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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여행/루마니아(Romania)

D+187, 루마니아 브라쇼브 5: 브라쇼브 탐파산 트레킹(20190520)

경계넘기 2020. 10. 23. 09:39

 

 

브라쇼브 탐파(Tampa)산 트레킹

 

 

어제 시나이아(Sinaia)의 부체지(Bucegi)산에서 트레킹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나 보다. 부제지산에서는 못했지만 브라쇼브의 뒷산인 탐파(Tampa)산을 오를 생각이다. 탐파산에서 내려다보는 브라쇼브 시가지가 멋있다고 하니 겸사겸사 올라간다.

 

그렇다고 등산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걷는 것을 좋아한다. 도심보다는 특히 자연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4월 중순 터키의 카파도키아(Cappadocia) 이래 자연 속에서 제대로 트레킹을 해본 적이 없다.

 

탐파산은 브라쇼브 올드타운 바로 뒤에 있는 산이다. 브라쇼브 올드타운에서 보면 마치 LA의 할리우드 푯말과 같이 브라쇼브라는 큰 푯말이 세워진 산이다. 산은 높지 않다. 다만 올드타운 쪽에서 올라가면 급경사를 좀 올라가야 한다.

 

 

 

오전에 걸어서 올드타운으로 간다.

 

올라갈 때는 올드타운 쪽에서 급경사 길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능선을 타고 내려올 생각이다. 올드타운에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라 끝없는 S자 길이다. 덕분에 시간은 걸려도 그리 힘이 들지는 않는다. 도시에 면한 산이지만 조금만 들어가도 이내 삼림이 울창하다. 그만큼 자연을 잘 보호하고 가꾸고 있다는 말이리라.

 

쉬엄쉬엄 올라가서 그런지 정상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브라쇼브 올드타운의 모습이 듣던 대로 예쁘다. 빨간 지붕의 향연. 유럽의 집들은 왜들 이렇게 빨간 지붕을 고집하는 것일까? 사실 빨강보다는 주황색에 더 가깝긴 하다. 코카서스 3국에서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지붕은 온통 주황색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주황색만 있다 보니 이젠 너무 획일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주황빛 도시의 향연은 동화 속 삽화의 모습이다.

 

 

 

정상에서 등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또 색다르다.

갈대밭도 있고, 꽃밭도 있고, 능선이라 완만하기도 해서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듯 걷기에 그만이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길이 좀 이상하다.

 

올드타운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니라 산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다.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어보지만 영어가 대부분 안 되시는 분들이라 소통이 어렵다. 마침 젊은 친구들이 있어 물어보니 이쪽에서 올드타운으로 가는 길이 있긴 하지만 초행은 복잡해서 어려우니 다시 정상으로 가서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는 것이 좋단다. 한참을 내려왔는데 그 길을 다시 올라가려니 힘들다. 올라가는 중간에 작은 사잇길이 보인다. 올드타운 방향이다.

 

그 길로 들어선다. 길은 길인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다. 뒷산답지 않게 길은 험하다. 한참을 거친 길을 헤쳐 내려오니 올라올 때의 그 길과 만난다. 이제야 조금 안심이다.

 

산에서 내려와 올드타운을 조금 걷는다.

 

올드타운이 작아서 몇 번 둘러보면 끝이긴 하지만 내일 브라쇼브를 떠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브라쇼프 올드타운에서는 카페에서 차 한 잔,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 번 못했다. 숙소가 좀 멀었던 탓이 크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다.

 

 

 

숙소로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루마니아 돈이 많이 남았다.

 

내일 새벽 기차를 타고 루마니아를 떠나기 때문에 오늘 아니면 돈을 쓸 시간이 없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을까도 생각해보지만 귀찮다. 그때 마침 눈앞에 미용실이 보였다. 그래 머리를 자르자. 얼른 들어가서 머리를 자를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안 된단다. 영어를 못하셔서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다. 손님도 거의 없는데.

 

구글맵으로 다른 이발소를 검색한다.

 

마침 숙소 가는 길에 이발소가 있어서 찾아가니 영어를 할 줄 아는 스텝이 지금은 점심 휴식 시간이라고 오후 4시에 오란다. 아마 좀 전에 갔던 미용실도 그 이유 때문이었나 보다. 요금은 35레이. 부쿠레슈티(Bucureşti)에서도 숙소 근처의 미용실에서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55레이를 불렀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못 사는 동유럽 국가긴 하지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확실하다. 휴식 시간과 노동 시간을 정확히 지켜낸다. 한국의 경우 대개의 서비스 업종은 휴식과 노동의 구분이 거의 없어서 식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도 그렇지만 특히 미용실, 식당, 약국, 편의점 등 개인이 혼자 운영하는 곳은 말해 뭐할까.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세 끼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종종거려야 한다. 오죽하면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하나.

 

배고픈 척박한 시절부터 시작한, 개인의 삶이 전혀 없는 감옥 같은 삶은 이제는 좀 지양했으면 싶다. 이들처럼 말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한국과 같은 운영이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도 역시 어딘 가에서는 일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불편하겠지만 금방 익숙해지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이제는 좀 여유를 갖는 삶이 한국 사회에서도 뿌리내렸으면 싶다. 훨씬 부유하지만 훨씬 각박하고 팍팍한 한국보다는 훨씬 가난하지만 훨씬 여유로워 보이는 이곳의 삶의 질이 훨씬 높아 보인다. 삶에서 경제력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하나 결코 전부는 아님이 이들의 삶이 보여준다.

 

성장이 곧 발전은 아니다.

어쩌면 나의 여행도 삶의 여유를 찾아 떠나 여행일지도 모른다.

 

오후 4시로 예약을 하고 숙소에서 쉬다가 간다.

 

이발사가 여럿인데 모두 손님을 하고 있다. 나를 맡은 친구는 막내로 보인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열심히는 하는데 잘 잘랐는지는 모르겠다. 제대로 이쪽 스타일이다. 주변은 짧고 윗머리는 약간 긴, 해병대 스타일이다. 그만큼 짧지는 않지만 대충 그런 모양이다. 맘에 들지는 않지만 영어가 되는 다른 이발사가 어떠냐고 묻는 말에는 좋다고 대답했다. 당연히 팁은 주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세 번째 머리를 자른다.

태국 람빵(Lampang), 아르메니아 예레반(Yerevan)에 이어서.

 

내일 부다페스트(Budapest)가는 기차는 새벽 525분 기차다.

일찍 일어나야 하니 짐을 미리 싸둔다.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알람을 켜둔다.

 

 

 

by 경계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