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꿈, 보헤미안의 삶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자유로운 미래를 그린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세계 일주 여행/루마니아(Romania)

D+183, 루마니아 브라쇼브 1: 트란실바니아(Transylvania) 브라쇼브(Brasov) 가는 길 (20190516)

경계넘기 2020. 10. 21. 17:52

 

 

트란실바니아(Transylvania) 브라쇼브(Brasov) 가는 길

 

 

새벽에 잠을 깼다.

 

모기장을 치고 잤는데도 모기에 물렸다. 물린 곳을 보면 모기가 맞는 것 같은데 물린 자국이나 지속되는 시간을 보면 빈대다. 이젠 빈대인지 모기인지조차 모르겠다.

 

6시 조금 넘어 짐을 챙기는데 힘들다. 도미토리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나갈 때가 힘들다. 남들 자는데 방해되지 않게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에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최종 챙기기 전까지는 이래저래 소리 날 일이 많다.

 

숙소를 나서는데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다.

 

제법 내리긴 하지만 우산 쓰기에는 좀 애매하다. 비 맞으며 지하철역까지 간다. 지금까지 몰랐는데 숙소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다. 아버지, 어머니 손잡고 등교하는 꼬마들로 인산인해다. 비가 와서 그런지 차로 등교시키려는 사람도 많아서 초등학교 들어가는 도로 초입은 차들로 엉켜 있다.

 

이곳이나 한국이나 다 비슷한데 한 가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보다는 아빠가 더 많다. 출근하면서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모양이다. 이런 점을 본 받아야 하겠으나 그러려면 일단 출근 시간에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네처럼 새벽별 보면서 출근해서는 초등학교 등교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출근 시간의 지하철역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하철에 찡겨 타는 모습도 보인다. 간만에 보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다행히도 내가 타는 지하철에는 그나마 사람이 적다. 큰 배낭을 메고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타는 것은 쉽지도 않지만 민폐가 되기 십상이다.

 

표 살 때는 몰랐는데 기차역 안으로 들어오니 제법 크다. 화장실을 갈까 해서 보니까 사용료가 1.5레이다. 차라리 조금 더 보태서 맥도날드에서 아침 햄버거를 먹고 화장실을 사용했다. 돈은 더 들어도 기분 상 훨씬 낫다.

 

 

 

루마니아 기차표에는 영어 표시가 전혀 없어서 차량과 좌석 번호를 플랫폼의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탔다.

 

 

 

올라탄 기차 안이 생전 처음 보는 구조다.

 

각각 마주보는 좌석으로 되어 있는데 방으로 되어 있다. 좌석도 한쪽은 3좌석, 한쪽은 2좌석이다. 3좌석인데 2좌석이 당연히 넓으니 가격도 비싸겠지. 그저 내 생각이다.

 

 

 

부쿠레슈티(Bucureşti)를 떠난 기차가 한 시간 정도 달리니 평원이 사라지고 서서히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곧 산맥 사이를 기차가 달리고 있다. 시나이아(Sinaia) 근방을 지날 때에는 산들이 높아지면서 멀리 설산도 보인다.

 

기차가 본격적으로 트란실바니아알프스(Transylvanian Alps)산맥을 관통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가는 브라쇼브(Brasov)는 트란실바니아(Transylvania) 지방의 도시이고, 트란실바니아는 높은 산맥들로 둘러싸인 고원 평원 지대다. 지금 기차가 지나고 있는 트란실바니아알프스산맥이 바로 트란실바니아 지방과 왈라키아(Walachia) 지방을 나뉘는 경계선이다.

 

트란실바니아알프스산맥은 루마니아 가운데를 가로질러 동서로 나 있는 산맥이다. 2천 미터대의 산들을 보유하고 있는 산맥으로 동유럽의 알프스라고 불린단다.

 

 

 

계곡 사이를 달리는 기차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날씨가 흐려서 그나마 이정도인데 맑은 날이라면 눈이 부실 것 같다. 이렇게 산만 봐도 브라쇼브라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가 된다.

 

 

 

기차는 오후 1245분에 브라쇼브 역에 도착한다. 3시간 남짓의 기차여행.

기차역의 색깔이 루마니아 국기다.

 

 

 

기차역에서 숙소는 걸어서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다.

 

기차역에서는 가깝지만 볼거리가 있는 올드타운까지는 걸어서 30분 이상이 걸린다. 이런 곳에 숙소를 잘 잡지 않는데 브라쇼브에서는 기차를 타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일부러 기차역 근처로 잡았다. 일단 시나이아(Sinaia)를 기차 타고 가야하고 다음 목적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도 여기서 기차타고 갈 예정이다. 그래서 좀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숙소도 마치 펜션처럼 되어 있어서 아주 좋았다. 가격은 싸지 않지만.

 

겨우 3시간의 기차여행이었지만 어제 밤에 모기인지 빈대인지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피곤하다. 마침 숙소에 도착했을 때에는 나 혼자라 오늘은 그냥 숙소에서 쉬기로 한다. 근처에 슈퍼가 있어서 맥주 등의 먹거리를 좀 샀는데 부엌이 괜찮아서 현지 라면을 사서 우리 스프를 넣고 끓여먹는다. 라면은 스프 맛이라고 당연히 한국 라면과 같다.

 

숙소가 펜션 같다.

2층의 일반 주택인데 2층에만 방이 있고 1층은 전부 공용 공간. 부엌에 있는 무료 커피가 무려 캡슐 커피다.

 

 

 

큰 펜션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다.

오후 늦게 이곳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니 펜션이 더욱 운치가 있다. 탱자탱자.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