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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경계넘기 2018. 4. 9. 12:34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

 

원서의 제목인 ‘the shallows’의 뜻은 얕은‘shallow’가 의미하는 바대로 생각이 얕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셈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 기기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가 인류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들이 발전할수록 인류는 점점 이들 기기들에 우리의 지적 능력을 의존한다. 그만큼 우리 스스로가 진지한 생각이나 지적인 고민을 덜 한다. 그러니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할 수밖에 없다.

 

카의 주장에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돈 탭스콧(Don Tapscott)이 있다. 그는 디지털 네이티브(Grown Up Digital)라는 그의 저서에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 속에서 자라나는 디지털 세대들을 분석하면서 그들의 지성이 발전했으면 발전했지 결코 퇴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다만, 이전의 세대와 사고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카 역시도 디지털 기기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첫머리에서부터 가장 많이 인용하는 문구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강조한 미디어는 생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생각의 과정도 형성한다는 말이다. , 새로운 미디어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기나 미디어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점에서는 카든 탭스콧이든 전적으로 매클루언의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카는 그 변화의 방향을 부정적으로, 탭스콧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카는 우리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대가로 인류가 독서를 하면서 키워왔던 집중과 몰입의 능력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기기는 집중과 몰입보다는 멀티태스킹과 같은 관심의 분화와 생각의 분산을 가져오기 때문이란다.

 

하이퍼링크로 이리 저리 급하게 옮겨 다니며 스킵 하듯이 빠르게 훑어 읽는 인터넷의 독서 방식은 깊은 생각을 방해한다. 깊이 생각할 수 없으면 집중하거나 몰입할 수 없다. 그리고 집중하거나 몰입하지 못한다면 독창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결국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고에서 창의적인 생각은 나올 수 없다.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한다(p. 101).

 

인공지능의 시대에 많은 인간의 직업들이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육체적 노동은 물론이고 지적 노동에 있어서도 많은 분야가 인공지능에 잠식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이 있다. 창의성이 바로 그것인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그런데 인간이 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상실한다면 그나마 비교우위를 갖는 창의적 능력마저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창의성을 갖지 못하고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창의성을 퇴화시키는 당혹스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21세기는 지적 능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는 것일까?

 

인류가 함께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물론, 여기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탭스콧의 의견에도 일부 동의를 하지만 카의 의견에 좀 더 큰 지지를 보낸다. 왜냐하면 나 역시 카의 주장을 경험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핑은 많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남는 게 없었다. 아니 혼란과 피로만 가중시켰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한동안 인터넷을 통해서만 기사를 접해왔던 나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신문과 잡지를 구독해서 읽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 기사를 읽다보니 사회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와 깊이 있는 인식이 부족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부지런히 읽는다고 읽었지만 인터넷이 제시하는 기사들은 주로 많은 대중들이 열광하는 자극적인 내용들이거나, 흥미 위주의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링크를 통해 넘나들면서 기사들을 훑듯이 읽다보니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정보를 정리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휩쓸리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내게 남아 있는 것은 피로와 나도 모르게 형성된 편향된 시각뿐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서늘해지곤 했다.

 

물론, 인터넷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 신문, 잡지 등의 체계적인 자료들을 기본으로 하되 인터넷과 다양한 디지털 기기 등을 주요한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에게 맞는 각각의 장점들을 살려서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카와 탭스콧의 논리를 잘 버무리고 있다고나 할까!

 

  

by 경계넘기


저 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

역 자: 최지향

출 판: 서울, 청림출판, 2011.