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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8, 터키 이스탄불 1: 이스탄불 그리고 보스포루스 해협(20190501)

경계넘기 2020. 9. 3. 15:30

 

 

이스탄불(Istanbul) 그리고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

 

 

새벽녘에 이스탄불(Istanbul)에 도착한다.

 

새벽 1시에 차나칼레를 떠났던 버스는 이른 아침 625분에 이스탄불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다행히 훤한 아침이다. 이스탄불에 진입하면서부터 거대 도시의 번잡함이 느껴진다.

 

 

이스탄불에서 아침부터 개고생

 

 

바로 메트로 역으로 간다. 표를 사기가 어렵다. 매표창구는 없고 무인 기계만 있고, 무인 기계마저도 영어 설명이 없다. 대체 어떻게 사라는 것인지. 한참을 헤매다가 근처에 있는 경비 분께 부탁을 해서 겨우 표를 산다. 다 무인으로 만들면 외국인이나 기계를 잘 못 다루시는 고령자분들은 어떻게 하나 싶다. 제대로 안내문이라도 만들어 두던지.

 

지하철을 타고 찜해 둔 숙소로 간다. 이스탄불 구시가지 중심인 술탄 아흐메트(Sultan Ahmet) 광장에서 가까운 곳이다. 숙소 근처의 역이 이 메트로 선의 종착역인 Yenikapi역이다. 숙소는 이 역에서도 1.5km 정도 걸어가야 한다.

 

힘들게 찾아 왔는데 방이 없다.

 

분명 어제 저녁에도 이곳에 방이 있는 것을 확인했었다. 알고 보니 오늘만 방이 있다. 내일부터는 계속 만실이란다.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5월 첫 주에 연휴가 많다보니 역시나 이스탄불도 바쁘다. 검색을 해보지만 가까운 구시가지의 괜찮은 호스텔은 모두 만실이다. 신도시 탁심 광장(Taksim Meydanı) 근처의 숙소들에 빈방이 좀 있다. 아무래도 그곳에 가야 그나마 숙소를 얻을 수 있을까 싶다.

 

탁심 광장을 가기 위해서는 다시 Yenikapi역으로 가야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도 없다. 더욱이 밤차를 타고 여기 오지 않았는가. 슬리핑 버스가 아니라 아무래도 버스에서 제대로 된 잠을 자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터키의 버스들은 중간에 쉬지 않고 이곳저곳 터미널에 서서 승객들을 내리고 태우느라 그나마 잠도 못 자게 만든다.

 

달리 방법이 없다. 다시 Yenikapi역으로 가는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탁심 광장 가는 노선도 Yenikapi역에 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터미널에서 경비 아저씨가 끊어준 티켓이 11리라여서 1회용이 아니라 충전해서 사용하는 카드라고 생각했다. 카드 비용이 6리라라고 하니까 5리라 기본으로 충전되었다 싶어서 카드 찍고 들어갔더니 찍힌다.

 

탁심 광장 주변이 통제 되었단다.

 

역에 들어가려니 역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역 안의 승객들에게 탁심 어쩌고저쩌고 한다. 붙잡고 물어보니 오늘 탁심역 뿐만 아니라 전후의 2개역들이 모두 폐쇄되었단다. 탁심 광장에는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2개역 지나쳐 내려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역시나 탁심역은 서지 않는다. 서는 첫 역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바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는데 웬걸 지상으로 나오니 도로도 통제되어 모든 버스가 운행을 안 하고 있다.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이곳에서 숙소로 찍은 곳까지는 거의 4km거리다. 다시 배낭을 메고 이 길을 걸어야 한다.

 

다시 걷는다. 주(主)도로는 완전히 통제되고 연결되는 도로마다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차량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무슨 행사가 있나 싶지만 그러기엔 경찰들이 너무 많다. 곳곳에 시위진압 특수차량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행사보다는 시위에 가까워보인다.

 

 

 

탁심 광장에 가까워진다.

 

역에서 내려 3km 정도 걸은 것 같다. 아침에 걸은 것까지 합치면 배낭 메고 거의 6km 이상을 걸은 셈이다. 탁심 광장 직전에 스타벅스가 보인다. 터키 리라가 폭락하면서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엄청 싸졌다고 하는데 터키에서 아직 스타벅스를 가보지 못했다. 스타벅스에 들어가서야 겨우 배낭을 벗고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의자에 앉아 쉬어 본다.

 

 

 

새벽부터 이스탄불에서 개고생이다.

 

숙소은 그렇다 치더라도 탁심 광장을 포함한 중심가 통제는 무슨 일인지.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캐리어를 끌고 걷고 있다. 교통편이 모두 통제되니 오늘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달리 방도가 없나보다. 미리 알고 넉넉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제 시간에 나온 사람들은 비행기라도 놓치면 어쩌나 싶다.

 

스타벅스를 나서서 12시쯤에 숙소에 도착한다.

 

새벽 625분에 이스탄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으니 거의 반나절 배낭 메고 뺑이 쳤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샤워를 하니 피곤이 밀려왔다.

 

 

이스탄불 신시가지 둘러보기

 

 

잠시 낮잠을 자고 숙소에서 가까운 신시가지나 둘러볼 생각으로 나온다.

 

탁심 광장은 물론이고 탁심 광장에서 연결되는 번화가인 이스티클랄(Istiklal) 거리도 모두 통제되고 있다. 호스텔 주인의 말이 노동절을 맞아서 광장과 주요 도로에서 시위가 있을까봐 미리 통제하는 것이란다. 시위진압 차량들이 곳곳에 배치된 이유가 풀린다.

 

탁심 광장 구경하고 여기서 시작하는 이스티클랄 거리를 걸어서 갈라타(Galata) 탑과 그 아래 갈라타(Galata) 다리까지 갈 생각이었다. 갈라타 다리에서는 Halic 만과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주도로로 가는 모든 길이 막혀 있다. 숙소 골목길로 한참을 우회해서야 겨우 주도로로 나갈 수 있다. 사람들이 이 길로 쭉 내려가면 갈라타 탑으로 가는 길은 통제하지 않는다고 알려 준다.

 

 

 

경찰이 통제하고 있는 도로는 차가 다니지 않아서 마치 해방구 같다.

 

길을 내려와서 알려준 길로 접어 들어가니 골목길이 나온다. 옛 건물들로 둘러싸이고, 돌로 깔린 골목길이 나오니 이제야 이스탄불에 왔나 싶다

 

 

갈라타 탑이 나온다.

 

제법 큰 탑이다. 탑은 들어가지 않는다. 탑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족히 30~40 미터 정도는 되어 때문이다. 탑에 들어가려면 최소 30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탑을 지나서 바로 갈라타 다리로 간다.

 

이스탄불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곳은 바로 보스포루스 해협이다. 갈라타 다리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이 바로 보인다. 갈라타 탑에서 갈라타 다리까지 가는 길은 꽤 가파른 골목길인데 마치 인사동 골목길을 걷는 듯하다. 골목길 자체도 예쁘지만 카페나 상점들도 예쁘다. 꽤 가팔라서 올라올 때는 힘들어 보인다.

 

 

 

갈라타 다리다.

 

신시가지 쪽에서 구시가지 쪽으로 넘어 가는 길이니 다리 왼편이 Halic 만이고, 오른편이 보스포루스 해협이다. 다리에서는 낚시꾼들이 낚시를 드리우고 고기잡이에 여념이 없다. 고기잡는 사람들이 갈라타 다리의 특색이라고 한다.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 보트 투어

 

 

갈라타 다리를 넘으면 구시가지다.

 

다리를 넘자마자 왼편으로 선착장이 나온다. 구경이나 할 요령으로 내려가는데 한 매표소에 쓰여 있는 문구가 보인다. 저녁 7시 출발 보스포루스 해협 보트 투어 20리라. 시계를 보니 지금 시간이 620. 7시면 일몰의 해협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바로 티켓을 끊는다.

 

티켓을 끊고 돌아서는데 배 타는 문이 열린다. 바로 배로 올라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기다리며 갈라타 다리와 Halic 만의 풍경을 본다.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유람선은 7시에 가까워지니 사람들로 가득이다. 커피나 차를 팔러 다니는 분들께 맥주 없냐고 물으니 역시 없단다.

 

 

 

7시에 배는 출발한다.

 

배는 천천히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들어간다. 다르다넬스 해협과 마찬가지로 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아시아고 한쪽은 유럽이다. 숱한 역사의 현장이었던 곳이다. 흑해와 마르마라 해가 만나는 곳. 이곳 역시도 물살은 빨라 보인다. 배는 한 시간 반을 운항해서 해협 꽤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배에서 보는 해협은 아름답다. 해협 자체도 아름답지만 해협 양안에도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다.

 

 

해협에서 보는 신시가지
해협에서 보는 구시가지

 

첫날부터 보스포루스 해협을 제대로 본다.

 

이러려고 오전에 그렇게 뺑이를 치게 만들었나 보다. 8시에 가까워지면서 해협에 일몰이 지기 시작한다. 다르다넬스에서도 페리에서 일몰을 봤는데 보스포루스에서도 유람선 위에서 일몰을 본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을 지금 마주 하고 있다.

 

여기에 딱 맥주 한 잔만 있었으면 싶은데 너무 과한 욕심인가!

 

 

 

이스탄불의 야경이 훌륭하다.

 

배가 선착장에 닿을 무렵엔 서서히 땅거미가 깔리면서 이스탄불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해협에서 바라 보는 이스탄불의 야경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덕분에 배에서 내려 돌아오는 길이 뿌듯하다.

 

급한 경사 길도 힘든 줄 모르겠고, 오전에 힘들었던 일도 이미 모두 잊혀졌다. 통제도 풀린 이스티클랄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곳.

 

 

 

하루가 무척 길었지만, 덕분에 잠은 잘 잘 것 같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