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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멕시코(Mexico )

D+465, 멕시코 멕시코시티 6: 기나긴 공항에서의 하루(20200222)

경계넘기 2020. 7. 22. 15:55

 

익숙하다 싶었는데 여전히 공항은 당황스럽다. 더욱이 외국공항에서는.

 

오늘 일정은 대부분 공항에서 보내는 것이다. 멕시코시티(Mexico City) 공항과 과달라하라(Guadalajara) 공항. 멕시코시티에서 오후 3시에 비행기를 타고 과달라하라라 갔다가 그곳에서 내일 새벽 6시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고로 과달라하라 공항에서 밤을 지새야한다.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가는 것은 순조로웠다. 중심지에 있는 숙소에서 지하철로 바로 공항까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숙소 앞 지하철역에서 공항까지 30분 조금 넘게 걸렸다.

 

멕시코 지하철은 승차감이 좋질 않다. 지하철이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랄까.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 열차 안에서 지도의 작은 글씨를 좀 보려하니 멀미가 나려한다.

 

 

 

날씨는 변함없이 좋다. 햇살은 싱그럽고 눈이 부시다. 오전이라 기온도 높지 않아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땀도 나지 않고.

 

 

 

멕시코시티 공항에서는 정신이 좀 없었다. 그놈의 저가비행기가 문제다.

 

대행 사이트에서 구매한 저가비행기 Interjet 항공권이 Interjet 사이트에서 확인이 되질 않았다. 대행 사이트에 메일을 보내 항공사 코드를 확인해 달라고 해도 구매 항공권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사이트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수화물을 구매할 수가 없었다.

 

저가비행기는 일반적으로 사이트에서 수화물을 미리 구매하지 않고 현장에서 구매하면 가격이 훨씬 비싸다. 때론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사면 얄짤없이 정액을 내야 할 것 같아서 공항 안의 Interjet 항공창구를 찾았다. 구매 항공권도 확인하고 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수화물도 사려는 의도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어보았지만 체크인 창구 외에는 항공사 창구가 따로 없단다.

 

별수 없이 체크인 창구에서 사는 수밖에. 일단 표는 유효하다고 하니 다행이다. 할인을 포기하고 창구에서 수화물을 사려 하는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갈아 탈 때도 또 수화물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내 항공권이 환승 비행기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가 환승을 해야 하는 것이란다. , 짐을 찾아서 다시 체크인을 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수화물 비용도 다시 내야한다는 것. 할인은 고사하고 돈을 2배로 내야할 판이다.

 

돈 좀 아끼려고 직항이 아니라 경유, 그것도 경유지에서 12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항공권을 산 것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가방 하나의 수하물 가격이 30달러이니 총 60달러를 내야 한다. 직항보다 더 비싸지는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대행 사이트에서 표를 살 때 자가 환승이라는 말은 없었다. 자가 환승의 경우 대행 사이트에서 반드시 그 사항을 표기한다. 국내선이라 그나마 이 정도지 국제선인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출입국 심사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릴 뿐더러 비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체크인을 하고 열 받아서 대행 사이트에 다시 메일을 보냈다. 답신은 빨리 오는데 대답은 똑 같다. 내가 구매한 표는 이상이 없고, 기타 문제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 아무래도 AI 자동답신 같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에 들어오니 오전 1130분이다. 오후 3시 비행기라 시간이 많다. 아직 전광판에 출국 게이트도 뜨지 않았다. 국내선이라 그런가 게이트 마다 사람들이 많다.

 

오후 130분쯤 게이트를 확인하니 전광판에 15번 게이트로 떴다. 바로 15번 게이트로 가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다시 확인을 하는데 게이트가 바뀌어 있었다. 이번에는 아예 출발시간도 1시간 15분 지연되어 오후 415분으로 나온다. 그런데도 전광판에는 on time으로 표시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게이트를 수시로 확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두어 번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경험이 지난해 이스탄불에서 이집트 들어갈 때다. 게이트가 갑자기 바뀌어서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 그때도 미리 수속을 마치고 정해진 게이트 앞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이 다 되어가는 데도 보딩을 알리는 안내가 없었지만, 처음에는 지연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기다리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것이다. 퍼뜩 정신이 들어서 전광판에 뛰어가서 게이트를 다시 확인해보니 역시나 바뀌어 있었다. 탑승 마감시간까지 달랑 15분 정도 남았는데 바뀐 게이트조차 지금 있는 게이트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다. 정말 정신없이 뛰었다. Last Call은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게이트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게이트가 닫혔다. 내가 마지막이었나 보다. 정말 시급했다.

 

 

 

그 이후로 게이트가 확정되어 있어도 한, 두 번 정도 습관적으로 확인을 하는데 오늘 딱 걸렸다. 확인 안했으면 또 정처 없이 기다릴 뻔.

 

게이트 확인을 다시 하고 지나가는데 출국장 밖에서는 그렇게 찾아도 없던 Interjet 항공사 창구가 출국장 안에 있는 것이다. 비행기 시간도 재차 확인하고 혹시 몰라 수화물도 물어보니 내 항공권이 자가 환승인 것은 맞는데 연계 비행기이기 때문에 수화물을 따라 살 필요는 없단다. 과달라하라 공항에서 다시 사라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물으니 수화물 구입 영수증을 잘 가지고 있다가 보여주면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니 과달라하라 공항에 가봐야 하지만 말이다.

 

비행기는 지연되었지만 나에게 별문제는 없다. 어차피 미국 가는 비행기는 내일 새벽이라 시간은 남고도 넘친다.

 

 

 

오후 4시에 멕시코시티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오후 530분쯤에 과달라하라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공항에서 뻗치기를 해야 한다. 체크인 창구에서 가서 물어보니 역시나 내일 새벽에야 체크인이 가능하단다. 출국장 안이 뻗치기에는 더 편한데.

 

항상 말하지만 공항은 노숙계의 5성급 호텔과 다름없다. 시설 좋고 깨끗하고 안전하고. 다만 요즘 공항마다 벤치에서 자는 사람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에 손잡이를 만들어 놔서 당체 누울 수가 없다.

 

과달라하라 공항은 작았다. 앉을 만한 의자가 많지 않고. 공항 밖에 편의점 옥쏘(Oxxo)가 있어서 남은 페소로 맥주와 커피를 사다 마셨다. 공항 야외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며 보는 과달라하라 하늘의 노을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밤을 지새우고 있긴 하지만 멕시코 공항은 무료 와이파이가 좋아서 그럭저럭 시간 보내기가 무료치 않았다.

 

이러고 멕시코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