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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미국(USA)

D+468, 미국 로스앤젤레스 3: UCLA, 로데오 거리(Rodeo Dr) 그리고 영화 ‘기생충’(20200225)

경계넘기 2020. 7. 9. 11:30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대학에 가보곤 한다. 대학 캠퍼스를 걷다보면 그 나라가 느껴진다. 대학이 주는 평온, 열정 그리고 젊음이 좋기도 하지만, 대학에 가면 그 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가 보이는 것 같다. 교정을 걸어 다니는 젊은이들의 표정만 봐도 그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느껴진다.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는 아무래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로스앤젤레스(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가 대표적이다. 내가 묵고 있는 할리우드(Hollywood)에서도 가깝다.

 

2번 버스를 타라고 구글이 알려준다. LA는 대중교통 체계도 괜찮지만, 구글의 본고장답게 구글 지도를 통한 교통정보가 정확하고 자세하다.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7일 권 통합패스를 샀더니 타고 내리는 것에 전혀 부담이 없다. 걷다 타고, 타다 걷고.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도 구글 지도를 보면서 대충 근처에 내려서 갈아타거나 걸어간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다. 비록 직접 발로 걸어 다니지는 않지만 그렇게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면 어느새 도시에 익숙해진다.

 

오늘도 아침 햇살이 싱그럽다. 2번 버스를 탔다. 한 번에 간다. 버스 노선을 보니 베벌리힐스(Beverly Hills) 북단을 지나간다. 베벌리힐스 북단은 대부분이 주택가. 말로만 듣던 그림 같은 집들이다. 집들도 예쁘지만 마을도, 거리도 예쁘다. 마을 전체가 마치 잘 가꿔진 공원 같다. 걷고 싶은 마을.

 

1시간 정도 달려서 UCLA에 도착했다.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교정이 정말 아름답다.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 아래 더욱 빛나 보인다. 녹지가 많아서 교정이 싱그럽고 푸르다. 대학 건물들도 웅장하고 화려한 유럽풍의 석조 건물이 많다. 이래서 UCLA, UCLA 하나 보다.

 

 

 

대학 건물 앞 벤치에 잠시 앉았다. 담아온 커피를 마신다. 주위에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누워 잠을 청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다시 공부하고 싶어진다. 유학이나 한 번 해볼까.

 

학생회관 같은 곳에 가니 학생들이 많다. 동양인들도 많이 보인다. 다문화적 교정이다. 갈등 많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인 미국이지만 캠퍼스의 다문화는 다채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섞이지 않은 모습들도 많이 보인다. 백인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끼리, 흑인 학생들은 흑인 학생들끼리 그리고 동양인 학생들은 동양인 학생들끼리. 캠퍼스는 사회를 반영한다. 저들이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차별 없이 잘 어울린다면 미국의 미래는 밝겠지.

 

대학을 나와서 웨스트우드(Westwood)를 지나 윌셔 대로(Wilshire Blvd)를 걸었다. 오늘의 두 번째 여정인 베벌리힐스를 가는 길이다. 버스를 타고 갈까 했지만 날씨도 좋고, 거리도 예뻐서 그냥 걸었다. 다리는 아프지만.

 

웨스트우드에서 베벌리힐스로 가는 윌셔 대로 양편으로는 고급 아파트가 즐비했다. 외관으로는 거의 호텔급이다. 월세가 얼마일까? 돈 좀 있다면 이곳에 방 하나 얻어서 한, 두 달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상으로는 만만해 보였는데 걸으니 꽤 걸린다. 1시간 정도 걸었나 보다. 베벌리힐스 타운을 알리는 입간판이 보인다.

 

 

 

베벌리힐스의 중심 로데오 거리(Rodeo Dr)로 들어섰다. 로데오, 로데오 말은 엄청 들었는데 역시 소문 난 잔치 먹을 것 없다. 허접한 테마파크의 유럽거리 같은 곳에 명품 브랜드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명품 쇼핑 좋아하는 친구라면 모를까 별 관심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전혀 흥미가 없다. 상품들은 명품인지 모르겠는데 로데오 거리 자체는 무척이나 싼티 난다.

 

 

 

바로 뜬다. 이번에 가려는 곳은 더 오리지널 파머스 마켓(The Original Farmers Market)과 더 그로브(The Grove). 파머스 마켓은 먹거리가 많은 미국판 야시장 같은 곳이고, 더 그로브는 아기자기한 쇼핑 거리. 더 그로브에서 쇼핑을 하고 파머스 마켓에서 식사를 하면 딱 좋을 것 같다.

 

 

 

더 그로브 뒤로 CBS 방송국이 있다. 방청을 하려는 사람들인지 방송국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할리우드 거리로 돌아왔다. 미국 3대 햄버거 투어 중에서 오늘은 할리우드에 있는 인앤아웃 버거(In-N-Out Buger)를 가려고 한다. 듣기론 인앤아웃 버거가 이곳 동부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오후 3, 식사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서 있다. 한참을 기다려 주문을 하고도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넓은 매장임에도 빈 테이블이 거의 없다.

 

어제 먹은 쉑쉑 버거(Shake Shack Buger)에 비하면 가격이 착하다. 버거 세트가 대충 8~9달러 정도다. 콜라와 같은 음료수는 셀프로 받아먹는 것이라 테이크아웃이 아닌 이상 굳이 큰 컵을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쉑쉑 버거에 비해 맛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맥도날드나 버거킹에 비해 뛰어나다는 생각도 들지는 않는다.

 

 

 

저녁에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을 보러 할리우드 거리에 있는 TCL 차이니스 극장(TCL Chinese Theatre)에 갔다. 차이니스 극장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관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하는 돌비 극장(Dolby Theatre) 바로 옆에 있다. 극장 앞마당에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의 발자국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티켓은 저녁 715, 가격은 세금 포함 21.75달러다. 한산한지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좌석은 표를 파는 친구들에게 부탁했는데 상단 맨 앞의 가운데 자리로 주었다.

 

시간이 남아서 차이니스 극장 앞마당의 배우 발자국을 둘러봤다. 한국인 배우로는 안성기와 이병헌이 있는데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할리우드 거리도 걷는다. 거리는 사람들도 북적인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거나, 그림을 그려서 파는 거리의 예술가들도 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할리우드 거리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이 박힌 블록을 찾는 재미가 가장 쏠쏠하다. 무심히 지나가다가도 좋아하는 배우 이름이 눈에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배우 이름이 박힌 블록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로 인해 생기는 인도의 교통체증은 덤이다.

 

 

 

기생충은 차이니스 극장에서 가장 큰 상영관인 IMAX 관에서 했다. 상영관으로 들어가니 나밖에 없다. 중국풍으로 인테리어를 한 극장 안이 멋있다. 영화가 시작할 무렵이 되니 사람들이 조금 들어온다.

 

 

 

미국 영화의 중심 할리우드에서 우리 영화를 본다. 미국 친구들이 자막을 보고 난 대사를 듣는다. 이상한 느낌이다. 영화는 이미 봐서 내용은 알고 있지만 스크린에서 보니 확실히 맛이 다르다. 가끔씩 웃음소리가 뒷좌석에서 들려온다.

 

저 친구들은 기생충을 어떻게 봤을까? 궁금하다. 멕시코시티의 숙소에서 만난 한 중년의 이태리 여행자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기생충 이야기를 했다. 대단한 영화라면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여행할수록 한류의 위대함을 느낀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