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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7, 몬테네그로 코토르 2-5: 중세 유럽의 코토르 올드타운 산책 2 (20190530)

경계넘기 2022. 1. 15. 21:09

 

 

중세 유럽의 코토르 올드타운 산책 2

 

 

이제 코토르 올드타운(Kotor Old Town)을 산책해보자.

 

올드타운은 베네치아 양식의 코토르성(Kotor Wall)으로 둘러싸여 있다. 위에서 보면 독특하게 세인트존(St. John)산을 밑변으로 하고, 꼭지점이 바다를 향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삼각형 올드타운의 배후는 급경사의 산이 방어하고, 북변의 Skurda 강과 남서변의 바다가 해자의 역할을 하는 천혜의 요새다.

 

올드타운은 남서쪽 바다를 향하고 있는 정문인 Sea Gate, 북문인 River Gate, 남문인 Gurdic Gate3개의 성문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정문과 북문은 찾기 쉬운데 남문은 마치 숨겨진 성문처럼 찾기가 힘들다.

 

 

운치는 북문이 있다

 

중앙 광장(Square of the Arms) 주변 

 

 

 

정문인 Sea Gate를 통해 들어가 본다.

Sea Gate1555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성문을 통과하면 바로 직사각형 모양의 넓은 중앙 광장(Square of the Arms)이 나온다.

 

Sea Gate 맞은편 정면으로 코트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시계탑(Clock Tower)이 있다. 1602년 지어졌다고 하는데 지진에 의해 서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코토르는 1563년과 1667년 도시가 거의 붕괴될 정도의 대지진을 겪었다고 한다. 1979년에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겨우 복구되었다고 한다.

 

 

 

시계탑 앞에서 갈 길을 못 잡는다.

 

중앙 광장에서는 작은 골목길이 많이 나 있다. 딱히 중앙 도로의 개념은 없어 보인다. 구글맵이나 지도는 오히려 헷갈려서 그냥 주머니에 넣어버리고 발 가는 데로 간다. 작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지도보고 찾아가기도 힘들지만 작은 올드타운이라 30분 정도 돌아다니면 지나왔던 길들과 숱하게 재회한다. 무엇보다도 지도를 보면서 다니면 코토르 올드타운의 진정한 모습을 놓칠 수 있다.

 

 

 

 

올드타운 안의 성당들

 

 

 

미로에 빠진 생쥐 마냥 골목길 사이사이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성당을 만든다.

 

그제야 지도를 보고 위치를 확인한다.

그런데 작은 올드타운에 무슨 성당이 이리도 많은지.

 

가장 마음에 든 성당은 작은 광장의 성 루카 성당(Saint Luke Church).

 

작고 단순하지만 뭔가 기품이 있다 싶었는데 1195년에 지어져 대지진에도 꿋꿋하게 버틴 유일한 건물이란다.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당의 깊이는 그 어떤 인공적인 치장으로도 메울 수 없나 보다. 나 같은 문외한도 첫눈에 느껴지는 게 다르니 말이다. 정교회 성당 같지 않다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가톨릭 성당으로 지어졌다가 17세기 이후 세르비아 정교회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옆에 말쑥한 차림의 제법 규모가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Saint Nicholas Church)이 있다.

 

이 또한 정교회 성당이다. 어딘지 멀끔하다 싶더니만 역시나 화재로 소실된 성당을 1909년에 재건한 것이란다. 그래도 백년을 훌쩍 넘은 성당이지만 도시가 도시인지라 젊어 보인다. 어쩌면 옆에 있는 성 루카 성당 때문에 더 젊어 보이는지도 모른다.

 

로마와 베네치아의 가톨릭 문화가 어린 코토르 올드타운에서 처음 보는 두 개의 성당이 모두 정교회다. 생각보다 정교회 성당이 많다 싶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19세기 이후 라틴계 인구는 급속히 줄어서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단다. 지금 코토르 인구의 80% 가까이가 정교회 신자라고.

 

 

 

하지만 가톨릭 성당이 사라질 리는 없다.

 

도시의 뒤편에서 마치 도시를 굽어보고 있는 듯한 성당이 있다. 탑이 높아서 웬만한 올드타운에서도 잘 보인다. 코토르를 대표하는 성 트뤼폰 성당(Cathedral of Saint Tryphon)이다. 가톨릭 성당으로 몬테네그로에서 주교가 상주하는 두 개의 대성당 중 하나란다.

 

1166년에 세워졌지만 1667년과 1979년 지진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가 최근에야 복구되었다고 한다. 역사는 가장 오래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젊은 성당이 아닐까 싶다. 아쉽게도 이 성당은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어서 안을 보지 못했다. 아직 복구 중인가?

 

 

 

 

본격적인 올드타운 산책, 골목길

 

 

 

대충 볼 만한 것들을 마쳤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 오히려 올드타운 산책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대부분의 올드타운이 그렇지만 특히나 코토르 올드타운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정감 가는 곳은 역시 골목길이다.

 

두 팔을 벌리면 닿을 듯한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정말 중세 유럽으로 들어선 기분이다. 관광객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라 걷다 보면 좁은 골목길에 홀로 있는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 수백 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을 고즈넉한 골목길을 홀로 걷는 기분이란 묘하게 야릇하다.

 

 

 

골목길 건물들은 어느 시대, 어느 때 지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삶의 손때가 묻어 나온다.

 

골목길은 골목길인데 건물 안 터널 같은 곳도 있고, 건물 사이 구름다리 아래의 골목길도 종종 보인다. 너무 좁아서 햇빛이 들지 않은 골목길도 있지만 고개만 잠시 들어 하늘을 보면 어두운 골목길 건물 사이로 파란 하늘과 너머로 밝은 회색빛의 산들이 보인다.

 

 

 

골목길을 걸어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예쁜 가게들을 만난다.

 

작고 아담한 올드타운이라 그럴까 상가들 역시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중세의 멋이 담긴 고풍스런 건물에 예쁘고 독특한 상점들이 골목길 산책을 더욱 재미있게 한다.

 

 

 

상품들도 꽤 다채롭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산책을 하다 들어갈 만한 산뜻하고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들도 많이 보인다. 작은 광장의 레스토랑들은 야외 테이블을 깔고 손님들을 유혹한다. 고풍스런 건물들과 멀리 회색빛 산세가 레스토랑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한산해서 더욱 좋다.

 

 

 

골목 안 카페나 레스토랑들도 주변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함께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인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점원들이 손짓으로 반갑게 반긴다. 미안하지만 사진만 찍고 간다.

 

 

 

시간이 넉넉하면 골목길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데 영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지내다 가고 싶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