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미국(USA)

D+466, 미국 로스앤젤레스 1: 할리우드(Hollywood)에 입성하다(20200223)

경계넘기 2020. 7. 7. 16:43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 공항은 밤을 지새우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공항도 작고, 의자는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의자도 칸이 나뉘어 있어서 누울 만한 곳이 없다. 앉아서 자려니 잠이 도통 오질 않는다. 자다 깨다를 반복 한다.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멍하고. 모기도 있다.

 

정확히 새벽 오전 6시에 과달라하라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공항에 오전 930분, 미국 현지시각으로는 730분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은 3시간 30. 어제 멕시코시티(Mexico City) 공항에서부터 계산하면 거의 24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입국심사가 까탈스럽나? 왜 이리 입국심사가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사람이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일이 무척이나 느리다.

 

내 줄에 서너 명의 입국심사관이 입는데 중년의 대머리 입국심사관이 무척이나 심드렁하고 까탈스러워 보였다.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오래 걸리는 것 같다. 그 친구만 아니길 바랬는데 딱 걸렸다. 그런데 웬걸. 별 말이 없이 금방 끝난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확산세라 좀 걱정했는데 코로나 관련 질문은 전혀 없고 체류기관과 숙박호텔 정도만 물어보고 끝이다. 인간은 확실히 간사하다. 딱 재수없어 보이던 이 친구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입국심사를 모두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니 오전 8시 반이다. 이른 오전에 도착하니 여유가 많다.

 

입국장 밖에 커피빈(The Coffee Bean)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스타벅스가 아니라 웬 커피빈! 우리 브랜드라 반갑다. 성공스런 미국 입국을 자축하며 커피 한 잔 하고 있는데 내 앞으로 한국인 여행객들과 한국 항공사 직원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이 터미널에서 한국 항공사들이 입출국하나 보다. 커피빈 커피까지 마시며 있자니 인천 공항 같다. 로스앤젤레스에 한국인들이 많다고 하더니만 공항에서부터 실감난다.

 

커피를 마시며 숙소가 있는 할리우드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공항에서 할리우드까지 대중교통 편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항버스를 타는 것으로 바로 할리우드까지 갈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메트로를 타고 가는 것.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자그마치 3번을 갈아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저녁이나 오후 늦게 도착했다면 바로 공항버스를 탔을 터인데, 시간 여유도 많으니 메트로를 타고 가기로 했다.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패스를 사야 한다. 지하철과 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패스다. 1회 탑승권도 끊을 수 있지만 1일 권, 7일 권, 30일 권이 있다. 1일 권이 7달러에 7일 권은 27달러다. 2달러는 카드값이다. 미국에 34일 있을 예정이니 3일 정도 이용한다 치고 1일 권을 세 번 사면 되지만, 아무래도 귀찮을 것 같고 혹 4일을 쓸 수도 있으니 그냥 7일 권을 사기로 했다. 7일 권을 사기로 했으니 굳이 돈을 따로 들여서 공항버스를 탈 필요가 없다. 공항버스 요금에 조금 더 얹으면 7일 권을 산다.

 

메트로를 타고 가기로 했으니 와이파이가 되는 공항에서 메트로 노선을 다시 한번 확인해 둔다. 메트로만 타는 것은 아니다. 공항에서 바로 메트로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일단 공항에서 무료 셔틀을 타고 공항 근처의 Aviation/LAX 역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타는 노선이 Green Line, Willowrook/Rosa Parks 역에서 Blue Line, 7th St/Ctr 역에서 Red Line 순으로 갈아타서, 마지막으로 Hollywood/Highland 역에서 내려야 한다. 기나긴 여정이다.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만 간다면 이후 로스앤젤레스에서 대중교통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셔틀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니 Aviation/LAX 역이다. 이곳 자판기에서 27달러에 7일 패스를 샀다. 25달러가 순수 패스 가격이고 2달러는 카드 가격이다. 카드만 있으면 이후 충전해서 쓸 수 있다.

 

그린 라인은 지상철이다. 최근 개통했는지 열차가 깨끗하다. 사람도 많지 않다. 지하철에 앉아서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니 그냥 기차 탄 느낌이다.

 

블루 라인도 지상철. 타야할 구간이 가장 길었다. 하지만 이것도 좌석에 여유가 많아 앉아서 갔다. 가장 길고, 또 내려야할 곳이 종점이라 그런지 졸음이 밀려온다. 어제 공항에서 지샜으니 피곤할 만도 하다. 

 

졸다 보니 금세 레드 라인과 갈아타는 7th St/Ctr 역이다. 기차는 이 역에 들어오기 직전에 지하로 내려 왔다. 레드 라인이 가장 오래된 메트로 노선으로 보인다. 지하로 다니고 차량도 낡았다. 도심을 다니다 보니 사람도 많다.

 

무사히 Hollywood/Highland 역에 도착했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잘 도착했다. 2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레드 라인 빼고는 모두 앉아서 와서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힘들게 왔더니 자신감도 솟는다.

 

Hollywood/Highland 역을 나서니 TV에서 많이 봤던 바로 그 할리우드 거리다. 숙소는 바로 맞은편에 있다. LA에서 할리우드라도 실컷 보려고 일부러 숙소를 할리우드 복판에 잡았다.

 

오후 3시에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짐만 맡기고 바로 코리아타운(Koreatown)으로 갔다. 뼈해장국을 싸고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다. 한국에 갈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한식이 당기는 이유는 뭘까?

 

뼈해장국에 소주 한 병 했는데 비싸다. 팁까지 요구한다. 그놈의 팁 문화가 귀찮아서 겸사겸사 한국식당에 온 것인데 미국이라고 팁을 요구한다. 팁까지 포함해서 뼈해장국에 소주 한 병 마신 가격이 32달러가 나왔다. 망할. 이 돈이면 남미나 멕시코에서 스테이크를 썰면서 와인을 마실 터인데.

 

오후 늦게 할리우드 거리를 걸었다. TV에서 숱하게 봤던 할리우드 명예의 길(Walk of Fame)을 걷고 있다.

 

 

 

바닥에는 할리우드 배우들 이름이 새겨진 별모양 블록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감상도 잠시. 너무 짧다. 할리우드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 볼거리도 별 거 없다. 소문난 잔치 집 먹을 거 없다는 말을 다년간의 여행 경험으로 확인하고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매년 아카데미 시장식이 열린다는 돌비극장(Dolby Theatre), 그 옆에 TCL 차이니스 극장(TCL Chinese Theatre) 정도가 끝이다. 미국 영화의 중심, 아니 세계 영화의 중심치고는 많이 아쉽다. 

 

 

 

돌비극장 기둥에는 2019년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이 써져 있다. 좀 일찍 왔다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수상하는 것을 거리에서나마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이니즈 극장에는 기생충을 상연하고 있다.

그래, 내일은 이곳 할리우드에서 기생충이나 봐야겠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