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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70, 미국 로스앤젤레스 5: LA 코리아타운(Koreatown) 그리고 여행을 마감한다(20200227)

경계넘기 2020. 7. 10. 17:45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를 마지막으로 1년 하고도 3개월 반의 여행을 마감한다. 일수로 따지면 내일까지 470일의 여정이었다.

 

원래는 캐나다까지 올라갔다가 일본을 찍고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과 코로나 상황이 겹치면서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일본 오사카(Osaka)에서 후배를 만나기로 한 계획도 취소하기로 했다. 일본의 코로나 상황이 한국보다 더 심각해보였기 때문이다. 후배도 일본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권했다. 아베가 집권하면서 일본이 그나마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 투명성마저 후퇴했다. 일본 정부의 말을 외국인인 나조차도 믿을 수가 없다.

 

오사카까지는 이미 항공편을 예약한 상태라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오사카 공항만 찍고 바로 한국으로 간다. 20년 만에 가는 일본인데 공항만 찍고 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No Japan 시기에 잘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후배와의 오랜 약속 때문에 가는 길이어서 취소하기가 어려웠는데 코로나가 핑계거리가 되어 주었다.

 

덕분에 한국 들어가기 위해 12일에 걸쳐 비행기를 세 번 타야 한다. LA에서 타이베이(Taipei)로 갔다가 타이베이에서 오사카로, 그리고 오사카에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일정이다. LA에서 오사카까지는 대만 국적기인 중화항공을 타고 오사카에서 인천공항은 한국 저가항공사인 티웨이를 탄다. 타이베이 공항에서는 3시간 정도, 오사카 공항에서도 3시간 30분 정도 대기한다. 대기하기엔 적당한 시간이다.

 

오랜 비행과 대기, 힘들긴 하지만 가난한 배낭여행가에게는 익숙한 일상이다. 오히려 요즘은 직항이 어색하다.

 

늦은 밤 비행기라 시간이 넉넉하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숙소에 맡긴 다음 코리아타운(Koreatown)으로 갔다. LA에 온 첫날 뼈해장국 먹으러 잠시 다녀온 이후로 제대로 코리아타운을 가보질 못했다. 코리아타운 중 가장 큰 곳이 이곳이라고 하는데 한 번은 제대로 보고 싶었다.

 

 

 

그냥 코리아타운을 걸었다. 산책하듯이. 넓긴 넓었다. 차이나타운(Chinatown)이나 리틀 도쿄(Little Yokyo)와는 달리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한글 간판이 많다는 것이 이곳이 코리아타운임을 알려줄 뿐이다.

 

 

 

코리아타운은 LA에서도 좀 낙후된 동네로 보였다. 80, 90년대 서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한국의 발전 속도가 빨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외에 있는, 특히 서구권에 있는 코리아타운을 걷다보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그 옛날 가난한 나라에서 이곳으로 와서 얼마나 서럽고 고생스러웠을까?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교포들 중에서 조국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모국이 있어야, 그리고 그 모국이 잘 살아야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위로 누나만 셋인 대학동기가 한 명 있다. 이 친구가 대학생 때 해외유학을 가려고 하는데, 만나면 늘 잔소리만 해대던 시집간 누나 두 분이 왔단다. 또 뭔 잔소리를 하려고 찾아왔나 싶었는데 대뜸 유학 가서 쓰라고 돈을 건네주더란다. 그러면서 부족하면 얼마든 보내줄테니 돈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했단다. 네가 잘되어야 우리가 시집에서 힘주고 살 수 있다. 그거 알고 있지”라는 말과 함께.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핑 돌더란다. 시집간 누나들에게는 자신이 남동생일 뿐만 아니라 친정이 된다는 생각과 함께. 

 

모국이 힘들 때마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교포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해외에 살고 있는 교포들에게 조국은 친정이다. 조국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든 그렇지 않든, 조국이 잘 사고 힘이 있어야 자신들도 타향에서 어깨 힘주고 살 수 있다고 교포들은 말한다.

 

 

 

이번 여행 중에는, 요즘만 같으면 살 맛 나신다고 하는 교포 분들을 많이 만났다.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이 곳곳을 누비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특히 한류의 힘이 크다고 한다. 한류는 타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려서 한국을 떠나 늘 정체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교포 2세들이나 1.5세들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교 다녀와서 정작 자신들도 잘 모르는 한국 드라마나 K팝 이야기를 현지 친구들이 침 튀기며 한다는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아이들 마음 속에 스며있는 부모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한다. 시켜야 겨우 시늉만 하던 한국어 공부도 알아서 열심히 하고, 나중에 한국으로 연수나 유학을 가고 싶다는 자녀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BTS 같은 친구들은 절대 군대 보내면 안 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시던 남미의 한 중년 교포 분도 생각난다.

 

외국에 와서 코리아타운을 둘러보려는 데에는 시집간 내 누이가 얼마나 잘 살고 있나 보고 싶은 그런 심정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이 땅에 잘 뿌리 내리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미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인앤아웃 버거(In-N-Out Buger) 햄버거로 하기로 했다. 패스트푸드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3대 햄버거라는 쉑쉑 버거(Shake Shack Buger), 파이브 가이즈(Five Guys), 인앤아웃 버거를 먹어보기로 한 목표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3대 버거를 먹어보고 난 소감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 따라서 가성비가 월등한 인앤아웃 버거가 가장 맘에 들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듯싶다. 인앤아웃 버거가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특히 점심시간인 12시에 가서 그런지 사람이 장난 아니다.

 

 

 

할리우드(Hollywood) 거리 한복판에 있는 커피빈에 와서 아메리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마지막으로 할리우드의 분위기에 젖어 본다. 이 글도 여기서 쓰고 있다. 그리 날씨도 좋더니만 오늘은 오후 들어 아쉬움에 뒤덮인 내 마음처럼 흐려졌다.

 

 

 

스타벅스의 본고장 미국에 와서 오히려 커피빈을 더 자주 갔다. 이곳의 스타벅스는 뭐랄까 다방 같다고나 할까. 인테리어도 낡았고 특히 테이블이 거의 없어서 갈 때마다 앉을 곳이 없었다. 한국 스타벅스가 미국 스타벅스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할 때 스타벅스에서 댄 변명이 한국 스타벅스가 인테리어 등의 부대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곳에서 직접 경험하고 보니 변명이 아닌 듯싶다. 아니면 나도 애국심이 생겨서인가?

 

공항 가는 길도 그냥 메트로로 가기로 했다. 시간도 넉넉하고 이곳 대중교통에도 익숙해져서 별 어려움이 없다. 무거운 배낭이야 배낭여행객의 숙명이니.

 

올 때는 2시간 정도 걸렸는데 갈 때는 메트로가 재깍재깍 와주어서 1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천천히 가고 싶은데...

 

저녁 7시가 넘어서 체크인하고 출국심사. 멕시코에서 출국심사를 따로 하지 않아서 헤맸는데 미국도 짐 검사만 하고 출국심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출국장에 있는 서점에서 소설 한 권을 샀다. 한국인 소설가가 쓴 빠칭코라는 소설책을 샀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긴긴 비행시간에 소설이라도 읽을 생각이다.

 

저녁 10시에 비행기 탑승을 시작해서 11시쯤 비행기는 LA공항을 이륙했다. 이제 정말 아메리카 대륙과 작별을 고한다.

 

비행기는 옆자리가 비어서 편하게 간다. 간만에 타는 메이저 비행기다. 기내식을 먹고 잠을 청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