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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이야기 10: 기관과의 회의가 바늘방석이다 (20230411-1)

경계넘기 2024. 4. 9. 14:55

 

 

기관과의 회의가 바늘방석이다.

 

 

담당 기관들과의 회의가 이어진다.

 

지난주부터 단원들은 자신들이 가서 일할 기관, 즉 대학,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에 가서 기관의 담당자들과 회의를 갖고 있다. 통역을 담당한 한 명의 현지인 선생님, PMC 측 인원과 함께 단원들은 지난주 2차례 정도의 회의를 가졌고, 이번 주도 회의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회의를 할수록 단원들이 점점 당황하고 있다.

 

모든 기관들이 회의 석상에서 우리에게 궁금해 하는 바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여러분들이 여기 와서 무엇을 할 건데요?”. 문제는 이 질문에 단원 누구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디자인(기획)이 전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략적이나마 전체적인 프로젝트 디자인(기획)이 되어 있어야 했다.

 

우리는 기후변화대응 프로젝트 봉사단이다. 봉사단의 사업 명 자체가 베트남 타이응우옌 성 기후환경 변화 대응 프로젝트 봉사단 사업이다. 즉 타이응우옌 성 주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높이기 위해 왔다. 그런데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전혀 없었다.

 

단원들은 PMC 측에서 어느 정도 프로그램 세팅을 해놨다고 생각했다.

 

PMC가 한국에서 진행한 교육이나 12일간 서울 연수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현지에 가면 자신들이 어느 정도 세팅을 해놓았으니 자신들만 잘 따라오면 된다는 듯이 말해왔다. 한국에서 일주일 간 진행된 PMC 교육에서도 해외 현지에서 단원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해외봉사의 자세와 베트남 현지적응 등에 관한 다분히 원론적이고 규범적인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하고 나니 단원들이 직접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단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들과 회의를 가지니 서로 당황스럽기만 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관들도 봉사단원들이 이곳에 와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PMC는 작년부터 이곳 타이응우옌 현지에 방문해서 몇 차례에 걸쳐 기관들과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올해만 해도 단원들이 하노이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동안에 PMC 직원들이 타이응우옌에서 기관들과 회의를 가졌었다. 그런데 기본적인 프로젝트 기획도 없으면서 PMC는 기관과의 수차례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우리가 PMC에서 받았던 교육과 마찬가지로 원론적인 이야기만 계속 반복했다는 것인데 기관들도 무척 답답했을 듯하다.

 

회의에서 기관들은 우리 봉사단을 보자마자 묻는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질문을 받다보니 되묻는다,

혹 기관에서 원하는 바나 생각하는 방향이 있는지요?”

기관에서는 머뭇거리다가 기후변화와 전혀 상관없는 희망사항을 답한다.

도서관이나 컴퓨터실을 만들어 줄 수 있는가요?”

하다못해 대학에서는

내년부터 미용학과가 생기는데 미용 실습실을 지원해줄 수 있나요?”

 

 

 

 

단원들이나 기관이나 쌍방이 모두 당황스럽다 못해 감정도 상한다.

 

기관들 입장에서는 봉사단원들이 왔으니 이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사업 내용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터다. 그런데 오히려 단원들이 자신들에게 원하는 바나 생각을 묻기만 한다. 그래서 원하는 바를 말하면 그건 기후변화와 상관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는 거절의 말만 듣는다. 거절을 해야만 하는 단원들이나 거절을 당하는 기관이나 피차 민망스럽고 기분도 상한다. 단원들 입장에서는 우리들이 먼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이 순서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장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 애가 탄다. 기관과의 회의가 바늘방석이다.

 

 

 

 

그나마 내가 있는 대학팀은 좀 낫다.

 

대학 측 담당자들이 무척 친절하고 이해심이 깊어 보이기 때문이다. 일도 꽤 잘하시는 것 같고, 인내심도 있어 보인다. 대학에서 우리를 담당하는 부서는 대외협력실이다. 일반적으로 대학 내에서 외국 대학이나 기관과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외국과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보니 직원들도 다들 영어를 잘한다. 베트남어가 서투른 단원들이 통역에 의지하지 않고 그나마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다른 기관들과 달리 대학의 대외협력실은 외국 기관들과의 일처리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더 잘 대처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기도 하다.

 

지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이기에 굳이 전문가로 보일 필요도 없지는 그렇다고 기본도 안된, 어설픈 상대로 보이는 것도 좋을 리가 없다. 개인적으로 온 것도 아니고 나름 국가를 대표해서 왔기에 더욱 그렇다. 아무래도 초반에 기선을 잡히면 계속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인적으로도 일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이렇게 밑장 까이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처음이라 쪽팔리기까지 하다. 일이 진행되어온 과정에 대한 정보라도 제대로 알려주었다면 이런 모양새는 되지 않았을 터인데 생각할수록 우리 PMC의 일처리가 무척 아쉽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