로다. 우리 돈 8천 원. 물을 살 곳이 없어서 카페에서 맥주를 사먹는다.

 

 

 

급한 불을 끄고 찬찬히 류블랴나의 올드타운을 거닐어 본다.

 

하지만 마트와 가게 찾아 다녔던 그 길 이상은 없다. 그만큼 작다는 의미다. 그만큼 마트와 가게 찾아 오래 돌아다녔다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래도 전자의 의미가 강하다. 올드타운이 작아도 너무 작다.

 

 

 

올드타운 한 가운데로 강이 흐른다.

 

류블랴나 올드타운에 특색이 있다면 올드타운 가운데로 강이 흐른다는 것이다. 류블랴나차(Ljubljanica) 강을 가운데 두고 강변 양편으로 길게 올드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올드타운 뒤편으로 서울의 남산마냥 낮은 산이 하나 솟아 있다. 그 정상에 류블랴나성(Ljubljanski Grad)이 있다.

 

강변으로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강이 크지는 않다. 폭은 서울의 청계천만 한데 수량은 청계천보다 훨씬 많다. 

 

 

 

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한 라이브 카페의 음악에 끌려 생맥주 한 잔을 마신다.

생맥주 한 잔이 4유로.

 

 

 

어둠이 내릴 무렵 숙소로 돌아온다.

나가기 전에는 혼자였는데 8인실 도미토리 방은 이미 만실이다.

 

그나저나 마음이 무겁다.

통장에 잔고가 거의 없다.

8백 달러 도둑맞은 여파가 크다.

이곳에서 여행을 종료해야 하나?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