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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60, 멕시코 멕시코시티 1: 멕시코시티(Mexico City) 입성 그리고 멕시코 버스 이야기(20200217)

경계넘기 2020. 7. 22. 15:52

 

어제 먹은 술로 인한 숙취가 가시질 않는다. 버스를 타고 멕시코시티(Mexico City)로 가야하는데 걱정이다. 오늘 같은 날은 오전 버스다. 일단 일어나서 샤워하고 짐을 챙겼다. 그리고는 나가기 전까지 거실 소파에 누워 있었다. 잠이 들면 안 되니.

 

오전 830분에 숙소를 나서서 걸어서 터미널로 가는데 날씨도 화창하고 아침 기온이 상쾌해서 그런지 걷는 사이에 숙취는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좀 띵하던 머리도 정상을 찾아가는 것 같고. 맑고 상쾌한 공기와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숙취를 날려버리나 보다.

 

아쉬운 와하까(Oaxaca)를 뒤로 하고 오전 10시에 버스가 출발했다. 지금까지 멕시코에서 3곳의 도시를 거쳤다.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óbal de las Casas) 그리고 와하까 데 후아레스(Oaxaca de Juárez). 이 세 도시 중 한 곳에서 장기체류를 한다면 난 와하까를 꼽고 싶다.

 

이번에는 아데오(ADO) 버스다. 멕시코의 면적은 한반도의 대략 9. 대단히 넓은 나라다. 도시 간 교통편은 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기차보다는 버스가 발전되어 있다. 다양한 버스 회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아데오(ADO)와 프리메라(Primera)가 가장 대표적인 메이저 버스회사다. 당연히 가격도 여타 마이너 버스회사보다 비싸다. 두 개의 메이저 회사들은, 수도인 멕시코시티(Mexico City)를 중심으로 북부지역은 프리메라가 남부지역은 아데오가 주로 운행한다.

 

 

 

내 경우 멕시코 동남부의 맨 끝인 유카타 반도의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남쪽 끝단인 산 크리스토발을 거쳐 와하까에서 멕시코시티로 북상하기 때문에 아데오와 마이너 회사인 OCC를 주로 이용했다. OCC는 아데오 회사의 마이너 버스 브랜드. 원래는 다른 회사인데 아데오가 인수했다고 한다. 아데오의 버스표 가격이 비싸기 지금까지 플라에 델 카르멘에서 산 크리스토발, 산 크리스토발에서 와하까의 주요 구간은 OCC를 이용했다.

 

 

 

아데오는 칸쿤에서 플라야 델 카르멘 들어갈 때와 지금 와하까에서 멕시코시티 들어가면서 탄다. 두 구간 다 OCC가 없어서 타는 것이다. 두 개의 버스를 다 타본 사람으로서 두 버스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좌석 배열 자체가 3열은 없고 모두 4열인 관계로 기껏 차이라고 해봐야 좌석 간 간격이 조금 넓다는 것 하고, 버스가 조금 더 깨끗하다는 것 정도.

 

다년간의 버스 여행자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장거리 4열 버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옆자리에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다. 두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갈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버스다. 좌석이 조금 넓고 깨끗하고 이딴 것은 별 상관이 없다. 옆자리에 사람 있는 것만큼 불편한 것이 없다. 물론 에어컨이 나오고 차 안에 바퀴벌레가 없다는 전제 아래서다.

 

따라서 버스 여행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성수기보다는 비수기에, 주말보다는 주중에, 밤 버스보다는 낮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낙후된 국가들에서 외국여행객들이 주로 다니는 구간인 경우에는 오히려 메이저 버스보다는 마이너 버스가 사람이 적은 경우가 종종 있다. 외국여행객들이 편안함과 안전함을 이유로 메이저 버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경우도 같은 구간에 메이저 버스인 아데오와 마이너 버스인 OCC가 같이 운행하는 경우 메이저 버스인 아데오가 먼저 매진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만, 메이저 버스보다는 마이너 버스가 도난과 같은 보안상의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보안의 염려가 있다면 무조건 안전한 버스를 타야 함은 물론이다. 멕시코의 경우는 같은 회사라 그런지 아데오나 OCC나 보안과 안전에는 차이가 없었다.

 

내가 아데오를 이용한 칸쿤에서 플라야 델 카르멘 구간과 지금 와하까에서 멕시코시티의 구간에는 OCC가 없었다. 승객이 많은 노선에 아데오만을 독점으로 내세운 것 같은데, 따라서 구간은 짧으면서도 가격은 겁나 비싸다.

 

와하까에서 멕시코시티까지는 버스로 7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주간에 버스를 탔다. 버스 여행을 하면서 창밖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제의 술로 피곤해서 그런지 앉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덕분에 낮 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와하까에서 멕시코시티 구간의 풍경을 전혀 모른다.

 

평일이라 그런지 오후 4시에 멕시코시티의 타포(Tapo) 터미널에 도착했다. 7시간 거리를 1시간 단축해서 6시간 만에 온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멕시코시티다. 대도시답게 터미널의 규모부터 지방도시와는 무척이나 다르다. 더욱이 이곳은 모든 회사들의 버스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종합터미널이다. 지금까지의 도시들에서는 모두 아데오 회사 전용 버스터미널이었다.

 

 

 

일찍 도착하니 시간도 넉넉하다. 구글 지도로 확인하니 타포 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3.5km가 나온다. 넉넉잡고 도보로 1시간 거리. 당연히 걷기로 한다.

 

와하까에서 버스표를 떠나기 전날에야 끊은 이유가 있다. 산 크리스토발에서 와하까에 도착하는 날 터미널에서 바로 멕시코시티 가는 버스를 끊으려 했었다. 그때 직원이 멕시코시티 어느 터미널로 가냐고 묻는 것이다. 대도시라 터미널이 여러 개 있는 모양이었다. 멕시코시티에 대한 정보나 계획이 전혀 없어서 어느 터미널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도 모를 뿐더러 숙소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라 버스표를 살 수가 없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볼거리가 몰려 있는 중심가, 즉 센트로(Centro)에서 타포 터미널이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 이렇게 걸어갈 정도로.

 

숙소는 타포 터미널이 있는 센트로 서쪽 끝에서 거의 반대편에 있었다. 와하까와 비슷한 위치다. 쉬엄쉬엄 멕시코시티의 중심가를 구경하면서 걸었다. 걸으면서 느껴지는 멕시코시티의 첫인상은 대도시의 특유의 역동성 그리고 복잡함이다.

 

멕시코시티도 센트로 지역에는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규모는 대도시라 역시 산 크리스토발은 물론이고 와하까 하고도 비교할 수 없다. 대신 그만큼 복잡하고 지저분한 부분도 많았다.

 

 

 

숙소는 6층인지 7층인지 건물의 맨 꼭대기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옥탑. 옥상에서 바라보는 멕시코시티의 뷰가 정말 좋은 곳인데 그곳에 선베드가 있었다. 자주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샤워하고 짐 정리하고 마트 찾아 동네 한 바퀴. 역시 복잡한 도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