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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6, 이집트 다합 7-2: 다합(Dahab)은 더 이상 배낭여행자의 성지(聖地)가 아니다 2 (20190827-2)

경계넘기 2024. 3. 24. 13:17

 

이집트 다합 7-1: 다합(Dahab)은 더 이상 배낭여행자의 성지(聖地)가 아니다 1 (286-20190827-1)

 

D+286, 이집트 다합 7-1: 다합(Dahab)은 더 이상 배낭여행자의 성지(聖地)가 아니다 1 (286-20190827-1)

다합(Dahab)은 더 이상 배낭여행자의 성지(聖地)가 아니다 1 이번이 처음이라 다합이 진정 배낭여행자의 성지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해 보인다. 다합은 이제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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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합(Dahab)은 더 이상 배낭여행자의 성지(聖地)가 아니다 2

 

 

한국인 배낭여행자를 위한 성지였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합 안의 작은 코리아타운.

 

 

다만 이곳에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현상이 있다. 다른 나라의 배낭여행자들이나 이집트 현지인들과의 교류나 관계를 거의 갖지 않는 한국여행자들만의 코리아타운이다. 한국인들끼리 살고, 한국인들끼리 놀고, 한국인들끼리 만나고. 이곳은 장소만 이집트 다합이라는 외국의 공간일 뿐이지 그 안의 모든 내용적인 면은 다분히 한국적이다. 식당이나 가게 등에서만 잠시 현지인들과 스칠 뿐이다. 해외여행이라고 나와서 이곳에만 있다가 간다면 마치 미국여행을 가서 LA의 코리아타운에만 줄창 있다가 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국여행객들과 간만에 뭉쳐서 회포도 풀면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다합 코리아타운은 분명 한국 배낭여행자들에게 좋은 쉼터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정보뿐만 아니라 동행도 구하기 쉬운 곳이라는 점에서도 분명 긍정적인 매력이 있다.

 

문제는 이 다합 코리아타운이 배낭여행자로서의 미덕을 상실하고 상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낭여행을 통해 배우고 혹은 가지게 되는 미덕들 중에서 대표적인 두 가지를 꼽아 본다면
‘버림’과 ‘나눔’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것을 버린다.

 

내 머리를 짓누르는 잡다한 생각들도 버리게 되지만, 내 어깨를 짓누르는 짐들도 버린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머리와 짐은 단순해지고 가벼워진다. 버리면 버릴수록 여행은 오히려 깊어진다. 이게 여행자가 갖는 버림의 미학이다.

 

나눌수록 기쁨은 배가 되고 나눌수록 아픔과 비용은 가벼워진다.

 

여행자들끼리 서로 만나서 같이 여행을 하거나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행의 깊이와 맛이 더해짐을 가슴 저리게 느낀다. 여행 중에 일어난 불행한 일도 여럿이 같이 도와주고 거들어주면 금세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난다. 혼자 감당하기 벅찬 비용이라도 여럿이서 나누어 내면 가벼워진다. 같이 하니 오히려 재미는 배가 된다. 이게 여행자들의 갖는 나눔의 미덕이다.

 

 

 

 

이런 의민에서 버림과 나눔은 서로 연결된다.

 

어떤 여행자에게는 지금 쓸모없는 짐스런 물건일지라도 다른 여행객들에는 쓸모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을 찾아 무상으로 주거나 때론 정말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팔기도 한다. 제값을 받지 않는 것은 어차피 나에겐 필요 없는 버릴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모름지기 배낭여행자들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거나 배우게 되는 버림나눔의 정신이다.

 

 

지금 다합의 여행자 코리아타운에는 ‘버림’과 ‘나눔’의 정신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여행자들이 비용을 나눔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n분의 1 원칙을 적용한다. 모두 공평하게 똑같이 내는 것. 먼저 주동하고, 준비했던 사람일지라도 이 원칙을 고수한다. 대신 다른 여행자들은 그 친구의 수고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여행 중에 술 한 잔 사거나 밥 한 끼 사기도 한다.

 

지금 다합의 코리아타운은 이 나눔의 원칙인 n분의 1이 사라지고 있다.

 

다합 코리아타운에서 대부분의 여행객은 직접 자신이 집을 임대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임대한 집에 방이나 침대를 쉐어한다. 그런데 집을 임대한 여행자가 쉐어할 다른 여행자를 구함에 있어서 n분의 1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자신의 모든 비용을 쉐어하러 들어온 다른 여행자에게 전가시키거나 한술 더 떠서 자기 비용 이상의 이윤을 남기기까지 하는 일이 다반사다.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두 개의 방에 각 2개의 싱글침대를 가지고 있는, 내가 현재 쉐어로 들어온 집은 한 달 임대료가 8천 파운드라고 한다. 이 집에는 4명이 거주하고 있다. 만약 4명이 n분의 1로 임대료를 나눈다면 한 사람 당 한 달에 2천 파운드다. 하루로 계산하면 67파운드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 8천 파운드면 다합에서도 꽤 비싼 임대료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4명이 나누면 하루에 5천원 꼴이니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 집의 호스트인 여행자는 나를 포함 다른 여행자들에게 하루에 110파운드, 한 달 33백 파운드를 받고 있다. 3명에게 33백 파운드를 받고 있으니 한 달이면 99백 파운드다. 자신이 임대한 가격인 8천 파운드를 훌쩍 넘는 돈이니 자신의 방값을 제하고도 19백 파운드의 이문을 남기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내 경우는 그나마도 양심적인 가격이다.

 

내가 기거하는 집은 최근에 신축한 집으로 8천 파운드 정도면 비싼 임대료에 속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다합의 코리아타운에서 쉐어비는 침대 당 하루에 100~150파운드를 형성하고 있으니 대체로 자기 비용의 전가는 물론이고 상당한 이익을 남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행자라기보다는 숙박업자에 가깝다.

 

 

 

 

단톡방을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이곳에서 귀국을 하면서 남은 물건들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라면 스프(일반 라면 스프) 하나에 20파운드에 파는 것도 봤다. 라면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라면 스프 하나의 가격인데 20파운드면 한국 돈으로 15백 원이다. 고추장, 된장 등은 한국 가격에 서너 배, 그리고 소주는 7~8배에 팔고 있다. 아예 한국에서 올 때부터 이런 가격으로 주문을 받는 경우도 있다. 여행자라기보다는 보따리장사에 가깝다.

 

물건을 파는 친구들에게 슬쩍 물어보면 이집트에서 한국 식자재나 술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정도 받아도 비싼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수요가 있으니 가격이 그렇게 형성될 것이다. 이곳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시장이라면 지극히 자연스런 이야기이겠지만, 미안하게도 이곳은 여행자들이 모인 곳이다. 그것도 제법 세계여행 꽤나 했다는 여행객들이 많다.

 

 

 

 

여행자들 사이에 시장원리가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상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곳에서 장기체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비를 다른 여행자에게 이전시키거나 다른 여행자에게서 이윤을 추구해서 자신의 체제비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1달러에도 손을 벌벌 떠는 가난한 동료 배낭여행자들에게 돈을 벌어서 얼마나 여행이 나아질지 심히 궁금하다.

 

아니라고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방 쉐어를 구함에 n분의 1 법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여행자가 아니라 숙박업자다. 당신이 지금 당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함에 있어서 당신이 구매한 가격 이상으로 팔고 있다면 당신은 여행자가 아니라 보따리장사다. 난 지금 숙박업자와 보따리장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자를 사칭해서 숙박업과 보따리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뿐이다.

 

 

 

 

이처럼 상업화된 여행자 사회가 어떻게 배낭여행자의 성지 또는 천국이 될 수 있는가!

 

다합은 이제 더 이상 배낭여행자의 성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낭여행자의 3대 성지에서 라오스 방비엥과 함께 이집트 다합도 떨어져 나갔다. 이제 남은 곳은 파키스탄의 훈자(Hunza) 하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