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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71, 미국 로스앤젤레스 6: LA에서 타이베이(Taipei), 오사카(Osaka) 찍고 서울(Seoul)로... 여행이 끝났다(20200229)

경계넘기 2020. 7. 22. 16:21

 

타이베이(Taipei) 시각으로 오전 5. 어제, 그러니까 27일 저녁 미국 시각으로 11시에 미국 LA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29일 새벽 5시에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탔냐고? 아니다. 서쪽의 맨 끝 아메리카 대륙에서 날짜 변경선을 넘어 동쪽의 아시아로 왔기 때문에 28일이 사라졌다. 내 인생에서 2020228일은 존재하지 않는 날이다.

 

LA에서 타이베이까지의 비행시간은 13시간이다. 긴 비행. 하지만 어제 저녁에 타서 아직 어둠이 깔린 새벽에 도착해서 그런지 그렇게 오래 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미국, 아니 아메리카 대륙의 공항과 이곳 대만 아니, 동아시아의 공항은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마스크.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었다. 나도 내리자마자 멕시코시티(Mexico City)에서 사두었던 마스크를 꺼내서 썼다. 코로나 청정지역에서 코로나의 오염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마스크 하니 생각난다. 멕시코시티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멕시코시티는 코로나 청정지역이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다. 몇 군데 약국과 마트를 돌아다니고 나서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아예 구할 수가 없었다. 혹시 부유한 동네에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베벌리힐스(Beverly Hills)의 약국과 마트 등을 뒤져도 보았다. 코리아타운(Koreatown)의 한 대형 마트의 약품 코너에는 아예 마스크 품절이라는 한글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아직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다. 멕시코와 미국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본적도 없다. 공항에서나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대부분이 동아시아인들이었다.

 

그런데 왜 마스크가 사라진 것일까?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의 손길이 여기까지 뻗은 것일까. 궁금하다.

 

안 쓰던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자니 어색하고 힘들다. 특히 안경에 자꾸 김이 서린다. 하지만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제 마스크가 일상이 된 한국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타이베이 공항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정작 미국에서는 커피빈만 가더니만. 웃음이 난다.

 

휴게실 근처에 동전용 안마의자가 있었다. 새벽의 출국장이라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안마의자에 앉아서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공항 구경이나 하러 다녔다.

 

오전 730분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코로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마스크뿐만이 아니었다. 일본행 비행기에도 승객이 거의 없다. 승객이 적으니 탑승도 금방 끝나 버려서 비행기도 일찍 출발했다. 이런 경우도 있다니.

 

일본 시각으로 오전 1140, 비가 내리는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Kansai International Airport)에 내렸다. 오사카 공항부터는 코로나에 반짝 긴장해야 한다.

 

입국 수속을 받고 바로 출국 수속을 밟으러 대기 중이다. 일본에 입국하자마자 출국이라니 아쉽기는 하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입국 후 가장 짧게 체류한 나라가 인도의 12일이었는데 이제는 일본이 되었다. 일본에 체류하려던 계획을 변경한 이유는 한 가지. 코로나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에 도대체가 신용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할 공항은 한산했다. 타이베이도 그랬고, 이곳 오사카도 마찬가지. 동아시아 국가들의 관문들은 코로나로 거의 닫혀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도 마찬가지리라.

 

체크인하고 출국 수속. 짐 검사하는 곳에서 일본 검사관이 짜증나게 한다. 덕분에 여행 중 쭉 함께 했던 옷가지 하나를 잃어 버렸다. 역시 나와 일본은 맞질 않는다.

 

No Japan 기간 중임에도 게이트 앞에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많았다. 특히 2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데 일본 현지에서 산 물건들이 양손에 주렁주렁하다. 일본 보이콧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 보인다.

 

LA에서 한국 들어가면서 타는 세 번째 비행기. 간만에 타는 한국 비행기다. 오후 530분에 오사카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 후인 저녁 7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역시 인천공항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거의 1년 반 만에 돌아온 인천공항. 출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돌아왔다는 기쁨보다는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허무감이 더 짙게 밀려온다.

 

미국 LA에서 출발해 타이베이, 오사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왔음에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공허함이 더 크다.

 

 

 

이제 정말 한국에서 무엇을 하지?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