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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불가리아(Bulgaria)

D+173, 불가리아 소피아 2-1: 소피아 중심가 산책(20190506)

경계넘기 2020. 9. 14. 10:53

 

 

소피아 중심가 산책

 

 

실질적인 소피아(Sofia)의 첫 날이자, 이번 여행 유럽의 첫 날이다.

 

아침부터 밖은 흐리다. 잠은 푹 잘 잔 것 같다. 숙소에서 주는 아침은 저녁보단 낫다. 하지만 원체 큰 호스텔이라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 회사나 학교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기분이랄까. 작은 호스텔의 여유로움 같은 것은 없다. 직원들도 친절은 하지만 약간 기계적이다.

 

날씨가 꿉꿉해서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11시쯤 숙소를 나선다. 숙소의 위치는 중심가 바로 옆으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바로 중심가다. 소피아의 볼거리는 대부분 이 구역에 밀집해 있다.

 

 

 

실질적인 소피아의 첫 날인데 비가 내린다.

 

숙소를 나설 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중심가에 있는 한 성당인 St. Kyriaki Cathedral Church를 보고 나오니 비가 쏟아지고 있다. 성당 안에 있을 때 밖에서 나는 무슨 폭죽 같은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천둥소리였나 보다. 성당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 천둥도 치면서 비가 제법 내린다. 10세기에 지어졌다는 성당의 처마 밑에서 소피아에 내리는 비를 보고 있다. 한 잔의 커피가 미치도록 생각난다. 난 비오는 날 따뜻한 커피가 생각난다. 맑은 날에는 맥주가 생각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카페가 보이질 않는다.

 

이곳이 중심가임에도. 카페가 보이면 비를 뚫고서라도 뛰어갈 터인데. 비오는 소피아를 보면서 커피 한 잔. 좋지 않은가! 걸어오는 길에도 카페를 본 것 같지가 않다. 식당은 좀 있는 것 같았는데. 코카서스(Caucasus)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길에 깔린 게 카페들이었는데 이상하게 보이질 않는다.

 

비가 좀 잦아드는 듯해 카페를 찾아 길을 나선다.

 

한참을 내려와도 카페는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보이는 빵집과 맥도날드는 빈자리가 없다. 비가 오니 사람들이 모두 이런 곳으로 피해왔나 보다. 조금 더 내려오니 천막으로 지붕을 한 야외 카페가 있다. 메뉴에도 없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글을 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니 날씨가 꽤 쌀쌀해진다. 북상을 좀 했다고 이렇게 기온이 확 떨어지나 싶다. 글을 쓰는 손이 약간 시릴 정도다.

 

 

 

이번 여행에서 경찰을 자주 본다.

 

VIP 경호 경찰과 차량뿐만 아니라 VIP 이동을 위한 도로 통제와 실제 에스코트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이스탄불(Istanbul)에서는 시위를 우려한 경찰이 아예 탁심 광장(Taksim Square)과 주변 도로를 모두 통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야외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주변이 소란스러워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왔는지 내 주위에 빙 둘러서 모두 경찰들이다. 꽤 넓은 야외 카페에 앉아 있는 경찰들만 족히 20~30명에 가깝다. 마치 경찰서 구내 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길을 걷는데 불가리아 국기를 들고 가는 사람들을 좀 봤다. 국경일이나 기념일인가 싶기는 했는데 갑자기 카페 앞 도로에 경찰버스와 경찰차들이 즐비해 있고, 카페에는 경찰들이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찰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안전은 한 것 같은데 이 양반들 담배를 엄청 피워대신다.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날일까 궁금해진다.

 

경찰들의 모습에서 긴장감은 보이지 않으니 나쁜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을 쳐다보고 계시는 카페 아저씨의 표정이 좀 야릇하다. 좋다는 표정인지 손님들 다 내쫓고 있다는 표정인지 모르겠다.

 

 

 

비도 그쳤고, 날씨도 춥고 하니 다시 움직여야겠다. 간간히 햇빛도 나온다.

 

카페를 나서며 카페 사장에게 경찰들이 길을 통제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교황이 소피아에 왔단다. 오늘 소피아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대성당(Aleksander Nevski Church)에서 교황이 집도하는 미사가 있었고, 오후에는 근처 광장에서도 행사가 있단다. 나와 교황이 같은 도시에 있다는 사실이 나쁘지 않다.

 

시내 중심가를 걷고 있는데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이 많다. 거리도 무척이나 한산하다. 오늘이 평일 월요일이니 국경일이 분명해 보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게오르기(George) 성인의 날이란다. 여기서 성인은 종교적 성인(聖人)을 말한다.

 

 

 

카페 바로 옆이 소피아 중앙 시장(Sofia's Central Market)이다.

 

건물 안에 있는 실내 시장이다. 꽤 오래된 시장 건물로 알려져 있는데 안은 새롭게 리뉴얼이 되어서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 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상 2층, 지하 1층의 실내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장을 나와서 중심가 골목길도 걸어본다.

 

어제 역에서 중심가로 걸어오던 길은 직각의 낡은 콘크리트 건물들만이 이어져 다소 황량해 보였는데 중심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옛 건물들이 공존하면서 역사적 도시다운 풍모를 피운다. 돌로 깔린 바닥, 클래식한 건물들이 현대적인 건물들과 함께 고전적 멋을 내면서 살짝 개량된 올드타운의 면모를 보여준다. 유럽다운 모습이 나오면서 이제야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든다. 골목길을 산책하는 발걸음도 가볍다. 호기심도 나고.

 

 

 

중심가 길을 걷다가 한 레스토랑 겸 카페에 들어와서 늦은 점심을 한다.

 

생맥주도 보여 간만에 생맥주도 시킨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불가리아 전통 고기 음식이 6.5레프(BGN), 생맥주 한 잔이 2.5레프다. 현재 1레프에 한화로 700원 정도 한다.

 

오는 길에 거리에서 피자빵 같은 것도 하나 사서 먹었는데 제법 큰 것이 1.4레프였다. 위에만 대충 토핑이 조금 있나 싶었는데 안에도 엄청난 토핑이 들어 있었다. 이것이 천 원 돈이니 비싼 물가는 아니다.

 

 

 

지금 있는 식당이 사거리 코너에 있는데 이 곳에서부터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시간이 오후 4시를 향하고 있는 지금 도로는 완전히 통제되었다. 아마 곧 교황의 움직임이 있을 예정인가 보다. 이전만 해도 주정차만 단속하고 차량의 이동은 허용했었는데 지금은 완전 차단이다. 이스탄불에서도 여기에서도 통제된, 해방된 도로를 자주 본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창가로 자리를 옮겨서 비오는 소피아의 풍경을 보고 있다. 아까는 커피였다면 지금은 생맥주 한 잔과 함께. 생맥주 2잔째. 낮술이 심한가. 교황의 모습을 못 보는 것이 아쉽기 하지만, 어쩌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비까지 오고 있는데. 기사에 의하면 내일도 이곳의 광장에서 미사를 주관하신다 하니 그때나 한번 가볼 생각이다.

 

 

 

비도 멈춘 것 같아서 슬슬 카페를 나서 본다.

 

교황이 왔다 갔다던 알렉산드르 네브스키 대성당(Aleksander Nevski Church)으로 발길을 향한다. 알렉산드로 네브스키 대성당은 볼만하다. 이스탄불(Istanbul)의 아야 소피아(Aya Sofya)를 본 떠서 만들었다고 하던데 천장을 돔으로 만든 형식은 규모가 조금 작은 아야 소피아 같다. 외부든 내부든 성당은 멋이 있다. 특히 황금색과 푸른색으로 칠한 돔은 먼 곳에서도 눈에 확 띈다. 규모는 작지만 외관의 모습만은 아야 소피아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내부 역시도 크고 작은 다양한 돔과 다채로운 벽화로 꾸며져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일반 동방 정교회의 교회답지 않게 화려하다. 구석에 앉아서 천장화와 벽화만 제대로 구경하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성당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 자료에 의하면 1877년에서 1878년 러시아와 투르크 전쟁에서 사망한 20만의 러시아 군인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성당이라고 한다. 1882년에 착공해서 1912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왜 불가리아 군인도 아닌 러시아 군인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이 전쟁이 당시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었던 불가리아에게는 해방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불가리아 의용군도 참여했다. 이제 겨우 백 년 조금 넘은 교회다. 짧은 역사는 아니지만 유럽에 너무도 많은 유서 깊은 교회가 많은 관계로 백 년이면 최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의미로나 미적으로나 볼 만한 성당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교황도 다녀간 것이겠지.

 

여기서부터 소피아 중심가의 볼거리가 이어진다.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연이어 늘어서 있어서 역시 중심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건물이 대성당 아래로 보이는 소피아 대학 건물이다.

 

 

 

중심가 도로를 통제하고 있어서 오히려 뚜벅이 여행객에게는 좋다.

 

차가 없는 거리를 맘 편하게 걷는다. 해방구다. 차가 없으니 넓은 거리는 광장으로 바뀐다. 솔직히 원래 광장이었느지 도로였는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지 않는 것은 덤이다. 아쉽다면 공휴일이라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휴관을 하고 있다는 것. 성당들은 예외지만. 사실 오히려 맘이 편하다. 어딜 들어 가야하고 무엇을 봐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신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저 발 가는 데로 걷는다. 

 

 

 

소피아 대학 건물에서 의사당 앞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공원들과 함께 크고 웅장한 많은 옛 석조건물들을 만난다. 박물관과 미술관, 오페라 하우스 건물도 이 길에서 만난다. 건물들 주변으로는 작은 공원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지도를 봐도 크고 작은 공원이 참 많은 도시다.

 

 

 

러시아 성당이라는 곳도 있다.

 

구글맵을 통해 보니 정식 이름은 “Sveti Nikolay Mirlikiiski”로 되어 있다. 어떻게 읽는지는 모르겠다. 대성당에 비해서는 작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성당이다.

 

 

 

이 길이 끝나는 곳은 국회의사당, 대통령 궁, 정부 청사 등의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가운데 길을 따라 작은 삼각형 모양의 광장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오늘 매우 중요한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