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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Stephen King)

경계넘기 2020. 12. 4. 06:07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Stephen King)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중국 구양수(歐陽脩)의 삼다(三多).

 

글 잘 쓰는 법을 말 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는 의미다. 구양순을 알든 모르든, 동양이든 서양이든, 대부분, 아니 내가 아는 한에는 모든 작가들이 이를 강조한다.

 

대표적인 중국 5세대 감독 중의 한 명이면서 베이징영화대학(北京電映學院)의 교수이기도 티엔주앙주앙(田壯壯)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많이 찍고, 많이 생각해야 한단다. 영화라 다독(多讀)’다간(多看)’으로 바꾼 것뿐이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 활동에 다 적용된다.

 

책의 저자인 스티븐 킹(Stephen King)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책 전반에서 그가 강조하는 글 잘 쓰는 방법은 다독과 다작이다. 많이 읽고 꾸준히 쓰다보면 글쓰기는 늘 수밖에 없단다.

 

여기에 더해 그는 일단 어떤 작품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쓴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나 독립기념일 그리고 생일에도 예외는 없단다.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집필실에는 주의를 흩뜨릴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제거한다고 한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게임은 물론이고 전화기까지도. 집중까지 한다.

 

혹 글쓰기에 무슨 비법이 있을까 하고 들여다봤다가 무안만 당하고 나온 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듣지도 못했고, 알지 못했던 글쓰기의 비밀이 그의 책에서 나온다.

 

킹은 소설을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소설이란 작가가 어떤 플롯이나 의도, 주제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단초, 상황에서 이야기가 스스로 풀어나가듯이 그렇게 써 나가는 또는 받아 적는 것이란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그리고 일반적인 글쓰기 책들에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주제를 세우고, 플롯을 짜야 한다고 배워 왔다. 글쓰기는 그 뼈대 위에 살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배워 왔다.

 

그런데 그는 글이, 이야기가 스스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무척이나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는 글쓰기 있어서 기획보다는 직관을 강조한다.

 

 

소설 창작이란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신념이다. 작가가 할 일은 그 이야기가 성장해갈 장소를 만들어주는 (그리고 물론 그것을 받아 적는) 것뿐이다...... 나는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p. 199).

 

 

킹은 주제나 플롯 등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이야기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오히려 주제나 플롯에서 태어난 글은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가 주제나 플롯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강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나서 거기에 주제와 플롯을 첨가하면 더욱 이야기가 살아난다고 한다.

 

 

처음부터 문제나 주제 의식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은 형편없는 소설의 지름길이다.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주제에서 출발하여 스토리로 나아가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러나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를 옮겨 적은 뒤에는 그 스토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수정 작업을 하면서 여러분 자신의 결론을 집어넣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각각의 이야기를 여러분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비전을 작품 속에서 빼앗는 일이다(p. 256-7)

 

 

킹은 일단 상황을 제시하고 그 속에 등장인물을 밀어 넣는다. 그러면 상황과 인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해나간단다. 스스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것이기에 당연히 자신 역시도 그 결말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소설의 창조자일 뿐 아니라 독자이기도 하단다.

 

킹은 소설 쓰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돈벌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소설을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글 쓰는 쾌감과 즐거움 때문에 썼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킹처럼 소설을 쓴다면 자신도 모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추적하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책이기 전에 어떻게 하면 글을 즐겁게 쓸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흐름을 구속하지 말고 그 자연스런 흐름 속에서 글을 쓸 수 있을까? 해봐야겠다.

 

 

by 경계넘기.

 

 

 저 자: 스티븐 킹(Stephen King)
 역 자: 김진준
 종 류: 인문(글쓰기)
 출 판: 서울, 김영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