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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헝가리(Hungary)

D+188, 헝가리 부다페스트 1: 트란실바니아알프스산맥 따라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가는 길(20190521)

경계넘기 2020. 10. 23. 11:57

 

 

트란실바니아알프스(Transylvanian Alps)산맥 따라

루마니아 브라쇼브(Brasov)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 가는 길

 

 

생각 이상으로 아름다웠던 루마니아였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곳을 아르메니아 예레반(Yerevan)에서 만난 슬로바키아 친구 덕에 오게 되었다. 루마니아 엄청 좋다고 꼭 가보라고 자세히 알려주던 그 친구가 생각난다.

 

지금 난 트란실바니아알프스(Transylvanian Alps)산맥 북쪽 변을 따라 가는 기차 안에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오후 2시를 조금 넘어간다. 새벽 525분에 기차가 브라쇼프(Brasov)역에서 출발했으니 거의 9시간 가까이 기차를 타고 있다. 아직도 기차는 루마니아 국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후 6시쯤에 도착할 예정이니 아직도 4시간 가까이를 더 타고 가야 한다. 하지만 기차 여행은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풍경을 넘치도록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양쪽 창가로는 녹음이 우거진 산들과 들판, 그리고 기찻길 옆으로 무레슈(Mures)강이 계속 따라오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강물의 물빛이 황토 빛이어서 마치 동남아 메콩강을 따라 가는 기분이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리던 날씨는 기차가 달리는 중간 간혹 비도 뿌렸지만 지금은 먹구름이 조금 걷히고 햇살이 비추고 있다. 햇살이 비취니 눈이 시리게 푸르름이 살아난다.

 

 

 

이번에도 야간에 움직이지 않으려고 새벽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오후 6시에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늦지도 않다. 더욱이 요즘 유럽의 낮은 길지 않은가. 새벽 5시에 타야하는 기차를 놓칠까봐 어제는 긴장하며 잠을 청했다. 짐도 거의 챙겨 두고, 알람도 두어 차례 설정했다. 다행히 새벽 330분 첫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 도미토리 방의 다른 손님이 깨지 않도록 일단 모든 짐들을 2층 방에서 1층 부엌으로 옮겨서 짐을 재정비했다. 1층은 부엌과 거실 등의 공용공간만 있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거의 방해될 일은 없다.

 

짐을 챙기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넉넉할 줄 알았는데 샤워하고 이래저래 짐을 챙기다 보니 겨우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밖에 없다. 정확히 5시에 숙소를 나섰다. 브라쇼브(Brasov)의 숙소는 비록 올드타운에서는 멀지만 기차역은 걸어서 채 10분이 안 되었다. 새벽 기차를 탈 수 있었던 것도 숙소가 역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새벽 5시지만 이미 주변은 밝았다. 유럽은 확실히 낮이 길다. 5월임에도 새벽 5시에는 이미 훤해져서 저녁 9시가 넘어야 해가 지고 있다. 덕분에 야경 보기가 무척 힘들다. 9시가 훌쩍 넘어야 그나마 제대로 된 야경을 볼 수 있으니 저녁 늦게 일부러 나오지 않는 한 야경까지 보기란 쉽지 않다.

 

기차는 525분에 정확히 기차역을 출발했다.

 

새벽 기차라 그런 것인지 원래 이 구간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기차에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칸에 탄 사람이 겨우 서너 명. 다른 기차역을 지나다 보면 많이 타겠지 했는데 곧 헝가리 국경에 다가가는 지금까지 이 객차에 있는 승객은 다 해봐야 열 명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내 좌우 양쪽으로도 모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좌우 창문으로 원 없이 풍경을 보고 있다.

가끔씩 좌우로 좌석을 옮겨가면서.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서쪽으로 방향을 잡은 기차는 남쪽으로는 높고 긴 산맥을, 북쪽으로는 넓은 평야 지대를 보여 주고 있다. 브라쇼브를 막 지나서는 멀리 설산들도 연이어 보였다. 지난번 시나이아(Sinaia)의 산에 올라가서 봤던 그 설산 줄기임에 분명하다.

 

 

 

불연 듯 예전에 갔던 중국 신장(新疆)이 생각났다.

 

우루무치(烏魯木齊, Wulumuchi)라는 도시에서 신장 동쪽 맨 끝에 있는 작은 도시인 카슈가르(Kashgar)라는 곳을 기차를 타고 갔었다. 그때도 기차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거의 수평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그때는 북쪽으로는 천산산맥이 따라왔고 남쪽으로는 타클라마카 사막이 끝없이 펼쳐졌었다. 물론 그때는 황량했다. 사막은 물론이고 천산산맥의 산들도 황량한 돌산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양쪽으로 녹음이 우거졌다.

 

산은 산대로 들판은 들판대로. 푸른 밀밥이 끝나면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지고, 유채꽃밭이 끝나면 다시 양과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푸른 초지가 나온다.

 

 

 

그 사이 사이 주황색 지붕을 뽐내는 작은 마을이나 도시들이 나온다.

 

 

 

여기는 트란실바니아 고원 평지다.

 

산맥들에 의해서 경계를 이루는 곳. 높은 산맥들이 이곳을 둘러싸고 있지만 일단 이곳에 들어오면 이렇게 평원이 펼쳐진다. 물론 산들도 있다. 하지만 산맥을 벗어나 있는 산들은 주로 낮은 구릉을 형성하고 있다. 곡창 지대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니 그 옛날부터 왜 이곳을 탐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이자만 상대적으로 큰 도시나 개발된 곳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헝가리 국경에 가까워지면서 이제 기차는 트란실바니아 고원 평원을 감싸고 있는 산맥을 뚫고 나온 것 같다. 지금 주변으로는 넓은 평야 지대만 보이고 산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밀밭으로 가득하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데 기차는 여전히 루마니아 영토 안에 있다.

 

구글맵으로 확인을 해봐도 아직 꽤 가야하는 것으로 나온다. 국경을 넘어도 기차는 헝가리를 거의 종단하며 가야한다. 기차는 헝가리 동남쪽 구석으로 진입해서 거의 북쪽 중앙에 있는 부다페스트까지 꽤 긴 거리를 달려야 한다. 오후 6시에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다고 했으니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헝가리에 진입해서 꽤 빠르게 달려야 한다. 더구나 국경 심사를 하는데 시간이 걸릴 터이다. 루마니아의 기차는 상당히 느리게 이동한다. 복선이 아니라 단선인지 곳곳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오후 3시 조금 넘어 기차가 한 기차역에 좀 서나 싶었는데 국경 경찰이 올라와서 여권 심사를 한다.

 

이동식 검색기와 스탬프를 가지고 와서 기차 안에서 출국 도장을 찍어 준다. 편해서 좋다. 불가리아에서 루마니아 들어오는 것처럼 국경 심사를 공동으로 하면서 입국 도장도 찍어주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스탬프를 보니 Curtici 검문소로 찍혀 있다.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티미쇼하라 위에 있는 국경도시다. 이제 13번째 국가인 루마니아를 떠난다. 14번째 국가 헝가리로 들어간다. 유럽 권으로 들어오면서 여권에 찍어주는 도장에 특색이 하나 있다. 기차로 들어오면 기차 마크가, 자동차로 들어오면 자동차 마크가 찍혀 있다.

 

오후 340분 이번에는 헝가리 국경 경찰이 올라와서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국경을 넘는지도 몰랐는데 그새 국경을 돌파했나 보다. 이제 헝가리다. 오후 4시 정각에 기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새 승무원도 바뀌었다. 루마니아에서는 뚱뚱한 아저씨 두 분이었는데 이제는 살짝 뚱뚱한 아주머니 승무원으로 바뀌었다. 기차표를 한 번 더 검사한다.

 

기차표 검사할 때 시각을 물어봤다. 인터넷으로 확인은 했지만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는 것이다. 시차를 잘못 계산해서 실수 한 적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보다 2시간,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8시간 느리다. 하지만 지금은 썸머 타임이 실시되기 때문에 루마니아보다는 1시간 그리고 한국보다는 7시간 느리다. 승무원 아주머니가 핸드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시켜 주신다. 알고 있는 시각이 맞다. 바로 손목시계의 시간을 맞춘다.

 

여전히 객차 안에 승객이라곤 대여섯 명뿐이다.

날씨도 맑아지고 기분 좋은 여행의 연속이다.

 

헝가리 국경을 넘어서는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 지대다.

 

산이 보이질 않는다. 밀밭 아니면 유채꽃밭 아니면 평지의 숲이다. 평야 지대는 처음에는 굉장해 보여도 조금 오래 보다보면 금방 싫증이 난다. 너무 단조롭기 때문이다. 헝가리 국경 넘기 전부터 기차가 트란실바니아 평원 끝자락을 달리면 산이 낮아져 구릉으로 변했다가 그마저도 사라지고 평야지대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도 노트북을 꺼내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평야에 살짝 싫증이 난 상태라. 하지만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은 작업하다 고개를 들 때마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기차가 헝가리 국경을 들어서면서부터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선로를 보니 복선이다. 루마니아의 철도는 단선이여서 마주 오는 기차에 맞추느라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기다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철도의 단선과 복선으로도 경제력의 차이가 보인다. 헝가리도 루마니아와 마찬가지로 공산국가였다가 전환한 국가이지만 헝가리는 구공산권 국가 중에서도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철도 하나에서도 그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차는 오후 620분에 부다페스트-뉴가티(Budapert-Nyugati)역에 도착한다.

 

브라쇼브에서 오전 525분에 출발했으니 5분 빠지는 14시간 걸렸다. 그럼에도 열차 안에 사람도 거의 없고, 주위 풍경도 너무 좋아서 그런지 피곤한 줄 모르겠다. 이런 기차 여행이라면 며칠이고 할 수 있겠다.

 

 

 

부다페스트의 첫 인상은 이스탄불(Istanbul)과 비슷하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은행을 찾으면서 걸을 터이니 1시간 정도 잡으면 될 터이다. 북적대는 유명 관광지. 확실히 관광객도 현지인들도 많다. 거리에서 한국말도 자주 들리는 것을 보면 주요 관광지에 온 것만은 분명하다. 이스탄불에 비해 거리는 넓고 쭉쭉 뻗어 시원했지만 번잡하고 정신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스탄불보다는 그래도 부다페스트가 조금 낫긴 하다.

 

부다페스트는 세계인들이 모두 찾아가는 동유럽 국제 코스 중의 하나다.

 

대표적인 동유럽 국제 코스가 이스탄불(Istanbul)-부다페스트(Budapest)-(Wien)-프라하(Praha)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동유럽 여행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가는 코스다. 나도 원래 이 동선을 따라 빠르게 동유럽을 훑고 가려 했으나 여행 중 만난 여행 친구들이 동유럽과 발칸 국가들의 좋은 곳을 많이 알려주는 바람에 동선이 늘어나고 말았다. 대신 일반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주요 관광지는 빠르게 치고 빠지고 있다. 이런 곳은 나중에도 올 기회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스탄불이 34일이었고, 부다페스트도 34일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아예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고 갈 수도 있겠고. 조용한 곳에 있다 오니 숙소 찾아 가는 길에서부터 북적대는 관광객들로 머리가 아파 온다. 오늘은 마트만 잠시 다녀와서 숙소에서 지낸다. 새벽에 일어나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기차에서 14시간 동안 본 풍경으로도 오늘 여행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숙소는 후기에 나온 대로 침구류가 많이 안 좋다.

, 고민할 것 있나. 바로 침낭 꺼내서 잤다. 이곳 이불은 한쪽에 밀어 놓고.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