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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중국(China)

D+038, 중국 쿤밍 1-1: 중국 다리(大理)에서 베트남 하노이(Hanoi)로(20181222)

경계넘기 2021. 1. 19. 07:16

 

중국 다리(大理)에서 베트남 하노이(Hanoi)

 

새벽에 눈이 떠진다.

이동을 생각하니 몸이 자연스럽게 긴장을 하나 보다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베트남 하노이(Hanoi)로 이동한다.

 

가는 여정이 조금 복잡하다. 먼저 다리(大理)에서 고속 기차를 타고 쿤밍(昆明)으로 간다. 쿤밍에서는 일반 밤기차를 타고 국경 도시 허커우(河口)로 이동한다. 허커우에서 걸어서 국경을 넘어 베트남측 국경 도시인 라오까이(Lao Cai)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하노이로 가는 긴 여정이다. 쿤밍에서 허커우 그리고 라오까이에서 하노이까지 어떻게 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청두에서 다리 올 때처럼 이번에도 12일의 여정이지만 더 복잡하고 더욱이 국경도 넘는다.

 

다리에서 쿤밍까지는 332km, 쿤밍에서 허커우까지는 400km. 그리고 라오까이에서 하노이까지는 다시 290km를 더 가야 한다. 합쳐서 1.022km의 여정이다. 거리로는 베이징에서 시안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비교할 수 없다. 다리에서 허커우까지의 여정은 바로 가는 것이 없어서 쿤밍에서 차편을 갈아타야 하고, 쿤밍에서 허커우까지는 고속열차도 없을 뿐더러 이곳은 길이 험한 윈난성이니 시간은 훨씬 많이 걸린다. 라오까이에서 하노이로 들어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다리에서 허커우
라오까이에서 하노이

 

오전 10시 숙소를 나선다. 오전 1140분 기차지만 미리 길을 나선다. 그나마 작은 도시고 길을 잘 알아서 여유를 불린 것. 아니면 더 일찍 나섰을 게다.

 

다리 기차역이 작아서 기다리는 일은 없는데 사람이 적어서 짐 검사는 더 까다롭다. 칭다오역에서처럼 맥가이버칼이 문제다. 돌려는 주는데 테이프로 칭칭 감는다. 이런다고 쓸 놈이 안 쓸까 싶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다리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아닌 모양이다. 40분 기차인데 35분에서야 개찰구를 연다. 자리는 널널했다. 한 시간 정도는 옆 자리가 비어서 편했는데, 그 이후에는 작은 애기를 대동한 젊은 부부가 타서 정신이 없다.

 

 

 

기차에 탔을 때 몇몇 중국인이 좌석을 물었다. 처음 고속열차를 타시나 보다. 좌석을 알려드린다. 할머니는 객차를 잘못 타셔서 옆 칸으로 이동하라고 알려드린다. , 이 정도는 자연스럽게 한다.

 

중국 고속열차에는 문 위에 속도를 열차의 현재 속도를 알려주는 계기판이 있다. 중국의 고속열차가 제 속도를 내면 300km대로 달리는데, 이곳은 길이 험한지 300km대로는 진입을 못한다. 간혹 200km대까지 올라가곤 한다. 2시간 정도의 여정이라 부담이 전혀 없다. 한낮의 햇살과 풍경을 즐기면서 간만의 이동을 즐긴다.

 

머리 한편으로는 다음의 이동 방법을 생각하느라 고민스럽다. 베트남 국경인 허커우에 가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쿤밍의 동부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쿤밍역에서 기차를 타는 것이다. 버스는 오늘 바로 가기는 어려우니 쿤밍에서 하루 자고 내일 출발해야 한다. 대신 낮에 움직이니 쿤밍에서 허커우까지 가는 길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반면에 기차로 가는 길은 밤기차기 때문에 오늘 바로 출발할 수 있다. 더욱이 쿤밍역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동하지 않고 내려서 바로 표를 끊고 갈 수 있다. 다만 밤기차라 풍경은 볼 수 없다.

 

고민을 하다가 쿤밍에서 짐 풀기도 귀찮아서 기차 타고 바로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밤기차니 숙소값도 번다.

 

기차는 150분에 쿤밍역에 도착한다. 2시간 10분 걸린다. 지금까지의 도시 간 이동에서 가장 짧은 시간이다.

 

 

 

역에서 나와서 표를 사러 다시 역으로 들어간다. 쿤밍역은 기차표를 사러 가는데도 짐 검사를 한다. 엑스레이 검사대에서 또 맥가이버칼이 걸린다. 다리역에서 테이프로 칭칭 감은 칼을 보여주니 들어가란다.

 

이번 여행의 다른 중국 도시의 기차역들과는 달리 쿤밍역은 직접 창구에서 표를 사는 사람들이 많다. 소수민족이 많아서일까? 인터넷이나 무인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은가 보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것만 30분이다. 예전 중국 기차역에서 표 살 때의 모습이다.

 

 

 

쿤밍에서 허커우 가는 기차는 하루에 4편 있는데 밤기차는 저녁 1055분에 출발하는 딱 한 대다. 내일 새벽 65분 도착이다. 7시간 걸리는 것인데 낮 기차는 보통 5~6시간 걸린다.

 

 

 

표는 많은가 보다. 당일인데도 아래 칸 침대가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아래 칸 침대다. 그런데 여긴 무슨 보험료도 받는다. 열차 사고에 대한 보험료인가 본데 열차 가격에 3위안 정도를 더 받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니면 내가 몰랐을 수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기차역에 짐을 맡기고 쿤밍 시내를 둘러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온 시간이 저녁 8시다.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물과 함께 맥주를 한 캔 산다. 곧 쿤밍을 떠나고 중국을 떠나는데 이별주 한 잔은 필요하다. 혹시 몰라서 내일 새벽 허커우에서의 택시비는 남겨 둔다. 짐을 찾기 전에 쿤밍역 입구의 계단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신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맥주.

내일 아침이면 국경을 넘는다.

빅 브라더(Big Brother)의 파놉티콘(Panopticon)에서 곧 벗어난다.

 

짐을 찾아서 역 대합실 안으로 들어간다. 예상대로 허커우로 가는 대합실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널널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에 허커우에 도착해서 좀 걱정되긴 하지만 쿤밍에서도 남쪽으로 더 내려가는 길이니 새벽에도 추울 것 같지는 않다. 동이 틀 때까지 역에서 개기다 움직이면 된다.

 

개찰 시간이 되어서 기차를 탄다. 역시나 널널하다. 내 옆 아래 칸의 한 처자와 내 바로 위 한 남자가 우리 칸의 승객 전부다. 복도도 한산하고. 기차는 많이 낡았다. 좋은 기차가 배차될 리 없다.

 

 

 

대충 조금 씻고 잘 준비를 한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도 제각각 잠잘 준비를 한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체질인가 열차의 덜컥거림과 버스의 진동이 나에겐 자장가처럼 느껴진다.

 

내일이면 이번 여행에서 첫 국경을 넘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