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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36, 중국 다리 11: 창산(蒼山) 둘레길(20181220)

경계넘기 2021. 1. 18. 08:04

 

창산(蒼山) 둘레길

 

창산(蒼山) 주변에 구름이 없다.

 

다리에 와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산을 살피는 게 일이 되었다. 창산 둘레길은 한 번 걸어보고 다리를 떠나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둘레길이 산 아래에 있는 반면 해발 4,122m 창산의 둘레길은 산의 중턱 2,600m 고지를 따라 나 있다. 그래서 둘레길에서 보는 다리(大理)와 얼하이 호수(洱海湖)의 풍경이 압권이다.

 

사실 말이 2,600m이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의 높이가 2,750m이니 백두산과 비슷한 높이를 산책 삼아 걷는 길이다. 날씨를 살피는 이유에는 시원한 풍경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아무래도 겨울철의 흐린 날은 추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았던 다리의 기억 한 편에는 창산에 대한 기억도 있다. 예전에 왔을 때 고성 안 숙소에서 묵었다가 창산 안 숙소에서도 이틀을 묵었었다. 창산의 숙소는 2,600m 둘레길 위에 있어서 숙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기가 막혔다.

 

프랑스 사람이 운영하던 숙소였는데 같이 여행을 하던 프랑스 친구가 같이 가지고 해서 묵었던 곳이다. 창산의 풍경과 함께 숙소에서 바라보는 다리와 얼하이의 전망이 일품이었음은 물론이지만 특히 화장실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압권이었다. 화장실 앞면이 전부 유리로 되어 있어서 볼일을 보면서 전경을 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지만 화장실의 전망만은 5성급 이상이었다.

 

이곳에 오면서 또 묵고 싶어서 숙소를 찾아봤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다.

 

그때 창산의 둘레길을 알았다. 둘레길은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창산 둘레길이 시작한다. 인위적으로 창산의 중턱을 빙 둘러 깎아서 평탄한 둘레길을 만들었다. 높낮이가 없는 평탄한 길로 트래킹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다리의 전경과 창산의 풍경이 정말 훌륭하다. 물론 길 자체도 고즈넉하고 좋다.

 

예전에는 잠깐 걷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는데 한쪽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반대편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거리가 12km 정도 되는데 평탄한 길이라 3시간이면 충분하다. 길 중간에도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다.

 

입장료와 케이블카 비용만 없다면 매일 아침 산책 삼아 걷고 싶은 길이다.

 

날씨가 흐릴거라는 예보가 무색하게 맑은 날이다. 창산 정상에 살짝 구름이 끼긴 했지만 먹구름은 아니다. 여행책에는 숙소에서 먼 감통사(感通寺) 쪽에서 올라가서 중화사() 쪽으로 내려오라고 권하는데 난 걸어갈 수 있는 중화사 쪽으로 가서 감통사로 내려올 생각이다.

 

 

 

날씨가 나쁠 것 같다고 해서 창산 생각을 전혀 못했던지라 늦잠을 잤다. 서두른다고 서두른 것이 11시에 숙소를 나선다. 늦었더라도 산에 오르니 길이니 밥은 먹고 가야 한다. 가는 길에 있는 수타 국수집에서 국수로 아점을 한다. 창산에 오르는데 술이 빠질 수 있나 맥주와 간단한 주전부리도 산다.

 

중화사 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하니 12시다. 지난번에도 봤듯이 이곳에서 케이블카 타는 사람이 없다. 안전 점검이나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곳은 케이블카가 아니라 리프트다.

 

입장료 40위안에 케이블카 왕복 60위안해서 모두 100위안이 들었다. 가격만 싸면 자주 올라가서 둘레길을 걷겠지만 중국은 어딜 가나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여기서 왕복 티켓을 끊으면 감통사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바로 리프트를 탄다. 예전에 탔음에도 이렇게 길었는지 싶다. 리프트는 제법 길어서 15분 정도는 간 것 같다. 올라갈수록 기온도 내려가서 그늘에 들어가면 찬 기운이 밀려든다. 케이블카가 아니라 리프트라 올라가며 밑을 보니 아찔해진다. 게다가 한동안이나 양방향 리프트에 나 혼자다. 도착점에 가까워지니 내려오는 사람이 몇몇 있다.

 

 

 

리프트에서 내려서 중화사를 잠시 둘러보고 바로 둘레길로 들어선다.

 

티켓을 살 때 매표소 직원이 내가 감통사 쪽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오후 4시 반까지는 도착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아마 그때까지 케이블카를 운행하나 보다. 12km라 이 시간에 올라가도 그 시간에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고 혼자 가는 길이라 좀 서두른다.

 

 

 

햇살도 좋고, 길도 좋다.

 

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나무향이 너무 좋다. 저 멀리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가 섞여서 귓가를 감미롭게 울린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한적해서 더욱 좋다. 자연의 소리를 듣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며 걷는다.

 

 

 

길을 평탄하지만 그 놓인 길은 평탄하지가 않다. 완만한 산릉의 길이다가도 깎아지른 절벽의 허리를 돌기도 한다. 단단한 절벽 암석을 파서 길을 만들었다. 어떻게 산 허리에 둘레길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나무 사이, 산 사이 다리와 얼하이 호수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걸을 때마다 위치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얼하이는 때론 넓은 호수로 때론 긴 강으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넓어서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둘레길 중간쯤 수줍어 구름 고름으로 얼굴을 살포시 덮은 창산 봉우리들이 보인다.  궁금했는지 손을 내려 완연한 얼굴을 보여주다가도 얼른 다시 가린다. 

 

 

 

아래로는 포근한 얼하이 호수, 위로는 웅장한 창산이 한 폭의 그림이다.

길도 평탄해서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정말 산책하기 딱 좋은 길이다.

 

이정표를 체크하면서 간다. 대충 시간 당 4km 정도의 속도로 가고 있다. 쉬엄쉬엄 가는 것이라 크게 쉴 필요가 없어서 3시간 만에 감통사에 도착했다. 중간 중간 경치 좋은 곳에 앉아서 맥주도 한 잔 하면서 걸었다.

 

어느새 감통사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트래킹 아닌 산책이다.

 

감통사의 케이블카는 리프트가 아니라 제대로 케이블카다. 감통사 케이블카가 좀 더 길고 높다. 케이블카에서 보는 풍경이 좋다. 

 

 

 

내려와서 보니 가격도 더 비싸서 왕복 80위안이다. 내 경우 중화사에서 왕복 60위안에 끊어서 왔으니 감통사에서 끊어서 오는 것보다 20위안 절약했다.

 

사람들도 훨씬 많은 것으로 봐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곳으로 올라오니 보다. 아무래도 이쪽은 케이블카고 경치가 좋다 보니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나처럼 12km 완주하는 관광객들은 많지 않으리라. 여행책대로 감통사에서 올라왔으면 20위안 손해볼 뻔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그곳에서 버스 타는 큰길까지는 꽤 멀다. 택시를 잡으려하니 삐끼들이 극성스럽게 달려든다. 귀찮아서 걸어가기로 한다. 바이두맵을 보니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다.

 

한참을 걸어내려와 큰길에서 버스를 탄다. 중고등학교 하교 시간인지 버스에 학생들이 많다. 중고등학생들은 여기나 한국이나 시끄럽기는 매한가지다. 시골 도시라 학생들 얼굴에 순박함이 묻어 있다. 귀여운 녀석들.

 

이제 창산도 둘러봤으니 다리의 여정도 마무리되는 것인가.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