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바뇨스 10

D+407, 에콰도르 바뇨스 11: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 힘든 연말연시 성수기(20191226)

세계적으로 2대 여행 성수기가 있다. 7말8초의 여름 성수기와 연말연시의 겨울 성수기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시기에 긴 휴가와 방학을 가지면서 전 세계가 휴가를 즐기는 여행자로 북적이는 시기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겐 이 시기가 춘궁기와 비슷한 시기이다. 모든 여행 물가가 급속히 오르는 시기다. 항공 등의 교통편은 물론이고 숙박, 음식 등도 사정없이 올라간다. 가격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명 여행지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에 숙박이나 교통편 등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가 어렵다. 사람이 많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지만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기가 이 시기다. 싱글인 나 같은 경우는 이 시기에 절대 움직이질 않는다. 결혼한 사람들에게 휴가를 양보하고 이 시기에 회사나 집에..

D+406, 에콰도르 바뇨스 10: Sunny Christmas in 바뇨스(Banos), 에콰도르(Ecuador)(20191225)

놀라운 일이다. 아기 예수의 힘인가!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만 오던 날이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쨍하다. 구름이 조금 끼긴 했지만 빨래를 얼른 널어야 할 생각이 들 정도로 햇살이 좋다. 처음 알았다. 내 방 침대로 아침에 햇살이 날아든다는 사실을. 침대에서 게으름을 좀 피우고 싶었지만 침대 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내 방이 동향이었군. 그걸 이제 안다.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부터 햇살이 들더니만 오늘은 화창한 날씨를 보여준다. 트레킹이라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눈이 오지 않는 적도의 나라에서의 크리스마스이니 화이트(white) 크리스마스는 맞지 않고, 계속 비만 내리다 이렇게 햇살이 쨍하고 비취니 써니(Sunny) 크리스마스라고 해야 할 ..

D+405, 에콰도르 바뇨스 9: 메리 크리스마스 from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Ecuador)(20191224)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바뇨스(Baños)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이브(Christmas Eve). 작은 도시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더운 나라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 작년에는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 이번에는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다. 다만, 차이가 좀 있다면 베트남에서는 수도인 하노이(Hanoi)에서였다면, 이번은 작은 도시 바뇨스라는 것. 큰 도시에서는 화려함이 있는 대신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면, 작은 도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가 마치 이 동네의 주민인 듯한 느낌이 든다. 가톨릭의 나라 에콰도르인 만큼 이곳의 주민이라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네 성당을 가야하지 않을까! 저녁에 바뇨스 중심에 있는 성당으로 갔다. ..

D+ 404, 에콰도르 바뇨스 8: 바뇨스(Banos)의 무진기행(霧津紀行) 그리고 한 통의 국제전화(20191223)

김승옥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 ‘무진기행’이 있다. 무진(霧津)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안개로 유명한 한 도시에서의 여행을 그린 소설. 안개 속의 도시인 무진은 여기서 현실 또는 세속과 떨어진 이상 또는 허무를 상징한다. 지금 바뇨스가 딱 그 소설 속의 도시 같다. 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이고. 며칠 계속 비가 내리더니만 오늘 아침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이 모두 안개, 아니 구름에 잠겼다. 딱 마을만 남겨두고 온통 하얀색이다. 구름에 갇힌 기분이 이럴까? 차라리 구름 속에 들어가 있다면 안개가 자욱하다고 표현할 터인데, 이건 내가 있는 마을만 남겨두고 구름이 둘러싸고 있으니 그게 신기하다. 마치 구름이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마을을 숨겨주고 있는 듯하다. 마추픽추가 이러했을까? 이렇게 구름이 마을을 둘러싸..

D+402, 에콰도르 바뇨스 6: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엔 여전히 죄책감이(20191221)

여행의 최고봉이 ‘멍 때리기’라고 하던가. 그게 사실이라면 한국 사람들은 가장 여행 수준이 낮은 사람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행 중에 무언가를 안하고 시간을 보내면 무언가에 불안하다 못해 마치 죄를 짓는 듯한 기분마저 드는 사람들이 우리네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나 보다. 오늘도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터라 딱히 야외 일정을 잡을 수도 없고, 이곳에서 4일을 더 연장한 터라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저 침대에서 밖의 비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오늘 따라 이놈의 숙소는 와이파이마저 하루 종일 불통이다. 정말 할 것이 없는 하루. 강제 멍 때리기에 들어가지만 무언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어차피 터지지도 않는..

D+401, 에콰도르 바뇨스 5: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은 바뇨스(Baños)(20191220)

숙소를 옮긴 어제부터 계속 비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오더니 오후 늦게야 멎기 시작했다. 여전히 짙은 먹구름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바뇨스의 좁은 하늘을 덥고 있기 때문에 언제 다시 내릴지 모른다. 답답한 도미토리 방이 아니라 좋은 풍광을 가진 넓은 방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실의 좁은 도미토리 방에서 비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으려면 짜증이 많이 났었을 것이다. 가격은 겨우 2배인데 삶의 질이 확 달라진다. 비가 잠시 멎은 사이를 노려 먹을거리를 사러 나왔다. 중앙시장 쪽으로 걸어 내려가는데 중심거리에 각기 크리스마스 분장을 한 어린이들의 긴 퍼레이드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 탄생에 얽인 사람들-동방박사들, 마리아 등-뿐만 아니라 천사, 산타 복장 등을 한 행렬이었다. 쿠엥카에서 받던..

D+400, 에콰도르 바뇨스 4: 비 오는 날, 바뇨스(Baños)의 전망 좋은 숙소(20191219)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오늘이 이번 여행의 4백 일째가 되는 날이라는 사실을. 1년 넘은 지가 엊그제 갖은데 벌써 400일이라니. 언제까지 가야지, 그리고 어디까지 가야지 따위의 목표 없이 그냥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여행하는 사람, 특히 장기여행자는 날짜와 요일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일기처럼 글을 쓰면서야 알게 되었다. 오전에 숙소를 옮겼다. 지금 있는 도미토리 숙소가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는데 한 방에 손님들을 몰아넣는다. 그러다 보니 숙소에 손님이 없어서 공용공간은 한적하더라도 방은 항상 만실로 북적댄다. 침실 공간도 그리 넓지 않고. 원래 바뇨스에서 가려던 숙소도 이곳은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숙소의 가격대가 높지 않는 동네라 개인실을 ..

D+399, 에콰도르 바뇨스 3: 걸어서 ‘세상의 끝 그네’ 가는 길(20191218)

바뇨스(Baños)의 랜드마크는 좀 생뚱맞다. 바뇨스라는 말이 온천을 뜻하는 말로 바뇨스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랜드마크를 꼽으라 하면 대부분 주저 없이 ‘세상의 끝 그네’을 꼽을 것이다. ‘세상의 끝 그네’는 높은 언덕 끝에 있는 그네다. 마치 세상의 끝처럼 보이는 높은 절벽 위에서 그네를 타는 느낌이 난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이 붙은 곳이다. 사진을 찍으면 마치 하늘을 나는 듯이 보이는 멋진 포토 존이다. 산 위에 그네 하나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었으니 무척이나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그 그네가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그네 아래로 펼쳐지는 경치가 있어야 하니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받혀주어야 한다. 바뇨스에 왔으니 이곳은 반드시 가주어야 할 것 같다. 그네도 그네지만 ..

D+398, 에콰도르 바뇨스 2: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관광 마을 바뇨스(Baños)(20191217)

스페인어로 바뇨스(Baños)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실. 하지만 온천이라는 의미도 있다. 덕분에 쿠엥카(Cuenca) 터미널에서 바뇨스 가는 버스표를 사면서 좀 당황스런 일도 있었다. 쿠엥카 근처에도 온천이 있었던 것. 그래서 바뇨스 가는 버스를 알려 달라고 하니 쿠엥카 근처의 온천 가는 버스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건 호스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쿠엥카에서 바뇨스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으니 물론 있다면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시내버스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지도를 보여주면서 알려주니 자기는 쿠엥카 근교에 있는 온천을 알려달라는 것인 줄 알았단다. 그래서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살 때에도 지도를 보여주면서 확인을 했었다. 이곳이 바뇨스인 이유는 바로 온천이 유..

D+397, 에콰도르 바뇨스 1: 쿠엥카(Cuenca)에서 바뇨스(Banos) 가는 길(20191216)

숙소와 터미널이 가까우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편하다. 버스표를 사러 가기도, 버스를 타러 가기도. 간만에 낮에 버스를 탄다. 대충 7~8시간 걸린다고 하니 낮 버스가 있다. 오전에 출발하면 해지기 전에 충분히 도착하니 말이다. 페루에서 쿠엥카로 오는 길에 탄 2번의 버스는 모두 밤 버스였다. 낮에 운행하는 버스가 아예 없었다. 그러다 보니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번에는 낮 버스이니 제대로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버스는 아침 8시 45분을 조금 넘겨서 출발했다. 버스에 탄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웬걸 이놈의 버스는 그냥 중간 도시들을 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길 가다가 손만 들면 바로 세운다. 완행도 이런 완행이 없다. 허울은 멀쩡한 버스가 운행은 한국의 시골버스보다 더 하다. 하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