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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61, 멕시코 멕시코시티 2: 멕시코시티(Mexico City) 중심가(Centro) 산책(20200218)

경계넘기 2020. 7. 22. 15:52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먹은 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출출하다. 이른 아침이라 부엌에 사람이 없다. 아침부터 라면 2개를 끓여 먹고, 커피를 한 잔 타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탑 위의 옥상. 선 베드에 누워서 이른 아침의 멕시코시티(Mexico City)를 본다. 숙소는 중심가 남쪽 가운데 자락에 있어서 북쪽을 바라보면 멕시코시티의 중심가가 훤히 보인다. 아침 햇살을 즐기며 멕시코시티를 조망한다.

 

멕시코시티는 고대문명을 자라하던 아즈텍(Aztecs) 족이 1325년에 세운 도시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 한다. 현재도 멕시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따라서 도심 안에도 근교에도 볼거리가 많다.

 

오늘은 먼저 중심지, 즉 센트로(Centro) 지역을 걸어 보기로 했다.

 

멕시코 도시의 중심지는 역시 소깔로 광장(Zócalo 또는 Plaza del Zócalo)에서 시작한다. ‘소깔로는 멕시코에서 도시의 중앙광장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대체로 도시의 중심에 있고, 대성당과 주요 기관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소깔로 광장이 원조로, 모든 도시들의 중앙광장 이름이 소깔로인 것은 아니다.

 

남미의 경우에는 중앙광장을 아르마스(Armas 또는 Plaza de Armas)라고 많이들 부른다. 스페인어인 Armas는 원래 무기를 의미하는 Arma의 복수형이다. 따라서 Plaza de Armas는 무기 광장, 곧 연병장을 의미한다.

 

연병장이 광장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인데 이는 유럽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도시들에도 도시 중앙에 광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체로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도시들에서 유래한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 중에는 로마군의 숙영지가 도시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 군대의 숙영지에는 중심에 모든 군인들이 집결할 수 있는 연병장이 있게 마련인데 숙영지가 도시로 발전하면서 이 연병장이 자연스럽게 중앙광장으로 변한 것이다.

 

남미의 많은 도시들이 식민지 시기 스페인 군대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럽 도시의 특성이 그대로 이식되어 도시의 중앙에 광장이 만들어지고 이름도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멕시코의 중앙 광장은 아르마스가 아니고 소깔로로 불리는 것일까? 멕시코 역시 스페인의 식민지였는데 말이다.

 

그것은 바로 멕시코시티의 역사에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도시들이 유럽 식민지 시기에 유럽인들에 의해 건설되었던 것에 반해, 멕시코시티는 식민지 훨씬 이전인 1325년에 원주민인 아즈텍족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이기 때문이다.

 

아즈텍족도 도시의 중앙에 광장을 만들었지만 그 용도는 달라서 하늘에 제사 등을 지내는 성스러운 공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깔로(Zocalo)의 원래 의미가 건물의 기단이나 동상 등의 받침대를 의미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아마도 아즈텍족의 중앙광장에는 제사 등을 지내는 피라미드나 신전, 그리고 제사를 위한 조형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멕시코시티의 소깔로 광장은 나무나 분수들이 있는 공원이 아니고 뻥 뚫린 전형적인 광장의 모습이다. 예전의 여의도 광장을 보는 듯한. 그러나 주변은 여느 소깔로 광장과 다르지 않았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멕시코 국기가 휘날리고, 광장의 북쪽 편에는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동쪽 편에는 대통령궁(National Palace)과 그 아래 대법원, 남쪽 편에는 연방정부 건물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나가는 길에 대성당을 무료로 개방하는 것 같아서 들어가 봤다. 대성당의 이름은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de la Ciudad de México)'. 성당은 외면과 내면이 모두 화려했다. 내부는 와하까(Oaxaca)의 산토 도밍고 성당(Templo de Santo Domingo)과 마찬가지로 정면은 황금색 그리고 주변은 대체로 하얀색 톤을 가지고 있다. 멕시코의 일반적인 성당 내부 모습인가 보다.

 

이 성당은 스페인이 멕시코를 침략한 이후인 1573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1813년에 완공했다고 하는데, 240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지은 덕분에 고딕, 바로크, 신고전 등 여러 시대의 다양한 양식이 혼합되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성당은 아즈텍의 사원을 밀어내고 그 위에 지은 것이다. 앞서 멕시코시티는 아즈텍이 1325년에 지은 도시라고 했는데, 당시의 이름은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으로 아즈텍의 수도였다. 지금의 소깔로 광장이 테노치티틀란의 중심으로 스페인이 이곳에 있던 아즈텍의 사원들을 파괴하고 그 위에 지은 것이다.

 

이런 모습들은 남미 도시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원주민들의 사원이나 궁전을 부수고 그 자리에, 그 부순 돌로 성당이나 식민지 궁전을 짓는 식이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서구문화의 파괴성과 잔인함에 짜증을 넘어 화가 난다. 종교도 그렇고.

 

내가 지금 고대민족의 피와 눈물 위에 발 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소름이 돋는다. 성당이 주는 성스러움이나 경건함은 사라지고, 화려한 성당의 모습은 오히려 지독한 위선과 가식 그리고 잔인함으로 남는다. 

 

 

 

성당을 둘러보고 광장 동편의 대통령궁을 지나 뒤편으로 돌아가니 수많은 상가들의 거리가 나왔다. 마치 동대문이나 남대문 상가들 같다. 이쪽에서 다시 돌아서 서쪽으로 걸어갔다. 소깔로 광장 서편 길은 명동처럼 잘 정리된 쇼핑거리다. 옛 식민지 건물들이 이어지다가 비지니즈 빌딩들로 연결되었다.

 

 

 

멕시코시티는 대도시답게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도 북적였다. 생동감 있는 도시다.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낮에 다녀서 그런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거리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든든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역설적으로 치안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광장 서편으로는 명동과 같은 고급상가와 레스토랑들이 밀집된 거리가 길게 이어져 있다. 광장에서 보면 이 길 끝 무렵에 멕시코시티 또 하나의 상징인 전망대 건물(Mirador Torre Latino)이 보인다.

 

 

 

구시가지가 서쪽으로 끝나는 무렵, 전망대 빌딩을 조금 지나면 넓은 공원(Alameda Central)이 나오고, 그 공원 초입에 멋진 석조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이 멕시코시티의 대표적인 공연장이자 박물관인 벨라스아르테스 예술전당(Palacio de Bellas Artes)이다. 거대한 돔의 무게 때문에 완공 후 건물이 4.5m 땅속으로 내려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원이 끝나는 무렵부터 높은 비즈니스 건물들이 보인다. 신시가지가 시작되는 곳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돌아서 차이나타운(Chinatown)으로 갔다. 차이나타운 거리는 벨라스아르테스 예술전당의 맞은편의 건물 사이에 있다. 차이나타운은 예상외로 작았다. 코로나로 유동인구가 적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원체 중심지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많았다.

 

 

 

차이나타운 바로 아래에 재래식 시장 건물이 하나 있다. 숙소 여사장이 이 안에 다양한 곤충을 요리한 음식점들이 많다며 꼭 한 번 가보라고 했다. 먹어도 보란다. 많지는 않지만 몇 개의 식당들이 보인다. 식당이라기보다는 곤충 요리를 안주로 하는 바(bar)의 형태가 많았다. 메뚜기 등의 일반적인 곤충뿐만 아니라 전갈을 요리한 것도 보인다. 숙소 여사장 말로는 바퀴벌레를 요리한 것도 있다고 했는데 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중심가를 한 바퀴 돌고 식당에서 또르따(Torta)와 맥주를 사들고 와서 숙소 옥상에서 저녁 겸 먹었는데 옥상의 풍경이 좋으니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해가 지면 급 쌀쌀해진다.

 

멕시코시티가 2,250m의 고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저녁에 야외에 나와 있어도 모기 걱정이 없다. 남미에 오기 전에는 모기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남미에서 모기 걱정을 덜었다. 남미의 남쪽 파타고니아는 추워서, 그리고 그 외 지역들은 2~3천 미터 대 고산지대가 많아서다. 남미 여행에서는 아마존 유역만 아니라며 모기 걱정은 좀 덜어도 될 듯싶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