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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

경계넘기 2021. 1. 30. 11:54

 

날아라 개천용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 정우성이 분한 박삼수 기자의 한 대사가 귓가를 때린다.

 

대한민국 검사가 못하는 게 어디 있어요.
죽일 수 있고,
못 죽이면 괴롭히고,
또 못 괴롭히면 더럽히는 게 검찰이잖아요!

 

그 대사를 들으며 한국 검찰의 슬로건이 생각났다.

 

털어 먼지 안 나는 놈 없고, 안 나면 만들면 된다!

 

 

신약성경 요한복음에는 예수 앞에 간음한 여자를 끌고 와 어찌할까를 묻는 유대인들의 대목이 나온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이에 예수님이 말씀하시길,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살기등등했던 유대인들은 여자와 예수만 남겨두고 슬그머니 모두 사라졌다.

 

 

성경이 말하듯 털어 죄 없는 자가 어디 있으랴마는

우리네 검찰은 예수님보다 한 걸음 더 나간다

없으면 만들기까지 한다니 말이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예수님보다 검찰이 더 센 이유다.

 

 

 

2008년 봄,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 중국 윈난성(雲南省) 가장 북단의 작은 도시인 중뎬(中甸, 중국명 샹그릴라(香格里拉))에 갔었다. 윈난성에 속해 있지만 이곳은 중국어로 짱족(藏族)이라 불리는 티베트인들이 주로 사는 티베트인 자치지역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무역하던 험하고 아름다운 길, 차마고도(茶馬古道)에 있다. 나 역시 이 길을 따라 티베트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중국 정부가 모든 외국인들의 티베트 방문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티베트에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티베트인들의 시위와 분신이 연일 이어지고 있었고, 이들에 대한 중국의 잔혹한 무력진압이 자행되고 있었다.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게다.

 

티베트에 갈 수 없어 허망한 걸음으로 그 작은 도시를 터벅터벅 걸을 때마다 난 도시를 순회하는 중국 무장경찰들의 군용트럭들과 마주해야 했다. 군용트럭 위에는 완전무장을 하고 하얀 장갑을 낀 무장경찰들이 도열해있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 것은 그네들의 모습이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투입된 공수부대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할 테면 해보라!

 

티베트인들이 사는 작은 도시를 순회하는 그네들의 모습은 할 테면 어디 해봐!”라는 살 떨리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타국의 이방인에게도 그 모습은 너무 섬뜩해서 부지불식간에 움츠려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손이 떨리니 사진마저 흔들렸다.

 

 

 

할 테면 어디 한 번 해봐!

 

조국 사태를 보면서 그때의 살 떨림이 느껴졌다. 조국 죄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할 테면 어디 한 번 해보라는 검찰의 살기 어린 모습 때문이었다.

 

자신들에게 칼을 겨눈 자를 대하는 한국 검찰의 잔혹함과 집요함 그리고 비열함.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