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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58, 멕시코 와하까 2: 문화와 역사 그리고 햇살이 깃든 도시, 와하까를 걷다 (20200215)

경계넘기 2020. 7. 22. 15:51

 

 

문화와 역사 그리고 햇살이 깃든 도시, 와하까(Oaxaca)를 걷다

 

 

와하까(Oaxaca)의 정식 명칭은 Oaxaca de Juárez.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래서 남미여행을 위해서는 스페인어를 공부해 두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해발 1,550m에 위치한 이 도시는 15세기 말 아즈텍(Aztecs)족의 군사적 요충지로 시작해서 1521년 스페인군에 점령당하면서 식민지 멕시코의 주요 도시들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하니, 5백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도시다.

 

하지만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곳에는 사포텍(Zapotec) 족과 미스텍(Mixtec) 족의 정착촌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와하까의 주민들은 대부분 원주민의 후손들로 대략 15개 이상의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멕시코에서도 가장 큰 인디언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 와하까다.

 

고대 문명-사포텍, 미스텍, 아즈텍-과 유럽이 공존한 곳이기에 와하까는 역사적, 문화적 도시다. 도시 주변으로는 이들 고대 문명들의 유적지가, 도시 중심에는 유럽풍의 건물들과 같은 식민지 멕시코의 유적들이 많다. 다양한 원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지금도 수공예품과 같은 다채로운 문화들이 많다.

 

역사적, 문화적 도시 와하까지만 나에게 먼저 다가온 모습은 티끌 없이 맑은 하늘과 청량한 햇살이다. 건물을 휘감은 다채로운 원색의 도시는 맑고, 청량한 햇살을 만나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여기에 1500m 도시에 부는 상쾌한 바람은 덤이다.

 

햇살 좋은 상쾌한 도시.

 

 

 

간만에 모기와 빈대에서도 해방되어 푹 잤다.

 

멕시코에 들어와서,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에서는 모기, 산 크리스토발(San Cristobal)에서는 빈대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이곳은 기온과 햇살도 좋지만 모기, 빈대도 없다.

 

오전에 숙소 뒤편에 있다는 재래시장을 간다.

 

숙소 직원이 추천한 곳인데 그냥 좀 큰 재래시장 정도 생각했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을 정도. 실내에도 야외에도 넓은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야외는 주로 청과물, 실내는 잡화와 식료품. 가락시장과 남대문 시장을 합쳐 놓은 모습이다. 가로지르면서 대충 훑어보는데도 한 시간 넘게 걸린 것 같다.

 

넘쳐나는 상품들과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에서 와하까란 도시의 생동감을 느낀다. 나중에 와하까 교포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곳이 위험한 곳이라 여행자들에게 추천을 잘 안한다고 한다. 걸어 다니면서 그런 위험은 못 느꼈는데 아마 이른 오전이라 그럴 수도 있다.

 

물론 어느 나라든 사람 많은 시장을 갈 때에는 항상 소지품에 주의한다. 아예 지갑을 꺼낼 일이 없게 시장에서 쓸 소액의 돈은 습관적으로 미리 주머니에 넣어 둔다. 그것도 주머니마다 분산해서.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의식적인 주의보다 위험에 대비하는 몸에 밴 습관이 중요하다.

 

 

 

오전 11시에 소깔로(Zocalo) 광장에서 무료 워킹투어(Free Walking Tour)를 한다고 해서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관광 안내소에 물어도 거기에 있을 거라는 말만 한다. 그냥 셀프로 하기로 한다.

 

덕분에 소깔로 광장 구경은 잘했다. 와하까의 중심도 역시나 소깔로 광장. 일반적인 넓은 광장이라기 보다는 공원에 가까운데 멕시코의 소깔로 광장 가운데에는 무대 같기도 하고 정자 같기도 한 것이 있다.  이곳도 광장 북쪽에는 Catedral Metropolitana de Oaxaca라는 이름의 성당이 웅장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주변에는 유럽풍의 식민지 석조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일단 점심때가 되가니 어제 갔다가 허탕 친 한식당에 간다.

 

산 크리스토발에서도 그렇고 오히려 귀국날짜가 가까워오니 한식이 당긴다. 별일이다. 식당 사장님이 한국인 여성분이었다. 남편이 멕시코 분. 여행하다 이곳 와하까에서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남편은 제빵사. 남편과 같이 일하는데 사장님은 한식을, 남편은 빵을 만든다고. 그러니까 이곳은 베이커리이자 한식당. 지금은 비록 작지만 곧 번창하리라. 사장님이 무척이나 친절하다. 식사를 하고 나서 이 분이 내 여행 스타일을 묻더니 와하까에서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을 자세히 알려 주셨다. 일종의 맞춤 여행 안내다. 식사를 하고 나서 사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가보기로 한다.

 

우선, 가까이에 있는 섬유박물관.

 

입장료는 무료다. 와하까가 15개 이상의 원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그만큼 전통 의상이 다양하다고. 섬유박물관에는 와하까의 다양한 섬유들과 함께 이들 원주민들의 전통 의상들도 전시되어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아서 30분 정도면 충분했다.

 

 

 

섬유박물관 옆에도 전시관.

 

1층은 전시관이고 2층부터는 도서관이다. 건물 자체도 역사적 유적으로 기증받은 것이라 한다. 다양한 전시물이 있었는데 특히 악마 가면(Diablos) 전시가 가장 기억난다. 여기는 전시물보다는 전시관 건물 자체가 유적이다. 식민지 풍 멕시코 전통 건축물을 경험할 수 있다.

 

 

 

다음은 현대미술관.

 

20페소의 입장료가 있는 곳. 1층은 그림, 2층은 비디오 아트로 다양한 옛 TV들이 영상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럽다.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산토 도밍고 성당(Templo de Santo Domingo)과 그 옆의 역사문화 박물관(Museo de las Culturas de Oaxaca).

 

산토 도밍고 성당에 가는 길, 어제 했던 그 결혼식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환한 대낮에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신랑 신부가 맑은 햇살 아래서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들러리들과 함께.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진짜 결혼식 퍼레이드 같다.

 

 

 

산토 도밍고 성당은 웅장한 외관과 함께 내부로 들어가면 무척이나 화려하다.

 

특히, 내부 정면은 모두 금색이고, 천장과 옆면은 기본적으로 하얀색 바탕이어서 무척이나 독특하다. 내가 들어갔을 때, 마침 진짜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금방 의문은 풀린다. 하객들의 옷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무척 잘 살거나 배경이 좋은 사람으로.

 

 

 

역사문화 박물관은 와하까 지역에서 발견된 다양한 유물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수녀원 건물이었다는 박물관 건물 자체도 훌륭하다. 건물의 벽이 어찌나 두꺼운지 방벽의 두께만도 두 팔 벌릴 정도. 수녀원인지 성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전시 유물들은 주로 이곳에서 발굴된 고대문명의 유물들이다.

 

많은 유물들이 있지만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해골과 뼈를 가지고 만든 예술품이다. 아쉬운 점은 영어 설명이 거의 없다는 것.

 

 

진짜 뼈에 새긴 것

 

 

박물관을 구경하고 있는데 음악소리가 들린다.

 

창문으로 보니 피로연이 한창이다. 성당에서 하던 결혼식이 끝났나 보다. 박물관 뒷마당에서 하는 피로연 역시 장난이 아니다. 귀족 파티가 따로 없다.

 

 

 

어제 갔었던 Café Blasón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땀을 식혔다.

 

숙소로 가는 길에 숙소 앞에 있는 중국집에서 저녁. 이곳은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는데 100페소.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고, 무엇보다도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 곳. 가성비가 제대로다.

 

아마 하루에 한 번씩은 올 것 같은데 한 끼만 이곳에서 먹어도 하루가 든든할 듯.

 

내일은 한인 민박으로 숙소를 옮길 예정이다. 이곳 숙소가 맘에 들긴 하는데 충전선이 고장 나서 LG 그램 노트북 충전을 위해서 한인 민박으로 가기로 했다. LG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장담은 못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높지 않겠는가. 앞으로 여정이 좀 남아서 충전이 필요하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