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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작은 촛불이 만든 나비효과

경계넘기 2018. 5. 6. 06:25



2018427일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남과 북의 정상들이 65년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에서 만났다.

 

판문점 선언은 지난 10.4 남북공동선언과 비교해서 진일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은 이전 선언들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그리고 현 시국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합의를 도출해냈다. 하나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천명이었고, 다른 하나는 올해 안으로 시한을 못 박은 종전 선언과 평화 체제에 대한 합의였다.

 

물론 10.4 남북공동선언에서도 핵문제와 평화체제와 관련된 내용은 있었다. 하지만 10.4에서는 핵문제 해결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남북이 협력하고 공동 노력해나가자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내용만이 담겼었다.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제체로 전환하자고 그 시한을 명기한 것은 단순한 추상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겠다는 양국 정상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담아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미국이 강조하는 CVID, 즉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denuclearization)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완전한의 의미에는 상당 부분 이러한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CVID에서 완전한은 목표를, ‘검증 가능은 절차와 방법을,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음은 결과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검증 가능한 절차와 방법 그리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결과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사실은 곧 검증 가능한 절차와 방법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까지 동의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럼에도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수반하는 절차와 방법, 결과 등의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전략적 생략 또는 여백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이미 한반도를 넘어서 북미 간의 문제로 비화되었다.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해왔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자국의 안보위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의 공은 미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한 단독의 비핵화 추진이 미국의 입장과 다를 경우 오히려 한미동맹 균열과 같은 큰 외교안보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와 성공을 위한 마중물과 징검다리 역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 천명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가장 중요한 전제를 담아낸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목표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미국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의미가 없다. 회담의 목표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절차와 방법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

 

남북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들 즉,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시간표(time table)와 로드맵(road map)은 북미정상회담의 몫으로 돌린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개발의 당사국인 이상 미국과 북한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세부 계획이 성공적으로 도출된다면 가을에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한반도와 관련한 비핵화의 세부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 회담이 아니라 다음 가을 회담의 의제인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그 진행 상황에 따라 UN의 대북제제 역시 완화될 것이다. 그에 따라 남북의 경제 및 사회 협력과 교류의 세부 계획 역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빠르면 가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경제 및 사회 협력과 교류의 문제 역시도 이번 회담이 아니라 가을 회담의 의제인 것이다.

 

분명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마중물이자 징검다리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단순히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가교 역할만을 한 것은 아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을 합의했다.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국전쟁 종전의 당사국들인 미국과 중국, 특히 미국의 승인과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의 현 외교적 숙원인 북한 비핵화의 해결에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연계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미국의 지원과 승인을 유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에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판문점 선언이 이전 선언들과 다른, 가장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 중에 지속적으로 보인 실천과 이행의 의지다.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전 6.15, 10.4 선언들이 그 성공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행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번 회담 결과의 실천과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남북정상회담 바로 이전에 북중정상회담이 있었고. 이후에는 바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를 넘어서 주변국들과 밀접히 연계되어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합의의 파계나 불이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연계되었다는 점이 회담의 개최를 어렵게 한 점도 있지만 그만큼 합의의 파계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북미정상회담 역시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한국, 북한 미국 정상들에 대한 찬사가 일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에 대한 노벨상 이야기도 나온다. 한갓 부푼 듯한 트럼프의 모습이 자주 TV를 장식한다.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만만치 않다. 최근 보여준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단 두 마디로 표현한다면 파격반전이다. 반전을 거듭하는 그의 파격적인 전략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하는 최대치를 넘어서는 그의 행보를 보면서, 혹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든다. 전략도 전략이지만 군부를 포함한 북한 권력층에 대한 완벽한 장악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다. 문재인. 그가 없었다면 트럼프든 김정은이든 이런 파격적인 반전의 이야기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 거리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을 한자리에 만나게 하기까지 지난한 인내와 설득이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북한에 보낸 평화의 손짓이야 말로 김정은을 이런 극적 무대로 나오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번 세계적 무대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주연이라면 문재인은 연출이다.

 

그러나 이 무대를 만든 진짜,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들어봤는가? 브라질에서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사소한 사건 하나가 거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재작년 늦가을 20161029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 처음 나타난 촛불. 그 촛불 하나의 일렁거림이 적폐의 정권을 임기 전에 밀어냈다. 그리고 이듬해 5월 문재인을 한국의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어쩌면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에 보낸 무한한 신뢰도 촛불에 의한 정부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빌레는그 작은 촛불 하나의 파장이 지금 한반도와 세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면 심한 과장일까!

 

하나의 촛불은 하나의 투표를, 하나의 투표는 문재인 정부를,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면 정말 과장인 것일까!

 

진정 북한 비핵화로 노벨평화상이 수여된다면 진정한 수상자는 그때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