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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7, 터키 차나칼레 3: 다르다넬스(Dardanelles) 해협의 두 성(20190430)

경계넘기 2020. 9. 3. 11:54

 

 

다르다넬스(Dardanelles) 해협의 두 성

 

 

다르다넬스(Dardanelles) 해협 사이로 마주 보는 두 성이 있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사이로 유럽과 아시아가 갈리니, 한쪽은 유럽의 성이고 한쪽은 아시아의 성이 되겠다. 오늘은 이곳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우선 겔리볼루(Gelibolu) 반도, 즉 유럽 쪽에 있는 Kilitbahir 성을 간다. Kilitbahir 성은 어제 겔리볼루 전투 장소를 가기 위해 갔던 Eceabat 마을 아래에 있다. 이곳도 페리로 간다. 페리는 엄청 자주 있다.

 

9시 반쯤 체크아웃을 한다.

 

오늘 새벽 1시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간다.

버스 타기 전까지 아주 긴 시간이 남았다.

 

 

 

 

 Kilitbahir 성

 

 

10시에 출발하는 페리를 탄다.

 

이번으로 세 번째 해협을 넘는다. 페리 선착장에서 옆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Kilitbahir 성이다. 멀리서 봐도 성 자체가 굉장히 웅장한데 외부에서 보면 성이라기보다는 무슨 거대한 돔 같다. 아니면 교도소.

 

 

 

성으로 들어가려다 성 입구 바닷가에 있는 카페가 보인다.

 

오늘도 화창한 날이라 하늘과 바다가 너무 예쁘다. 그냥 해협을 보고 싶은 마음에 카페가 들어가 앉는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다르다넬스 해협을 한 없이 들여다본다. 여기 앉아 보니 이곳 해협의 너비가 2~3km 남짓 밖에 안 되어 보인다.

 

나는 지금 유럽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며 해협 너머 아시아를 보고 있다. 너머로 아시아의 작은 도시 차나칼레 시내가 보인다. 숱한 역사의 현장임에도 바다는 어찌 그리 맑고 깨끗한지. 이 해협을 보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 카카오 페이스톡을 통해 바다를 보여 준다.

 

 

 

카페를 나서 걷는데 해안가 쪽으로 거대한 벙커들이 보인다.

 

해안 포구가 분명하다. 성 안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거대한 포대들이 해안가를 둘러싸고 줄지어 있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벙커들이다. 이러니 겔리볼루 전투에서 연합군 배들이 감히 이곳을 뚫을 생각을 못했지.

 

해안포의 벙커들은 마치 거대한 왕릉들이 줄지어 있는 것 같다.

 

이 해안포대는 19세기 말에 오스만의 요청에 의해 프랑스 기술자가 와서 만들었다고 한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프랑스인이 만든 포대가 영국과 프랑스 함대를 위협한 것이다. 그래도 기뢰에 의해서 전함들이 박살이 났으니 망정이지 죽어서도 죽은 자리가 편하지 못할 뻔했다.

 

 

 

벙커 위에서 바로 보는 해협의 풍경이 일품이다.

 

사람들이 거의 안 오는 곳이다. 인적 드문 곳에 핀 들꽃들과 함께 잠시 그곳에서 해협을 바라본다. 정말 원 없이 이곳저곳에서 다르다넬스 해협을 보고 있다.

 

 

 

12시에 성으로 들어간다.

 

입장료는 15리라. 10시 배를 타고 건너왔으니 거의 2시간 동안 다른 곳만 돌다가 이제야 들어간다. Kilitbahir 성은 성 자체가 외성과 내성 그리고 성 안에 거대한 탑 같이 생긴 건물이 있는데 이게 세 잎 클로바 모양을 하고 있다. 처음 보는 모양의 성이다. 성은 크지 않지만 높고 견고해서 공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성 위에서 보면 바로 아래 해협이 내려다 보인다.

 

 

 

맞은편 차나칼레 시내와 그쪽에 있는 Cimenlik 성이 보인다.

Kilitbahir 성과 Cimenlik 성이 마주 보면서 해협을 감시하고 적선들에게는 포격을 했을 것이다.

 

 

 

맨 가운데 높이 솟은 성 안으로 들어가면 나선형의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밖은 돌이지만 안은 벽돌로 쌓은 것 같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성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다. 가파른 계단을 꽤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 

 

 

 

성을 나와서 가는데 생선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난다.

 

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성 옆 한 식당에 현지인들이 많이 식사를 한다. 나도 얼른 자리 하나를 찾아 앉는다. 생선을 굽고 계신 주인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영어로 ‘fish!’라고 하신다. 나도 ‘ok’라고 한다. 뭐가 나올지 정확히 모른다. 다른 사람들 먹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이것이 말로만 듣던 고등어 케밥이 아닐까 싶다.

 

 

 

역시 고등어 케밥이다.

 

이스탄불에 가서 먹을 줄 알았는데 이곳 로컬 식당에서 먹는다. 방금 막 구운 싱싱한 고등어라 그런지 비린 맛이 전혀 없다. 고등어 한쪽이 빵 안에 들어가 있는데 담백하고 맛있다. 가격은 12리라. 현지인들이 계속 찾아와서 먹는 걸 보니 제대로 맛집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찾아 드는 식당이 싸고 제 맛인 경우가 많다. 현지인들이야 말로 맛집의 진짜 바로미터다.

 

 

 

선착장으로 가는데 선착장의 위치가 바뀌었다.

조수 간만의 차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전에 내렸던 선착장보다는 조금 더 걸어가야 한다.

 

 

Cimenlik 성

 

 

페리를 타고 다시 해협을 건너서 이번에는 차나칼레 시내 근처에 있는 Cimenlik 성으로 간다.

 

Cimenlik 성은 현재 해군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 안에는 겔리볼루 전투와 함께 다양한 해군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다. 군사 지역이라고 사진 촬영도 안 되고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어서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다. 그나마 Kilitbahir 성에서 인상적인 것이 하나 있다. 겔리볼루 전투 당시 세계 최고의 전함이던 영국의 퀸엘리자베스 호에서 날라 와서 성에 박혔다는 포탄과 포탄자국이다. 치열했던 전투의 생생한 모습이랄까.

 

Kilitbahir 성이 훨씬 멋있고 풍경도 좋으니 혹 둘 중에 하나만 가야 한다면 반드시 Kilitbahir 성을 가라고 권하고 싶다. 성도 성이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다르다넬스 해협도 가장 아름답다. 특히 해안 포대에서 보는 풍경이.

 

 

 

 

차나칼레(Çanakkale) 산책

 

 

성을 나와서 시내 골목을 걷는다. 작은 도시지만 골목골목 없는 것이 없다. 작은 바자르(Bazaar)도 있어서 구경한다. 5리라 하는 값싼 케밥에 아이란도 먹고.

 

 

 

시내도 둘러보고 이제는 바닷가 카페에 자리를 잡고 글을 쓴다.

 

카페 메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터키에서 아이스커피도 마신다. 갑자기 카페 안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 보니 석양이 진다. 해가 비스듬하게 기울면서 바다를 보고 있는 카페 안으로 햇살이 밀려들어 오는 것이다. 다르다넬스 해협에서 세 번째 보는 일몰이다. 이곳에서 와서는 이렇게 매일 일몰을 본다. 조지아의 바투미(Batumi)에서도 매일 흑해에 지는 일몰을 봤었다. 서쪽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주로 일몰을 보나 보다 싶다.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로 간단히 저녁도 해결하고 글을 쓴다.

 

맥도날드는 화장실도 있으니 버스 타기 전에 간단히 세수도 할 생각이다. 마침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니 여기서 버스 타기 직전까지 있으면 된다. 맥도날드는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외국에 있을 때 훨씬 자주 간다. 오늘과 같이 시간을 때울 때에도 또는 물가 비싼 나라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때에도, 특히 낯선 곳에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 떨어졌을 때 24시간 하는 맥도날드를 만나면 오하시스 같다.

 

12시 넘어 메트로 사무실로 간다. 버스가 오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나를 페리 타는 곳으로 안내해 준다. 조금 기다리니 다른 곳에서 승객을 태운 메트로 버스가 들어온다. 버스에 올라타니 버스가 페리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버스에 탄 채 페리로 다시 해협을 건넌다. 이렇게 난 다섯 번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넌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