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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불가리아(Bulgaria)

D+172, 불가리아 소피아 1: 드디어 유럽에 입성했다, 불가리아 소피아(Sofia)(20190505)

경계넘기 2020. 9. 12. 10:06

 

 

드디어 유럽에 입성했다, 불가리아 소피아(Sofia)

 

 

새벽 230분쯤 누군가 기차 객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깬다.

 

한밤 창밖이 밝다. 밖을 내다보니 국경의 출입국관리소다. 국경에 도착하니 출국 심사를 받으라고 문을 두드렸나 보다. 출입국관리소 건물에서 직접 출국 심사를 받아야 한단다. 여권 하나 달랑 들고 기차에서 내리는데 새벽 공기가 싸늘하다. 걸음을 재촉한다. 일찍 줄 서서 일찍 받는 것이 장땡이다. 경험상 조금 게으름 피우다가 한참을 줄 서야 할지도 모른다.

 

불가리아 국경에서는 여권을 일괄 수거해 갔다가 도장을 찍어서 돌려준다.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양국 출입국 심사 받는 데만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새벽 440분 다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미 잠은 다 달아났다. 한참 잘 시간에 2시간 동안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니 굳이 비싼 칸에 탈 필요가 없었다.

 

5시간을 더 달린 기차는 오전 940분에 소피아(Sofia)역에 도착한다. 어제 이스탄불에서 떠날 때에도 비가 내리더니만 이곳도 흐린 날씨다.

 

 

 

소피아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간다.

 

버스도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주 멀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나에겐 아직 불가리아 돈이 없다. 걸어가는 길은 황량하다. 오래된 도시라고 들었는데 역에서 시내 중심가의 숙소까지 가는 길은 전형적인 구()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 모습이다. 넓은 도로 주변으로 회색의 특색 없는 낡은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연이어 있다. 일요일 오전이라 인적마저 거의 없어서 스산하기까지 하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은행이 보인다.

 

일단 은행 안 ATM에서 돈을 찾는다. 오는 도중 몇몇 ATM 기계를 봤지만 난 되도록 은행에 있는 ATM만 이용한다. 지갑에 돈을 넣으니 그나마 여유가 생긴다.

 

숙소는 전형적인 대형 호스텔이다.

 

유럽이라고 대부분이 백인 여행객들이다. 이 호스텔은 독특하게 조식과 석식 두 끼의 식사를 제공해준다.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여하튼 두 끼가 제공되는 숙소는 처음이다.

 

블로그에서 짐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장기 투숙 할아버지가 이 숙소에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침대를 배정받고 보니 그 할아버지 아래 침대다. 정말이지 침대 아래와 옆으로 짐이 하나 가득이다. 몇 년째 사시는 것인지. 내 배낭하나 둘 곳이 없다. 빈 침대가 많이 보여 바꾸어 달라고도 해 보았으니 역시 그럴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귀찮은 것이리라. 나 역시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짐을 풀고 나면 보통 동네 한 바퀴 하고 싶은 생각이 나기 마련인데 오늘은 어쩐지 꿈쩍하기가 싫다.

 

어제 새벽에 출입국심사를 받느라 잠을 설쳐서 그럴지도 모르고, 날이 흐려서 그럴지도 모른다. 침대는 나름 푹신하고 개인 커튼도 있다. 인터넷도 나쁘지 않아서 드라마 삼매경에 빠진다.

 

저녁 먹으러 갔는데 그냥 야참 수준이다. 그래도 맥주도 한 잔 주니 이게 어디인가! 밥 먹으러 가기도, 마트 가기도 귀찮아서 침대에만 죽치고 있는 여행객에게는 더없이 감사한 식사다.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싶은데 영 용기가 안 나네....

한살 만 어렸어도 ㅋㅋㅋ.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