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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미국(USA)

D+469, 미국 로스앤젤리스 4: 베벌리힐스(Beverly Hills) 산책 & LA 야경(20200226)

경계넘기 2020. 7. 9. 12:14

 

어제 UCLA에 가는 길에 지났던 베벌리힐스(Beverly Hills)가 너무 좋아보였다. 잘 사는 동네여서 좋았던 것은 아니다. 걷기 좋은 동네였다.

 

오전에 UCLA이 갈 때 탔던 2번 버스를 타고 베벌리힐스에 갔다. 2번 버스가 가는 곳은 베벌리힐스 다운타운이 아니라 주택가다. 언덕 올라가기 직전의 길.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와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걸었다. 우선 언덕길을 올라갔다.

 

동네가 오래되고 잘 가꿔진 공원 같다. 언덕 편의 집들은 마치 숲속의 마을 같았다. 무엇보다도 길이 너무 좋았다. 두 팔로도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가로수가 이어져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인도며 마당이며 잔디가 깔려서 푸르렀다. 나뭇잎과 잔디에 산란된 햇살이 더욱 밝고 싱그러웠다. 눈이 부신 마을이다.

 

 

 

언덕길의 집은 더 부유해 보인다. 길 양편으로 아름다운 저택들이 으스대며 스스로의 자태를 뽐낸다. 단지 으리으리한 대저택이어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 집들은 서울의 평창동이나 성북동, 한남동에도 많다. 다양해서 좋았다.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의 집들이 없다. 집들 하나하나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다.

 

 

 

개방적이어서 좋았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그런 집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안이 들여다보이는 마당에는 잔디뿐만 아니라 꽃이며 다양한 나무들이 작은 공원이나 식물원을 이루고 있었다. 집주인의 개성이 다르듯 다 달랐다. 집 구경하는 재미가 이렇게 쏠쏠한 곳이 없었다.

 

 

 

물론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마을이 갖는, 그런 깊은 문화적 향취는 없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돈이 제대로 든, 비싼 현대적인 동네다. 하지만 베빌리힐스 다운타운의 로데오 거리(Rodeo Dr) 같은 그런 싼티 나는 곳은 아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산책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조깅하기 정말 좋은 마을임에는 분명하다.

 

베빌리힐스 다운타운으로 나와서 버스를 타고 베빌리 센터(Beverly Center)로 왔다. 베빌리힐스에 있는 쇼핑몰. 오픈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쇼핑몰인지 아직은 조금 썰렁한 곳이다. 오전이라 사람이 없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긴 하겠지만.

 

할인점이 있을까 해서 왔는데 없다. 바지가 없어서 바지나 하나 살 생각이었다.

 

와이파이가 된다. 미국에서는 유심을 사지 않았다. 비싸기도 하고 얼마 있지도 않기 때문이지만 공항이나 이곳 쇼핑몰처럼 곳곳에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많아서 큰 불편이 없었다. 버스에서도 와이파이가 된다.

 

도심에 싼 옷가지를 파는 할인점을 찾아보니 지난번 쉑쉑 버거를 먹었던, 7번가 거리에 7번가 쇼핑몰이 있다. 마침 미국 3대 햄버거 중에 아직 먹어보지 못한 파이브 가이즈(Five Guys) 햄버거도 그곳에 있다.

 

대충 도심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근처에 내려서 걸어서 갔다. 이제 LA는 대충 위치가 감이 잡힌다. 버스 타는 것도 더 편해졌다.

 

바로 쇼핑몰 지하에 있는 파이브 가이즈로 갔다.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끝으로 미국의 3대 햄버거를 다 먹게 된다. 3대 햄버거 중에서 가격은 가장 비싸다. 햄버거, 감자칩, 콜라 이렇게 해서 20달러 가까이 나왔다. 맛은 다들 비슷하다.

 

 

 

옆에 의류 할인점이 있어서 츄리닝과 바지를 좀 샀다. 흥미로운 사실이 츄리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 면바지가 나한데 딱 맞는 것이 있다. 기장을 줄일 필요가 전혀 없다. 미국에서 오히려 나에게 딱 맞는 바지가 있을 줄이야.

 

옷가지를 몇 가지 사들고 서둘러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로 갔다. 이곳에서 보는 LA의 야경이 예쁘다고 해서다. LA라는 도시 자체가 평지에 있어서 그런지 특별히 독특하다거나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하지만 오늘 나에겐 충분히 특별한 야경이다. 왜냐고? 내일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 여행의 마지막 밤에 보는 야경이다. 1년 반에 걸친 세계여행이 이렇게 끝나다니 아쉽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서 숙소에 돌아왔다. 짐을 챙겨야 하는데 피곤하다. 내일 챙기기로 한다. 정작 내 여행의 마지막에 맥주 한 잔 하지 않고 잠을 청했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