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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

D+201, 보스니아 사라예보 1-1: 두브로브니크에서 사라예보로 (20190603)

경계넘기 2022. 4. 9. 13:29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 사라예보(Sarajevo)

 

 

아침 8시 정각에 터미널에서 버스가 움직인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 이하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Sarajevo)로 간다. 사라예보를 거쳐서 다시 크로아티아(Croatia)의 자그레브(Zagreb)로 들어갈 예정이다.

 

크로아티아에서 보스니아에 갔다가 다시 크로아티아에 들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리적으로 사라예보를 거쳐서 자그레브로 가는 것이 루트 상 가장 효율적인 이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두브로브니크의 영토 상 위치도 한몫을 한다. 지도를 보면 쉽게 알겠지만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Dubrovnik)는 크로아티아 본토와 단절된 고립된 영토, 즉 월경지(越境地, enclave).

 

아드리아해(Adriatic Sea)를 따라 가늘고 길게 뻗어 있는 크로아티아 영토는 두브로니크 바로 위에 보스니아의 작은 도시인 네움(Neum)이 끼어들면서 단절된다. 두브로브니크가 일종의 섬인 셈이다. 말인즉슨 크로아티아의 다른 지방을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보스니아를 거쳐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국경을 2번 넘나들어야 하는데 듣기로는 모두 국경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네움 (Neum)

 

그런데 사라예보 가느라 국경을 3번 통과한다.

 

보스니아로 들어가서 바로 사라예보 갈 줄 알았던 버스가 보스니아의 네움을 통해 다시 크로아티아로 넘어갔다가 거기서 다시 보스니아로 빠지는 것이다. 이 길이 최단길이라 그런 것인지 다른 길이 좋지 않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분명 지도에는 바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말이다. 덕분에 하루에 국경을 세 번 넘는다. 크로아티아(두브로브니크) -> 보스니아 -> 크로아티아 -> 보스니아 이렇게 말이다.

 

다행인 것은 듣던 것과는 달리 정식 국경 검색을 모두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크로아티아 첫 출국 심사는 FM, 정식대로 한다. 반면에 네움의 보스니아 입출국 심사는 따로 없었다. 보스니아에서 다시 크로아티아로 입국할 때는 크로아티아 국경 경찰이 버스로 올라와서 신분증만 확인하고 끝났다.

 

다만 크로아티아에서 다시 보스니아로 넘어갈 때는 출입국 양쪽 다 FM대로 했다. 다만 직접 내려가서 심사를 받는 것은 아니고 일괄적으로 국경 경찰이 여권을 걷어갔다가 스탬프를 찍어서 주었다. 바로 이어지는 보스니아 입국 심사도 마찬가지.

 

보스니아는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나만 실수로 안 찍었나 싶었다. 나중에 보스니아 출국할 때 보니 도장을 찍지 않는 것이다. 보스니아 출국할 때 한 외국인 여행자가 자신의 여권에 도장이 없는 것을 보고 당황해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보스니아는 원래 도장을 찍지 않는다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자동 입출국을 해서 잘 모르겠는데 한국도 요새는 도장을 안 찍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에 두 번의 국경 돌파는 해봤지만 세 번의 국경 돌파는 처음이다. 두 나라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이긴 하지만. 덕분에 시간은 많이 잡아먹혔다.

 

 

 

 


 

 

사라예보 가는 길은 예쁘다.

 

특히 중간의 모스타르(Mostar)에서 네레트바(Neretva)강을 따라 가는 길은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 준다. 강물이 코발트 빛깔이다. 어찌나 푸르고 맑던지. 호수의 물색이 그런 것은 봤지만 강물의 색이 이런 것은 처음이다. 때때로 강 건너편으로 기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어서 잠깐 한국의 경춘선과 경춘로가 달리는 북한강이 생각나기도 했다.

 

 

 

산세도 푸르고 수려하다. 꽤 높고 험한 산들이 이어진다. 짙은 녹음의 숲에 빨간 지붕의 마을 그리고 코발트 강물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발칸의 여타 나라들과는 달리 이곳이 보스니아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바로 마을에 보이는 이슬람사원인 모스크(mosque). 지금까지 거쳐 온 발칸 반도의 나라들 중에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정교회, 크로아티아는 가톨릭이었다.

 

 

 

두브로브니크의 화창한 날씨 속에서 출발한 버스는 사라예보에 가까워지면서 흐려지기 시작한다. 사라예보 시내로 들어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터미널 도착 10여 분 전부터는 작심하고 쏟아진다.

 

이런 제길.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