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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64, 멕시코 멕시코시티 5: 중남미 여행을 마감하며(20200221)

경계넘기 2020. 7. 22. 15:55

 

실질적으로 멕시코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중남미 여행을 마감하는 날이기도 하다. 14개월, 16개월의 여행이 이렇게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쉽다. 햇수로는 3년이다. 2018년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에 서울을 떠나서 2020년 겨울이 막 끝날 무렵에 여행을 끝낸다. 마치 한 겨울 동안 여행하다 돌아가는 기분이다.

 

 

 

오늘이 내 긴 여행의 실질적인 종지부를 찍는 날이라 이번 여행을 뒤돌아보며 스스로 회한이나 축하, 뭐 그런 감상과 분위기에 젖어보려 했으나 망할, 내일 출국의 이런저런 걱정에 싸여있다.

 

미국에서 한국 들어가기 전에 일본을 들릴 예정인데 걱정이 앞선다. 오사카(Osaka)까지의 표는 이미 샀다. 오사카에서 후배를 만날 요량으로 일단 로스앤젤레스에서 오사카까지 들어가긴 하는데 요즘 일본의 코로나 상황이 영 미덥지가  않다.

 

어쩌다 일본이 이런 미덥지 않은, 투명하지 못한 국가가 되었는지. 아베가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트럼프의 미국이나 아베의 일본이나, 박근혜를 뽑았던 한국이나 잘못된 지도자를 뽑은 몫을 톡톡히 한다. 간만에 일본에서 제대로 된 초밥이나 먹으려 했는데 오히려 멕시코의 중국집에서 초밥을 먹고 간다. 맛은 좀 허접하지만.

 

 

 

슬슬 내일 수화물 걱정도 나기 시작한다. 대행 사이트에서 구매한 Interjet 항공권이 Interjet 항공사 사이트에서 확인이 안 된다. 사이트에 들어 갈 수가 없으니 웹 체크인이나 수화물 신청은커녕 표가 제대로 구매되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저가항공이라 수화물을 실으려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데 공항에서 사면 가격이 비싸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되도록 항공사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려고 하는데 이번은 가격 차이가 좀 있었다.

 

중남미와 멕시코 여행의 마지막 날이지만, 역시 여행은 현실이다. 내일 출국 준비로 하루가 훌쩍 가버렸다.

 

 

 

느지막이 숙소에서 나와서 우선 마트에 갔다. 이틀 동안 공항에서 먹을 비상식량을 살 요량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들어가는 비행기의 경유시간이 무척 길기 때문이다. 내일 이곳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 북부의 도시인 과달라하라(Guadalajara)에 오후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새벽에 로스앤젤레스로(Los Angels)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왜 이런 비행기를 타냐고?

당연히 있는 건 시간이요 없는 건 돈인 가난한 배낭여행자이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약국마다 들려서 마스크를 물어봤다. 마트의 약 코너에서 팔 줄 알았는데 없단다. 몇 군데 약국에서 물어봐도 없단다. 이상하다. 아직 멕시코는 코로나가 돌기 이전인데 말이다. 벌써 중국인들이 싹쓸이 한 것인가?

 

마지막 들린 작은 마트의 약국 코너에 마스크가 있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두터운 것이 아니라 얇은 마스크다. 코로나, 코로나를 연신 외치면서 코로나에 괜찮은 거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일단 이거라도 사둔다. 5장 들어있는 세트를 두 개 샀다. 더 살까하다가 마스크의 질에 믿음이 안 가서 비싸긴 하겠지만 미국에서 사가자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코로나 청정국가인 멕시코에 왜 이렇게 마스크가 없는지 궁금하긴 한데 스페인어가 안 되니 물어볼 수가 없다.

 

 

 

오후 늦게 뷔페식 중국식당에 가서 초밥과 함께 음식을 열심히 먹어 두었다. 앞으로 이틀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긴 힘들 것이다.

 

남미의 에콰도르(Ecuador)에서부터 중국 식당을 만나면 하루 한 끼는 폭식을 할 정도로 배불리 먹는다. 건강에 좋지는 않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있을 때 먹어두어야 한다.

 

남미와 중미에 와서는 현지 식당보다는 중국 식당에서 영양을 보충하고 있다. 중국 식당이 양이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지나니 여타 남미 국가들에서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양이 확 줄었다. 아마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는 백인의 비중이 많고 반면에 여타 국가들에서는 원주민 비중이 많아서 일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백인들의 식사량이 동양인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근데 같은 나라에서도 왜 현지 식당은 양이 적은데 중국 식당은 양이 많은 것일까? 그건 모르겠다. 

 

숙소에 와서 짐을 정리한다. 옷도 몇 가지 버리고. 돌아갈 때가 되니 짐이 준다.

숙소 옥상에 올라가 커피 한 잔 하면서 멕시코시티의 석양을 마지막으로 본다.

분위기도 잠시 해가 지니 추워지기 시작한다.

 

 

 

역시 인생이나 여행이나 현실이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