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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37, 중국 다리 12: 여행은 순간의 선택이다(20181221)

경계넘기 2021. 1. 18. 11:14

 

여행은 순간의 선택이다

 

원래 이곳 다리(大理)에서 겨울을 보낼 생각이었다. 윈난성(雲南省)의 겨울이 가장 온화하기도 하고 예전의 다리는 물가도 싸고 쉬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다리에 오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배낭여행자의 성지였던 예전 다리의 모습도 없어졌지만 무엇보다도 인터넷 통제가 심한 중국에 정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이스톡을 물론이고 카카오톡도 잘 안 된다. 메일조차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급한 일이 생기면 소식조차 주고받기가 어렵다.

 

더욱이 며칠 전에 중국 친구에게 들었는데 중국 정부가 크리스마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캐럴을 틀거나 관련 행사를 금지한다고 한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이제는 크리스마스에까지 불통이 틘다.

 

점점 더 독재의 늪에 빠지는 중국에 염증이 난다. 답답해진다.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여행을 나섰는데 더 독한 굴레에 묶인 것 같다. 혼자만의 크리스마스라마 자유로운 곳에서 만끽하고 싶어졌다.

 

 

 

창산(蒼山)도 다녀왔으니 더 이상 다리에 미련은 없다.

어제 창산을 내려오면서 다리를 떠나기로 했다.

답답한 중국을 떠나기로 했다.

 

오전에 표를 사러 샤관(下關)의 버스 터미널에 간다.

정하기가 힘들지 일단 떠나기로 마음이 정해지면 바로 움직인다.

 

버스에 내려 잠시 걷는데 바람이 장난 아니다. 분명히 다리 고성에서는 바람 없는 따사로운 날이었는데 샤관에 내리자마자 거센 바람에 한기까지 밀려온다. 다리를 상징하는 풍화설월(風花雪月)’에서 첫 번째가 샤관의 바람()이라더만 그걸 실감한다.

 

샤관에 바람이 많이 부는 이유가 지형적인 원인 때문으로 보인다. 다리는 얼하이 호수(洱海湖)를 중심으로 높은 산줄기가 둘러싸는 일종의 분지 형태를 띠는데 남쪽인 샤관에서 산줄기가 낮아지면서 좁은 계곡을 형성한다. 샤먼이 다리 분지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인데 그러다 보니 이쪽으로 골바람이 부는 것으로 보인다.

 

터미널 앞은 칼바람이 분다. 모자를 쓰고 있으면서도 외투에 달린 모자마저 뒤집어쓴다.

 

 

 

다음 목적지는 윈난성의 최남단 징홍(景洪)에 가려고 한다. 징홍은 태국, 즉 타이족인 다이족 자치주(傣族自治州)이자 라오스에 들어가는 관문이다. 이곳을 거쳐 라오스로 들어갈 생각이다.

 

동남에 들어가면서 베트남을 제외하는 이유는 석 달 전 여름에 한 달 간 베트남 일주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석 달 후 세계여행을 떠날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

 

무인기에서 일단 표를 확인한다. 표는 많은데 문제는 도착 시간이다.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1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첫 차가 오전 8시니 이것을 타도 저녁 9시에 도착한다. 저녁 슬리핑 버스는 없다.

 

순간 귀찮아진다. 아침 8시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에 나서는 것도 귀찮고, 중국만 여행한다면 모를까 태국을 가는데 굳이 타이족의 징홍을 갈 의미도 없다.

 

순간 징홍이 가기 싫어지면서 계획을 바꾼다.

베트남 하노이(Hanoi)로 가자.

 

쿤밍(昆明)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베트남 국경까지 가는 기차로 갈아탈 수 있다. 여러 가지 여정은 이미 확인해 두었다. 이왕 세계 여행하는 것인데 가는 여정의 베트남을 빼고 가는 것도 허전했다.

 

기차역으로 가서 쿤밍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다리에서 쿤밍 가는 기차는 대부분 고속열차. 차편이 많아서 그런지 표도 널널하다. 시간도 2시간 조금 더 걸린다고 하니 서울에서 대전가는 기분이다.

 

도시 하나 바꾸는 것도 아니고 나라 하나 가고 안 가고의 여정이 표 사기 직전에 바뀐다. 그게 여행이다. 고민은 오래해도 결정은 순간에 한다.

 

저녁에 환송회 겸 해서 숙소의 룸메이트들과 술 한 잔 하러 나간다.

 

이렇게 세계여행의 첫 나라인 중국을 마무리한다.

이제 자유의 세계로 나간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