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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기(해외)/Vietnam Thai Nguyen(베트남 타이응우옌)

타이응우옌 살이 4: 베트남 도시에 숨은 시골 풍경!? (20230423)

경계넘기 2024. 4. 22. 14:36

 

 

베트남 도시에 숨은 시골 풍경!?

 

 

도시(都市)에 시골 풍경이라니 역설적이다.

 

그런데 어쩌랴! 그게 사실인데. 도시 안에 시골의 풍경이 숨어 있다. 그거 찾아다니는 맛이 나름 쏠쏠하기도 하다.

 

산책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얼음에 담은 아이스커피 한 잔 텀블러에 담아서 음악과 함께 산책하기를 즐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운동이자 취미다. 더욱이 글을 쓸 때나 무언가를 생각할 때 걷기만큼 좋은 도 없다. 걷다 보면 막혔던 생각이 술술 풀린다. 상상나래도 퍼져 나가고.

 

 

 

 

처음에는 ‘산책’이라고 쓰고, ‘고행’이라 읽었다.

 

베트남은 걷는 사람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오토바이가 많다 보니 매연도 심각하고, 도로 옆 인도는 이미 차와 오토바이 주차장이다. 간판들로도 막혀 있고. 산책은커녕 길 좀 걸으려 하면 차도로 내려갔다 인도로 올라갔다를 무한 반복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 대학 주변에는 공원 같은 것도 없다. 시내에는 잘 정비된 공원들이 있는데 변두리에는 아예 공원 비슷한 것도 없다

 

 

 

 

아침 산책 코스를 개발했다.

 

학교 뒤편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그 아래로 지나가는 굴다리가 있다. 학교 후문이 있긴 하지만 개방을 하지 않아서 정문으로 한참 돌아가야 굴다리가 나온다. 며칠 전 그쪽으로 가봤다. 굴다리를 지나니 조용한 전원 주택가가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니 웬걸 꽤 넓은 논이 눈앞에 펼쳐진다. 푸른 논들과 논두렁이다. 논밭 주변 집들 그리고 나무에 둘러싸인 골목길 집들이 영락없이 시골 풍경이다. 변두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도시인데 바로 뒤에 이렇게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오토바이도 거의 없는 고즈넉한 길이다.

 

시골 마을의 큰길에는 출퇴근 시간에 오토바이가 꽤 다닌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만 살짝 피하면 조용한 시골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출퇴근 시간에도 골목길로 살포시 들어가면 오토바이마저 신경 쓸 필요 없다. 특히나 이른 아침 길이 좋다. 시골 마을의 꽃 냄새, 풀 냄새 그리고 벼 냄새. 여기에 새소리까지. 커피 한 잔 들고, 이런저런 사색에 빠져 산책하기 정말 좋다.

 

 

 

 

시내 가는 길에도 시골길이 나온다.

 

시내 가는 도로에서 뒤편 골목길로 살짝 들어가면 또 시골길이 나온다. 논도 나오고, 밭도 나오고, 바나나 밭도 나오고, 길에 풀어 논 닭들도 나오고. 시내 갈 때 운동 겸 산책 겸 걸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급하지 않으면 이런 길로 돌아간다. 오토바이 공해 없이 고즈넉한 베트남 농촌의 멋과 향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다.

 

 

 

 

바나나 나무만 없으면 한국의 시골과 거의 비슷하다.

 

논이나 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이곳이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며 여기는 베트남!”이라고 한다면 너 지금 어디냐? 한국 들어왔지. 이게 누굴 속이려고!”라는 대답이 올지도 모른다. 베트남 농촌 풍경을 찍으려면 꼭 바나나나 야자수 나무를 걸고 찍어야 한다. 그럴 정도로 우리네 시골의 정취를 담은 풍경이라 조용히 걷다보면 왠지 정이 가고 푸근해진다.

 

 

 

 

시골의 풍경이라 날씨에 따른 정취도 좋다.

 

비 오는 날에는 비 오는 날대로, 쨍한 날에는 쨍한 날대로, 흐린 날에는 흐린 날대로, 그런 날만의 정취가 있다. 비 온 직후에는 벽에서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주먹만 한 달팽이나 고둥 같은 것을 볼 수도 있다. 오토바이와 차로 그득한 도심의 도로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딱히 할 게 없는 이곳에서 이런 호젓한 산책길을 찾아서 그나마 위안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