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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이야기 16: 단원 첫 활동, 한국어과 김밥 만들기 수업 (20230420)

경계넘기 2024. 4. 18. 13:41

 

 

 

단원 첫 활동: 한국어과 김밥 만들기 수업

 

 

한국어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밥 수업을 했다.

 

기후변화 프로젝트 팀이긴 하지만 우리 팀에는 한국어를 담당하시는 단원 쌤이 계신다. 한국어과가 있는 대학 측에서 특별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관련 활동은 프로그램이 세팅되어야 시작할 수 있지만 한국어 수업은 바로 활동을 시작한다.

 

한국어과에서 김밥 수업을 요청했다.

 

한국어과에서 한국어 단원 쌤에게 요청한 한국어 수업 중에는 한국문화 소개도 있다. 마침 한국어과의 한 반에서 17일에 한국문화 수업의 일환으로 김밥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한국어 단원 쌤께서 김밥 수업을 직접 맡아서 하시기로 했다. 담당 베트남 쌤에게는 천군마마인 셈이다. 한국어 단원 쌤이 요리도 무척 잘 하신다. 그렇게 김밥 수업이 우리 팀의 첫 타이응우옌 활동이 되었다.

 

 

 

 

17일과 20일 한국어학과 2개 반에서 김밥 수업을 했다.

 

한국어 담당 쌤의 진두지휘에 따라 대학 팀 전체가 함께 준비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아직 코이카에서 사업비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비용도 n분의 1로 했다. 김밥 재료와 도구는 학생들이 다 준비해가지고 온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수업 전날에는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재료도 구입했다. 수업 당일 아침에는 밥도 하고 재료도 미리 준비하느라 김밥 수업을 담당하시는 한국어 단원 쌤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첫 수업이 있는 17일 전날에는 기숙사에서 미리 만들어보기도 했다. 덕분에 김밥을 원 없이 먹으니 나만 신났다.

 

두 번째 반 수업은 긴급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17일의 김밥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한국어과 다른 반 학생들이 자신들도 김밥 수업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단다. 학생들의 성화에 못이긴 다른 반 쌤이 우리에게 김밥 수업 부탁을 하셔서 바로 연이어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이미 첫 번째 반의 수업 내용을 안 두 번째 반은 더 잘 준비해왔고, 더 열성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우리 단원 쌤들도 두 번째 수업이라 긴장하지 않고 더 잘 할 수 있었다.

 

 

 

 

수업은 김밥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과 시범으로 구성되었다.

 

김밥의 역사와 의미 등은 우리 대학팀의 막내 쌤이 담당하셨고, 만드는 방법과 시범은 한국어 담당 쌤이 하셨다. 한국어과라 우리는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했고, 통역은 한국어과 선생님들이 직접 해주셨다. 덕분에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고 또한 첫 활동이기에 단원 쌤들 모두 다소 긴장했는데,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단원 쌤이 김밥 만드는 법을 시범보일 때는 눈방울 초롱초롱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고, 자신들의 핸드폰으로 녹화도 한다. 단원 쌤을 둘러싼 모습만으로도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이 보인다.

 

 

 

 

설명이 끝나면 조별로 직접 김밥을 만든다.

 

학생들이 제법 준비도 잘 해왔다. 밥도 미리 해오고 재료들도 잘 준비해 왔다. 첫날 수업 때 보니 우리가 구하지 못한 김밥 마는 발도 학생들이 가져와서 놀랐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학교 정문 쪽의 가게에서 판단다. 그 가게는 그냥 학교 매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교 매점에서 김밥 마는 발을 다 판다! 두 번째 수업 때는 우리도 그곳에서 사 왔다.

 

 

 

 

조별로 학생들이 김밥을 만들면, 단원 쌤들은 돌아다니며 만드는 걸 도와준다.

 

한국어과이니 만큼 틈틈이 학생들이 한국어로 말할 수 있도록 유도도 한다. 김밥 관련 한국어도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서 한국어 하는 걸 피하더니만 편해지니 조금씩 서툰 한국말을 한다. 가끔 한국어에 관해 물어보기도 한다. 아직은 한국어 실력들이 좋은 건 아니어서 아주 간단한 회화 정도지만.

 

 

 

 

우리 팀 막내 쌤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다른 쌤들은 돌아다니지만 이 쌤은 서 있기만 하면 학생들이 알아서 몰려온다. 분명히 혼자 김밥을 말고 있었다. 한국어 단원 쌤으로부터 우리가 가져온 재료로 김밥을 만들어 두라는 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하나, 둘 막내 쌤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아예 둘러쌌다. 남학생에게도 인기가 있지만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나중에는 김밥은 제쳐두고 아이돌 놀이하고 있다.

 

 

 

 

학생들이 나보다 훨씬 잘 만든다.

 

재료도 잘 다듬고, 김밥 위에 밥도 제법 잘 편다. 그 위에 준비한 재료들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말기도 잘 만다. 둘 또는 셋이서 협동해서 김밥을 말기도 한다. 처음 마는 실력들이 아닌 것 같다. 숱하게 김밥을 먹어오면서도 아직까지 김밥 한번 직접 말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쩜 밥도 날라 가지 않게 잘 했는지 신기하다. 김밥 밥은 조금 질게 해야 한다고 미리 한국어과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셨나 보다. 한국에서라면 김밥 만드는 밥은 조금 되야 하지만, 이곳 쌀은 기본적으로 날라 다니니 조금 질게 해야 그나마 한국의 된밥이 된다. 한쪽에서는 떡볶이도 만든다. 떡볶이는 자신 있다는 남자 단원 쌤이 전담해서 도와주고 계신다.

 

 

 

 

남학생들도 열심이다.

 

뒤로 빠져 있을 줄 알았는데 남학생들도 여학생 못지않게 열심이다. 설명 들을 때도 맨 앞줄에 남학생들이 빼곡히 앉아서 듣고 있기에 좀 낯설다 싶었는데 여간 열심히 만드는 게 아니다. 둘이 사귀는 사이인지 남녀 학생이 다정하게 김밥 하나를 같이 만들기도 한다. 중국처럼 베트남도 집에서 요리는 주로 남자들이 하나?

 

 

 

 

먹을 때 각자가 취향대로 소스를 발라 먹는다.

 

베트남만의 김밥 먹는 방법인가 보다. 학생들이 알아서 마요네스, 칠리소스, 간장 들을 가져왔다. 어디에 쓰나 했는데 먹을 때 보니 각자의 취향대로 김밥에 소스를 발라 먹는다. 다 만든 김밥을 우리에게도 먹어보라 권한다. 제법 맛있다. 아니 정말 맛있다.

 

 

 

 

김밥 작품이 나온다.

 

김밥 한 접시는 작품으로 만들기로 했나 보다. 음식 플레이팅도 장난이 아니다. 수업 시간에 따로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니 기본 실력이란 말이다. 대학에 요리학과가 있다고 하더니 한국어과 학생 중에 부전공으로 요리학과에 다니는 친구도 있나 싶다.

 

 

고추로 꽃을 만들었다
당근으로 꽃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맞추며 어울리고 즐기니 이제야 이곳에 온 의미를 새삼 느낀다. 우리보다 가난할지는 모르지만 너무 순수하고 맑고 착하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색해하던 우리 막내 쌤도 금방 아이들과 어울린다. 김밥을 같이 만들 듯, 이렇게 같이 눈 맞추고, 같이 손잡고, 같이 걷는 게 봉사고 우리의 일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무언가를 가르치고 무언가를 돕는다는 그런 생각은 걷어 벌이고 말이다.

 

 

 

 

당분간 김밥은 생각 안 나겠다.

 

그렇게 두 번에 걸친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덕분에 이번 주 들어 김밥만 엄청 먹는다. 17일 전날에는 연습한다고 김밥 먹어, 17일과 20일에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권해서 먹어, 수업 끝나고 우리가 만든 김밥 없애느라고 먹어, 이래저래 김밥만 엄청 먹어서 다른 단원 쌤들도 이제 김밥이라면 신물이 난단다. 한국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베트남에서, 그것도 타이응우옌에서 김밥에 신물이 다 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