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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헝가리(Hungary)

D+190, 헝가리 부다페스트 3-2: 역사의 향기가 어린 부다(Buda) 지구 산책(20190523)

경계넘기 2020. 10. 25. 15:57

 

친구를 전송하고 Budapest-Déli 기차역에서 돌아갈 길을 찾느라 위치를 확인하니 기차역이 부다(Buda) 지구에 있다. 어부의 요새(Fisherman’s Bastion)가 있는 언덕 바로 뒤편이다.

 

부다페스트(Budapest)는 동유럽을 유유히 흐리는 도나우(Donau)강 양안에 형성된 도시다.

 

강 서안에는 부다(Buda) 지구와 오부다(Obuda) 지구가 있고, 동안에는 페슈트(Pest) 지구가 있다. 양안 지역이 통합하면서 현재의 부다페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부다페스트는 양안의 대표 지구인 부다와 페스트를 합친 이름이다. 1849년 도나우강에 세체니 다리(Széchenyi Bridge)가 생기기 전까지 부다와 페스트 두 강변 지역은 각자 다른 생활을 했다고 한다. 강 하나를 두고 국경이 형성되기도 하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언어가 완전히 다른 경우도 많으니 다리가 없었던 시절에 도나우 강을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생활을 해왔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부다 지구와 페슈트 지구는 지형이나 특징이 다르다.

 

지형적으로 부다 지구는 구릉 지대인 반면에 페슈트 지구는 평지다. 아울러 부다 지구는 어부의 요새(Fisherman’s Bastion, Halászbástya), 마차시 성당(Matthias Church, Mátyás Templom), 부다 왕궁(Buda Castle, Budavári Palota) 등의 역사 유적지가 집중되어 있는 곳인데 반해 페슈트는 상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현대적인 느낌이 강한 곳이다.

 

 

 

오늘 둘러보려고 했던 곳이 바로 부다 지구니 현재 위치가 나쁘지 않다. 천천히 걸어서 어부의 요새, 마차시 성당 그리고 부다 왕궁 등을 둘러보고 자유의 다리(Liberty Bridge)를 건너 숙소로 돌아가면 된다.

 

기차역에서 우선 마차시 성당을 향해 걷는다.

 

언덕을 조금 올라가니 올드타운이 나온다. 올드타운 길을 걸어가니 밝은 아이보리 톤의 건물과 주황빛 지붕을 가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마차시 성당이다. 화려한 외관이 무척이나 눈에 띄는 로마 가톨릭 성당이다. 그간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주로 동방 정교회의 교회를 보아왔는데 간만에 보는 로마 가톨릭 성당이 반갑다. 확실히 우리에게는 로마 가톨릭 성당이 많이 익숙하다.

 

 

 

마차시 성당은 13세기에 처음 지어진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여러 번의 증개축을 거쳐 지금과 같은 고딕 양식의 모습을 가졌다. 원래 이름은 성모 마리아 대성당(The Church of Mary)이었지만 15세기 말 성당의 재개축을 명령한 마차시 1(Matthias)의 이름을 따서 마차시 성당으로 불리고 있다. 마차시 1세는 성당 건축물의 가장 뛰어난 부분인 88m 높이의 남동쪽 첨탑을 건축했다. 마차시 성당은 건축의 화려함과 아름다움 외에도 역대 헝가리 국왕들의 결혼식과 대관식 장소로도 유명하다.

 

성당은 외관의 모습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성당 안도 구경하려했으나 입장료도 있고 사람들도 많아서 건너뛰기로 한다. 이미 성당은 물릴 대로 물려서 입장료를 내고 줄까지 서서 들어갈 흥미와 기대는 더 이상 나에게 없다.

 

 

 

성당 바로 앞에는 성 삼위일체 동상(Holy Trinity Statue)’이 있다.

동상 또한 무척 화려하다.

 

 

 

성당 바로 뒤가 어부의 요새다.

 

19세기 말에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Neo-Romanesque style)으로 지어진, 도나우강을 굽어보는 회랑, 즉 테라스다. 어부의 요새는 19세기 어부들로 구성된 시민군이 이곳에서 왕궁을 방어하기 위해서 싸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부의 요새는 7개의 고깔 모양의 탑이 독특하다.

 

헝가리 땅에 처음 정착한 7개 마자르(Magyar) 부족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자르족은 헝가리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장 큰 민족이다.

 

 

 

어부의 요새는 건축물 자체도 독특하고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나우강과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압권이다. 덕분에 요새를 끼고 부다페스트 전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라 어딘가에 편히 앉아 경치를 감상하기가 어렵다.

 

 

 

어부의 요새와 마차시 성당의 뒤편 마을 거리를 걷는다. 건물들이 예쁘다.

 

 

 

부다 왕궁을 발길을 향한다. 

 

마차시 성당에서 부다 왕궁은 걸어서 10~15분 정도의 거리다. 가는 길에 웬 건물 앞에서 근위병의 교대식이 있다. 알아보니 왕궁의 하나로 지금은 헝가리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는 곳이란다. 궁의 이름은 Sándor Palace.

 

 

 

Sándor Palace 바로 옆이 부다 왕궁이다.

 

도나우 강변에서 낮이나 밤이나 국회의사당과 함께 웅장한 자태를 뽐내던 건물이다. 우리는 왕궁으로 해석하지만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castle)에 가깝다. 부다 왕궁, 마차시 성당 등의 유적들이 평지인 도나우강 동편의 페슈트 지구가 아니라 구릉과 언덕이 많은 도나우강 서편의 부다 지구에 있는 이유가 바로 방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다 왕궁을 처음 건설한 벨러 4(Béla IV)는 강력한 몽고군에 쫓겨 이곳에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3세기에 건설된 왕궁이지만 그때의 모습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침입, 19세기 헝가리 독립 전쟁, 2차 세계 대전 등에 의해 붕괴되었다가 재건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1956년 헝가리 혁명 때도 소련군에 의해 다시 파괴되었다. 지금의 모습은 1980년대에 복원된 것이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들어가 보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 그러고 보니 부다페스트에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한 곳 가본 곳이 없다. 번잡한 곳이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크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부다 왕궁에서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왕국의 성벽에서 보는 도나우강과 부다페스트의 풍경이다.

 

개인적으로 어부의 요새에서 보는 풍경보다 이곳이 훨씬 마음에 든다. 다행이 오후 들어 날씨도 맑아지면서 햇살 든 부다페스트의 정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역시 요새나 성당, 왕궁 자체도 좋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도나우강과 부다페스트 시내의 전경이 좋다. 군사적 목적으로 터를 잡은 곳이기에 반대편 페슈트(Pest) 지구가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보인다. 그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도나우강까지도.

 

부다페스트에 오래 있다면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자주 올라왔을 곳이다. 보온병에 커피나 와인을 담아 가지고. 여기에 음악을 곁들인다면 멍 때리기에 좋은 곳이다.

 

 

 

왕궁을 둘러보고 자유의 다리를 건너서 숙소로 돌아간다.

 

저녁에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러 다시 나왔다. 야경이 참 예쁜 도시다. 배를 타고 보는 야경도 훌륭하지만 걸으며 보는 거리의 야경도 못지않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