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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0, 터키 이스탄불 3: 화려한 돌마바흐체 궁전과 거대한 바자르 (20190503)

경계넘기 2020. 9. 7. 12:22

 

 

화려한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과 거대한 바자르(Bazaar)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을 가려한다. 

 

어제 구시가지의 많은 유적지들을 순례했다. 일종의 이스탄불 의무 방어전. 가장 기억나는 것은 엄청나게 긴 줄과 엄청 깨진 입장료. 오늘의 의무 방어전은 신시가지에 있는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 이것만 끝내고 바자르(Bazaar)만 구경하면 이스탄불의 주요 볼거리는 대충 끝낸다.

 

의무 방어전을 끝내고 진짜 이스탄불을 경험하고 즐겨야 하는데 이미 한 달 가까이 터키를 여행하고 있는지라 시간이 넉넉지 않다. 더욱이 중국과 일본을 위시해서 전 세계적으로 휴일이 많은 5월 초순에 6일 라마단을 앞두고 있는 이스탄불은 어디가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장기 여행자는 빠져주는 편이 낮다.

 

돌마바흐체 궁전 하나만 보면 되는 것이라 조금 늦게 숙소를 나선다.

 

설마 돌마바흐체까지 사람이 많을까 싶었는데 나의 예상은 여지없이 깨진다. 걸어가는 길에 언덕 아래로 돌마바흐체가 보이는데 그 앞으로 사람들의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일찍 나올 걸!

 

 

 

여지없이 30분 이상 기다려서 들어간 돌마바흐체 궁전.

 

입장료는 90리라다. 티켓은 아예 궁전 여인들이 사는 하렘(Halem)을 포함하고 있다. 톱카프 궁전에서는 안 갔던 지라 이번에는 그냥 들어가 보기로 한다. 굳이 따로 사려고 말하는 것도 귀찮고.

 

 

 

돌마바흐체 궁전은 신(新)궁전.

 

돌마바흐체 궁전은 구시가지에 있는 톱카프 궁전(Topkapı Palace)을 대신해서 19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새로운 궁전이다. 톱카프 궁전이 좁고 구식이라서 바꾸었다고 하는데 19세기 중엽이면 오스만 제국이 유럽 국가들에 의해 한창 쥐어 터지고 있던 시기다. 오스만이 전성기일 때 검소한 톱카프 궁전이었고, 오스만이 쇠퇴할 때 오히려 화려한 돌마바흐체 궁전이었다. 역사의 교훈이 보이는 대목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나 개인이나, 자신이 있고 실력이 있을수록 외면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으나, 자신이 없고 실력이 없을수록 외면으로 보이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따라서 궁전이 커지고 화려해질수록 국가는 쇠약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성군(聖君)이 궁궐을 탓하겠는가!

 

 

 

두 궁전을 다 돌아보고 평가를 해보면 확실히 돌마바흐체가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정은 톱카프에 간다. 톱카프에서는 그 검소함과 단정함 속에 깃든 대제국의 영광과 위험이 보였다. 건물은 좁고 남루했을지 모르나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궁궐이 아니라 세상을 발아래 두고 있었던 사람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이 바로 보이는 언덕 위에 앉아 있으면 뭔가 벅차오름이 있었다.

 

돌마바흐체는 화려하긴 하나 테마 파크 같다. 그 속에 있던 사람들은 현실 세상이 무서워 구중궁궐로 도피해서 망상과 퇴폐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돌마바흐체 궁전에는 특히 사람이 많다. 궁궐 담장을 넘는데도 한참이지만 궁궐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도 한참이다. 힘들게 들어가도 궁궐 안은 도태기 시장이 따로 없다. 대충 보고 빨리 나오는 것이 장땡이다.

 

 

 

그곳에서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 대바자르로 넘어간다.

시장이 어마어마하다. 이 나라 저 나라 바자르 참 많이 다녀봤는데 이스탄불의 대바자르만한 곳을 아직 보질 못했다.

 

 

 

그런데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흥미가 많이 떨어진다. 

시장은 큰데 파는 물건들이 획일적이다. 그 물건이 그 물건이다. 그냥 무지하게 큰 기념품 시장 같다.

 

 

 

바자르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에 있는 카슈가르(Kashga)라는 작은 도시다. 중국 지명으로는 카스(喀什). 실크로드의 중간지역으로 그 옛날부터 파미르 고원을 넘어온 서역의 상인들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온 중국의 상인들이 만나서 물건을 서로 교역했다는 곳이다.

 

이곳에 바자르가 있다. 상설 시장도 크지만 정기적으로 이곳에 장도 서는데 그럴 때면 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진다. 정말이지 없는 것이 없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소수민족들까지 장에 오기 때문에 사람들도 다채롭다. 카슈가르에는 가축 바자르도 있다. 그것도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다양한 가축들이 오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카슈가르에 가거든 꼭 장이 서는 날짜를 맞추어 바자르에 가보길 바란다. 물론 지금은 중국 정부가 티벳과 함께 따로 퍼밋(Permit)이 있는 사람들만 여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말이다. 신장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곳의 주인 위구르(Uighur) 사람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

 

베트남에도 사파(Sapa) 근처의 박하(Bac Ha)라는 곳에서 소수민족들의 장이 서지만 카슈가르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다. 와중에 지금은 거의 관광 상품화되어서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시장에 가깝다. 바가지도 심하고.

 

대바자르를 구경하면서 비탈의 시장 길을 계속 내려간다. 시장은 끝없이 연결되어 있다. 시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더 늘어난다. 내려와서 보니 그곳은 이미 또 다른 바자르의 시작이었다. 이집시안 바자르(Egyptian Bazaar). 이집트에서 온 향신료들을 주로 파는 시장이다. 이곳도 향신료 몇 군데 빼면 파는 물건들은 대바자르와 다들 비슷하다.

 

 

 

다리가 많이 아프다. 근처 벤치에 앉아서 좀 쉰다. 지금 느껴지는 이스탄불은 어린이날이나 주말의 테마파크 같다. 현지인들은 없고 관광객들만 잔뜩 있는. 가장 좋았던 것은 첫날 우연치 않게 탔던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 보트 투어다. 보고 싶었던 보스포루스 해협을 맘껏 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내일 이스탄불을 떠난다. 마지막으로 다시 보트를 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보기로 한다. 지난번은 일몰 때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늦은 오후긴 해도, 한낮의 모습이다.

 

이렇게 이스탄불의 시간을 정리한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