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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경계넘기 2018. 4. 10. 10:52


로봇시대,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olfssom)과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는 그들이 공저한 저서에서 이를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라고 부른다. 1의 기계 시대가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인류의 물질세계를 변화시킨 시대라면, 2의 기계 시대는 인공지능과 네트워크에 의해 인류의 지적세계에도 변화를 주는 시대를 지칭한다.

 

생산의 중심이 인간에서 로봇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수동태의 질문이 보다 적절할까?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까?’ 능동태와 수동태, 문법상으로는 한 끗 차이지만 그 의미는 천지차이다. 질문의 능동적 주어가 누구냐에 따라 인류 역사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적능력 중 인공지능이 가장 넘어서기 어려운 영역 역시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야 말로 인간의 창의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리라. 이래저래 질문은 로봇시대에 들어 더욱 중요해진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시대 변화를 10가지 영역으로 추리고 각각의 영역에 하나씩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록 10개의 질문에 불과하지만 다가올 로봇시대에 가장 핵심적이고 적실한 질문들로 보인다. 물론 그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에 수반되는 수많은 하위 질문들에 먼저 답해야 한다.


알고리즘 윤리학 무인자동차의 딜레마, 누구를 죽일 것인가?,

언어의 문화사 실시간 번역의 시대,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될까?

지식의 사회학 지식이 공유되는 사회, 대학 졸업장은 필요 없을까?

일자리의 경제학 2의 기계 시대, 내 직업이 10년 후면 사라진다?

여가의 인문학 노동하는 기계는 우리에게 저녁 있는 삶을 선물할까?

관계의 심리학 반려로봇에서 섹스봇까지, 로봇과 교감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과학 영화 속 로봇과의 대결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까?

호기심의 인류학 로봇이 나보다 똑똑해지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망각의 철학 기계가 대신 기억하는 세상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디지털 문법 로봇의 언어를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들 질문들은 인류가 직면할 제2의 기계 시대에 반드시 고민하고 준비해야할 문제들이다. 질문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가 무척 크다. 질문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 주제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과 오랜 연구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질문은 노동하는 기계는 우리에게 저녁 있는 삶을 선물할까?’. 여가와 관련된 것으로 다소 지엽적인 질문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자유와 기술, 기술이 과연 인간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 ‘로봇시대 저녁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여가의 문제를 넘어 통제와 감시 그리고 부의 양극화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삶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기술 발전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로봇시대,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해방시킴으로써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줄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인간을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은 자신이 창출한 그 막대한 부가가치를 기술을 소유한 극소수의 자본가에게 몰아줌으로써 대다수의 사람들을 더 극단적인 빈곤으로 몰아갈지도 모른다. 지적 능력을 지닌 로봇은 사무직과 전문직까지 대체함으로써 중산층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진정한 자유을 위해서는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빈곤이 없어야 한다. 통제가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구속이라면, 빈곤은 간접적인 구속이다. 정치적·신체적 통제의 부재가 소극적 자유의 구현이라면,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은 적극적 자유의 구현이다.

 

로봇시대에 대한 우리의 질문이 수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동적인 순응이 아니라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능동적인 대응이란 우선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치와 규범 그리고 제도를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 규범, 제도 등을 포괄해서 문화라고 부른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새로운 시대의 문화 지체(cultural lag)’ 현상을 제기한다. 문화 지체란 기술 변화와, 그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와의 격차 현상을 지칭한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새로운 로봇시대에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화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인류는 거대한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책이 제시하는 10가지 질문이야 말로 새로운 문화를 정립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선결 요건이다. 이들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문화 지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세계는 분명히 카오스다.

 

내 세대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 말자.

디지털 기술의 임계점이 바로 저 너머에 있다.


 

by 경계넘기




저 자: 구본권]

출 판: 서울, 어크로스, 3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