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살아보기(해외)/Vietnam Thai Nguyen(베트남 타이응우옌)

타이응우옌 살이 5: 베트남의 공휴일 (20230425)

경계넘기 2024. 4. 24. 17:37

 

 

베트남의 공휴일

 

 

이번 주말부터 연휴가 시작한다.

 

429일부터 52일까지 4일간 연휴다. 공휴일이 많지 않은 베트남에서 흔치 않은 연휴다. 여자 단원 쌤들은 이 기간 동안 여행 계획을 짜느라 다들 바쁘다. 가봐야 하노이(Hanoi)이긴 하지만. 지금은 휴가를 쓸 수 없기에 멀리 갈 수가 없다. 코이카 단원은 6개월이 지나야 연차, 즉 휴가를 쓸 수 있다. 그렇기에 연휴가 더 반가울 게다. 다만 며칠이라도 답답한 타이응우옌을 벗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연휴는 연속되는 3일이 공휴일이다.

 

429일이 훙브엉 왕조 기념일, 430일은 통일의 날(남부 해방 기념일) 그리고 51일은 국제노동절로 베트남 공식 공휴일이다. 52일은 대체 휴일이다. 430일 통일의 날이 일요일이라 이 날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항상 3일이 연휴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430일과 51일은 양력 휴일이라 항상 붙어 다닐 수밖에 없지만, 훙브엉 왕조 기념일은 음력 휴일이다. 음력 310일이 훙브엉 왕조 기념일인데 올해는 양력 429일이 음력 310일이다. 흔히 않은 일일 터인데 아쉽게도 토요일이다.

 

 

 

 

여기서 베트남 공휴일을 알아보자

 

 

1. 양력 설(양력 1월 1일)

 

 

2. 설날 (뗏, tết)(음력 1월 1일 ~ 3일)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우리의 설날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모여 떡을 만들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전통 놀이를 즐긴다. 법정 공휴일은 3일이라지만 중국처럼 보통 일주일 정도 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설날 연휴에는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영토가 큰 중국처럼 영토가 남북으로 긴 베트남에서도 고향을 방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2023)도 주말 포함 6일이 공식 뗏 휴일이었다.

 

 

 

 

3. 훙브엉 왕조 기념일(Giỗ tổ Hùng Vương)(음력 3월 10일)

 

 

베트남의 건국 시조인 훙 브엉(Hùng Vương)을 기리는 날이다.

 

우리의 개천절과 비슷하다. 고로 훙 브엉이란 우리의 단군왕검과 비슷한 존재다. 베트남어 훙 브엉(Hùng Vương)을 직역하면 그냥 훙 왕이다. 브엉(Vương)이 왕의 의미다. 그렇다고 훙 브엉이 한 명의 왕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BC 2879년에 베트남 최초의 국가라 전해지는 반랑국을 세우고 통치한 18명의 왕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그래서 한국어로 번역할 때 의역해서 왕조라는 단어를 붙여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랑(Văn Lang)국은 베트남 건국 신화에 등장한다. 기원전 2879년에 세워져서 기원전 258년 멸망했다고 하니 2,622년 동안 지속한 나라다. 반랑국은 실존했던 국가라고 한다. 다만 정사(正史)에 의하면 반랑국은 기원전 7세기에 등장했다고 하니, 신화와 정사의 차이가 꽤 크다. 우리의 건국 신화에 의하면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되었다. 이 또한 신화 상의 이야기지만, 건국신화만으로 비교하면 베트남 건국이 우리보다 546년 앞서는 셈이다.

 

 

 

 

3. 통일의 날(Ngày Thống nhất)(양력 4월 30일)

 

 

남북 베트남의 통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승리의 날(Ngày Chiến thắng)’, ‘남부 해방의 날(Ngày Giải phóng miền Nam)’로도 불린다. ‘승리의 날이나 남부 해방의 날이란 말에서 연상되듯이 430일은 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의 수도인 사이공(Saigon)을 점령한 날이다. 북베트남군의 탱크가 사이공의 대통령궁 담벼락을 부수고 진격한 시각이 19754301130분이었단다. 그 바로 직후에 남베트남의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남베트남이 패망하였다.

 

어찌 보면 북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전승 기념일이자 통일 기념일이겠지만 남베트남, 특히 호치민 시티(Ho Chi Minh City) 사람들에게는 치욕의 날일 수도 있다. 남베트남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는 없지만, 1975년 당시 베트남을 탈출했던 남베트남 사람들은 통일의 날을 치욕의 날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니 남베트남에서는 무턱대고 좋아해서는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4. 국제노동절(Ngày Quốc Tế Lao Động)(양력 5월 1일)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51일 국제노동절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노동자를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로 인식하는 이들 사회주의 국가들은 국제노동절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투쟁의 상징이자,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하는 중요한 날로 인식한다. 즉 사회주의 이념을 지탱하는,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날이란 말씀이다. 설마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진 않겠지!

 

중국의 경우는 노동절 연휴다. 5일 쉰다. 내 기억에 춘제(중국 설) 다음으로 길었던 것 같다. 베트남은 국제노동절을 하루만 쉬지만 430일 통일의 날과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연휴가 된다. 올해처럼 흥브엉 왕조 기념일까지 연결되면 꽤 긴 연휴가 된다.

 

통일의 날, 즉 남부 해방의 날이 51일 국제노동절의 전날이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430일은 사회주의 북베트남이 자본주의 남베트남을 패망시킨 날로 베트남 사회주의 승리를 의미한다. 사회주의의 중요 기념일인 51일 노동절의 전야제 치고는 엄청난 역사적 빅 이벤트다. 혹시 1975년 당시 북베트남군이 의도한 것은 아닐지 사뭇 궁금해진다.

 

 

 

 

5. 독립기념일(Ngày Quốc khánh)(양력 9월 2일)

 

 

베트남이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날이다.

 

베트남의 독립기념일은 194592, 호치민 주석이 하노이의 바딘 광장(Ba Dinh Square)에서 베트남 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패배한 후, 베트남은 프랑스와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우리의 광복절에 해당한다.

 

보통 이틀 연휴로 쉰다고 한다. 다만 92일 독립기념일 전후에서 언제 쉴지는 정부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고 한다. 그렇고 보면 베트남의 경우 정부의 연휴 재량권이 꽤 많은 것 같다. 아마도 공휴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연휴의 의미를 생각하니 마냥 좋아하기가 어렵다.

 

이번 공휴일들이 의미상으로 보면 우리에게는 조금 껄끄러울 수 있겠다.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이면서 아울러 베트남 전쟁에서 남베트남을 지원해서 북베트남과 싸웠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면 남베트남 편에 서서 싸웠던 우리에게도 430일은 치욕의 날일 수 있다.

 

 

 

 

나는 그냥 이곳 타이응우옌에 있을 생각이다.

 

나에겐 타이응우옌 자체가 처음 온 여행지이기도 하다. 오히려 하노이가 여러 번 가봤던 곳이라 식상할 뿐만 아니라 너무 번잡하고 복잡하다. 더욱이 이런 황금연휴라면 베트남 사람들도 엄청 여행을 할 터인데 이럴 때 움직이면 사서 고생이다. 하지만 타이응우옌에서는 딱히 할 게 없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