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불가리아(Bulgaria)

D+176, 불가리아 소피아 5: 의외로 돈이 안 드는 소피아(Sofia)(20190509)

경계넘기 2020. 10. 15. 12:01

 

 

의외로 돈이 안 드는 소피아(Sofia)

 

 

소피아(Sofia)는 의외로 돈이 많이 안 나간다.

가난한 배낭여행자 입장에서  참 바람직한 도시 같다.

 

첫째 지출이 많이 나가지 않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숙소가 저렴하다.

 

저렴도 하지만 아침, 저녁 두 끼를 제공하는 숙소가 많다. 저녁은 비록 야참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숙소에서 두 끼를 해결하니 밖에서 크게 사먹을 일이 없다. 여행경비 중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지출이 많은 곳이 숙박, 그 다음이 먹는 것이다. 다만, 도미토리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순서가 바뀌어서 대체로 먹는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숙소에서 두 끼를 해결하니 크게 돈들 일이 없다. 내가 소피아에서 묵고 있는 도미토리는 일박에 16레프다. 부킹닷컴 지니어스 회원인지라 10% 할인을 받은 가격이니 일반 가격은 18레프 정도할 것이다. 1레프가 대충 우리 돈으로 7백 원 정도 하니 12,600원 꼴이다. 이 가격에 두 끼가 해결된다.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숙소에서, 그것도 도미토리 호스텔에서 두 끼를 주는 것은 이곳 불가리아 소피아가 처음이다. 다른 곳에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소피아에서는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 말고도 두 끼를 제공하는 호스텔이 더 있다. 궁금하다. 왜 불가리아의 호스텔에서는 두 끼를 제공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다음에 가는 벨리코 투르노보(Veliko Târnovo)에서도 두 끼를 주는 호스텔을 예약했다. 이곳 호스텔과 체인 호스텔이다.

 

둘째, 소피아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곳이 많지 않다.

있더라도 무척이나 저렴하다.

 

소피아 볼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당은 당연히 무료다.

 

오늘만 해도 두 곳의 성당을 방문했다. 한 곳은 성 게오르기 교회(Church St. George Rotunda). 쉐라톤 호텔의 정원에 있어서 교회가 커다란 건물들에 숨겨져 있다. 로마 콘스탄티누스 1세 때 지어졌다고 한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교회는 소피아에 남아 있는 유일의 로마 건축물이란다.

 

교회 뒤편으로는 로마의 목욕탕 유적이 남아 있다. 로마인들이 목욕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교회 옆에 목욕탕이라니 목욕재계하고 예배를 보라는 것인가. 이슬람 사원 옆에는 항상 발이나 손을 씻는 곳이 있긴 한데 목욕탕은 낯설다. 

 

 

 

다른 한 곳은 성 소피아 성당(St. Sophia Church). 성 소피아 성당에서 도시 소피아의 이름이 나왔다고 하니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성당이다.

 

이 성당의 발굴 과정에서 지하에서 총 52기의 무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지하에 벽돌로 만들었는데 왜 지하에 이렇게 무덤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덤들과 함께 지하에는 박물관도 있어서 소피아 교회에서 발견된 모자이크를 전시하고 있다. 매우 잘 정리된 전시관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무료다.

 

 

 

소피아에서 입장료를 낸 곳은 국립 미술관이다. 입장료는 6레프, 4천 원 꼴로 비싼 것은 아닌데 전시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 싸다고도 할 수는 없다. 하여튼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만 입장료가 있는데 그리 비싸지는 않다.

 

셋째, 소피아에서 지출이 크게 나지 않았던 하나는 바로 피맥에 있다.

 

한국에 치맥이 있다면 소피아에서 피맥을 알았다. 피맥이라 함은 피자 & 맥주. 물론 내가 지었다. 터키에서 거리마다 저렴한 케밥을 볼 수 있다면 이곳 소피아에서는 거리마다 피자를 볼 수 있다.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 조각 피자를 많이들 판다. 가격은 1~2.5레프. 조각 피자라지만 크기가 작지 않다. 양이 적은 여자 분이라면 하나로 충분할 것이고 나 같은 남자도 2개면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거기에 맥주는 유럽답게 무척이나 싸다. 불가리아 맥주는 대충 500ml1래프 안팎이다. 우리돈으로 7백 원 안팎. 그러니 커다란 피자 한 조각에 맥주 하나가 2래프, 1,400원에 가능하다. 많이 들어야 2,500원 정도면 기분 좋게 피맥을 즐길 수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불가리아 맥주가 조금 맛이 없다는 것.

 

하지만 수입 맥주도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 특히, 체코의 유명한 맥주인 Staropramen이 이곳에서 많이 파는데 가격이 무척이나 착하다. 1.2래프 정도로 우리 돈으로 천원 조금 안 되는 돈이다. 2019년 올해 롯데에서 이 맥주를 한국에 수입한다고 하던데 그 전에 이곳에서 실컷 먹는다.

 

 

 

넷째, 소피아에는 곳곳에 예쁜 공원들이 많다.

 

걸으면서 쉬어가기도 좋지만 간단한 음식 사서 먹기도 좋다. 나야 뭐 걸으면서 먹곤 하지만 그게 싫다면 먹거리를 사서 근처 공원 벤치에서 먹으면 된다. 굳이 식당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카페의 커피 가격도 저렴하다. 

 

가장 중심가의 괜찮은 카페에서도 커피는 대략 3~4레프 정도 한다. 우리 돈으로 25백 원 안팎이면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빠른 와이파이는 덤이고.

 

이러다 보니 소피아에서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 참 좋은 곳이다.

 

 

 

특별히 피자와 맥주의 조화가 괜찮다.

 

내 경우 맥주는 좋아하지만 피자는 금방 느끼해져서 많이 먹지 못했는데, 맥주가 피자의 느끼함을 잡아주어서 그런지 피자도 더 맛있다. 훌륭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비가 오기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온다. 물론 피맥을 사가지고 오는 것은 잊지 않는다. 저녁이 되면서 빗방울이 더욱 굵어진다. 내일은 비가 멈추겠지.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